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인 서울
방현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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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서울

   세컨드 라이프

   ★탈옥

   그 남자의 손목시계

★후쿠오카 스토리 - 위급 상황에서의 이별에 관한 섬세한 보고서

★로라, 네 이름은 미조

   퍼펙트 블루 - 기이한 죽음에 관한 세 가지, 혹은 한 가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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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현희의 단편소설집 『로스트 인 서울』. '로스트 인 서울'은 책의 제목이자, 책 안에 수록된 단편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도대체 뭘 잃었다는 것일까. 길을? 아니면 나를? 현대사회의 '도시'와 '현대인(도시인)'을 조명하고 있는 이 책에서, 작가의 시선은 때로는 냉정하고 싸늘하며, 때로는 거칠다. 끝까지 비관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 그러면서도 작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 애쓰지 않고 방관하는 작가는 그 자체로 리얼리스트답다. 가끔 여성 작가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꿈'이나 '망상', '몽상'등이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로 빚어지며 작품의 줄기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점들은 적어도 이 『로스트 인 서울』이라는 작품집 내에서는 가상의 것, 허구의 것이 아닌 일종의 현대인의 정신병처럼 나타난다. 현대의 삶, 도시의 삶에서 잃어버린 어떤 가치들이 '꿈', '망상', '몽상' 등으로 형상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난 그런 소재들이 꽤나 빈번히 출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집이 리얼리스트 사상에 충실했다고 본다.

 

 

 

 병든 사회는 얼마 전 읽은 『좀비 제너레이션』이라는 책을 기억나게했다.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는 것은 확실한데, 그 병폐는 인간 내부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동시에 외부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모양이다. 속으로, 밖으로 겉잡을 수 없이 암덩어리가 퍼져가는 사회가 문득 두려워졌다.

 

 

 

 

 

 

 

 7개의 단편 소설 중, 특히 <로스트 인 서울> , <탈옥>, <후쿠오카 스토리>, <로라, 네 이름은 미조> 라는 네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것이었다.

 

 

 <로스트 인 서울>에서 그렉안나는 남자 '강'의 집착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아파트 안에 '비밀공간'을 설계하고 그 공간 안에서 '나'와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 때로는 '나'가 비밀공간 안에서 구멍을 통해 강과 그렉안나의 정사장면을 목격하도록 하며, 그렉안나는 자신을 다른 시선에 놓이게 함으로써 '강'으로부터 벗어나려 한 것이다.

 

 <탈옥>은 모든 행동에 감시를 받는 최신식 감옥에서 자신의 장기를 탈출시키는 것으로 탈옥 계획을 세우는 '나'와 이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한 교도관 과의 대립이 드러난다.

 

 <후쿠오카 스토리>는 두 쌍의 연인인 네 친구가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요트 항해를 하는 중 조난을 당하게 되고, 그러한 위급 상황속에서 억눌러왔던 8년간의 서로의 감정을 분출해내며 관계가 급속도로 냉전되고 깨지는 것을 그린다.

 

 <로라, 네 이름은 미조>는 "서울에서 스코틀랜드로, 세계를 돌아 다시 영국으로, 파리에서 마닐라로, 마닐라에서 다시 서울로"(p.188) 오게 된 로라를 친구인 '나'가 검시(해부)하게 되며 그녀의 삶을 되읊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변화되는 삶에 적응하지 못한 로라는 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욕망의 표출을 관련된 물건(영국 찻잔, 버버리 금색 단추 등)을 삼키는 일로 대신 해소하고자 했다.

 

 

 

 

 각 단편 속 인물들은 현대 사회 속 길 잃은 방랑자들을 나타낸다. 이 책에서 '서울'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만은 없다. 서울을 복잡한 도시, 자본주의, 물질주의적인 것을 표상하는 현대 사회의 하나의 '기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인물들은 처음엔 자신을 고립시킨 복잡한 미로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오히려 그에 실패하게 되고, 그들 자신의 삶과 존재가 보편적 세계에서 지워져가고 있음을 느껴간다.

 

 우리는 이제 잊혀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탐구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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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열두 번째 도서 『로스트 인 서울』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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