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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두 번째로 읽어보는 자음과모음의 청소년문학,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2013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아사이 료가 2009년에 쓴 처녀작이다. 이 작품으로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그때 나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21살!! 그의 재능과 열정이 부러워진다.
책의 제목처럼, 이 작품은 배구부의 '기리시마'라는 학생이 동아리를 그만두게 됨으로써 주변 친구들(실은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닌)의 생활에 작은 파문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를 작은 시골 고등학교의 동아리 활동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일의 발단이 되는 것도 기리시마고, 책의 제목도 기리시마지만 실은 그에 관련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기리시마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작은 나비에 불과했다.
작품 속 학생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한다. 야구부, 배구부, 브라스밴드부, 영화부, 소프트볼부, 배드민턴부, 탁구부, 방송부 등 종류도 다양하다. 나는 고등학교때 내내 공부만했다. 밤 열시까지 야자하고, 끝나면 집에가서 공부하고, 주말이나 방학에도 학교나 독서실에 가서 공부했다. 학교에는 동아리도 몇개 없었다. 학교 분위기도 오로지 공부, 대학 진학 뿐이었다.
어렸을적 드라마 '학교'와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고등학교 생활의 낭만을 꿈꾸던 나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등학생 때 낙이라고는 체육시간에 몰래 사먹은 간식, 종 치면 급식실 뛰어가기,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이나 무협지, 만화책 등을 읽으며 스트레스 풀기 정도였달까.
그나마 대학교에 들어와 동아리(소모임)활동을 하며 그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 책도 나와 그리 멀지는 않은 것이다.
너무나 따로 떨어져 있는 각각의 이야기들 때문에 초반에는 집중도가 조금 떨어졌었다. 마치 SNS상 내 친구의 친구,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 이야기를 접하는 기분이랄까. 그저 그 나이대의 학생들의 모습과 조금 어리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생각을 알아가는 정도였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나와 닮은 모습들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은 살아나다가 <다시 야구부, 기쿠치 히로키> 부분, 즉 첫 챕터인 <야구부, 기쿠치 히로키>에서 여러 동아리 친구들의 생활을 조명한 후 다시 처음의 인물에게 바톤이 터치될 때, 이야기는 한데 뭉치게 된다.
어쩌면 이 작품의 진짜 1순위 주인공은 야구부의 '기쿠치 히로키'일지 모른다. 처음엔 만사 태평한듯 보이던 히로키가 '바람은 내 등을 밀지도 않고 그저 불어만 갔다. 왠지 초조하다. 이 감정을 초조감이라 부를 수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191쪽) 이라고 점차 초조한 모습을 보인다. "교장 선생님의 식상한 말도, 새하얀 도화지라는 말을 듣는 것도, 동아리를 그만둔 기리시마도, 사나의 영화부에 대한 비난도, 배구로 먹고 살 것도 아니라고 말한 류타도, 브라스밴드부 연습 사건도, 진로 희망 조사도, 체육 시간의 축구도, 다케후미라는 아이의 부름도, 마에다의 '당연하지'라고 대답한 순간의 표정도, 전부 맞서지도 도망가지도 못하는 나 자신을 일깨우는 듯하여" 초조해하는 히로키는 '게으름을 핑계로 나 자신을 속여왔다. 두려웠다. 열심히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깨닫게 될까봐….'(199쪽)라며 점차 초조함의 정체를 알아간다. '하고 싶은 것을 전력을 다해' 하는 친구들의 얼굴이 '빛 그 자체' 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앞날에 대해 생각하고, 그에 있어 불안함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해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은 나와 많이 닮아있었다. 그것은 저마다가 갖는 자연스러운 초조함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진심을 다해 맞서 왔잖아. 그런 사소한 일로 포기하면 아까워'(200쪽) 라고 기리시마에게 말해주고 싶어하는 히로키의 결심은 내게도 흘러들어온다.
어린데 진심을 다해 하고싶은 일을 하고있는 저 친구들이 부럽고, 아직 어린 나이 덕에 꾸준히만 하면 앞날이 창창할 것이라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또 내게도 그럴 것이다. 너는 아직 젊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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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열세 번째 도서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