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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돌콩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평점 :
청소년 문학을 읽고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어른이 청소년 문학을 읽지 말란 법이 어딨냐마는, '청소년 문학'이라고 규정지어진 책은 발을 내딛기에 조금 쑥스럽고 머쓱한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상 청소년 문학에 대한 청소년들의 수요가 낮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나만해도 그랬다. 그나마 중학교까지는 책을 좀 읽었었는데, 고등학교때는 삼년 내내 수업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읽은 책의 권수를 꼽자면 열 손가락 안에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어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무협지를 읽거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만 주구장창 읽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수능 공부와 내신을 위해 교과서와 문제집은 몇 십, 몇 백권씩 보지만 그외의 독서시간을 내자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른것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마음아픈 현실. 안타깝다.

달려라 돌콩! 책 제목이 참 깜찍하다. 표지 그림을 보고있자니 갑자기 내가 순수해지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은 아주 오랜만에 날 눈물짓게 한 소설이었다.
남자이지만 키 159 센티미터 몸무게 46킬로그램의 아주 왜소한 주인공. 몸집이 작으니 괴롭힘도 많이 받고, 자격지심도 심한 것 같았다. 늙은 부모님도, 복잡한 가정사도, 불안한 가정 경제도, 작은 몸집도, 성의없이 지어진 자신의 이름조차도. 주인공 오공일은 자신을 둘러싼 그 어느 부분도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점이 너무 마음을 아프게했다. 내 주변의 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다면 얼마나 적진 한가운데에 홀로 놓인듯한 기분이겠는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유조차 대지 못하고 어린나이에 꾸역꾸역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공일이는 온 몸에 바짝 가시를 세우고는 공격 아니면 방어태세만 하고 있었다.
때론 인생의 기류가 인간을 예기치 못한 곳에 데려다주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적어도 한 번쯤은 꼭 발생하는 그런 일. 흔히들 '기회'라고도 말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우리의 왜소한 주인공 공일이가 그랬다. 목장의 자신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소 '우공일' 과의 유대감 형성도 그러했다. 억지로 넘겨받은 채찍도, 우연히 들은 '기수 아니냐'는 말도 그러했다. 이 모든 것들은 주인공 공일이가 드디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만들기에 이른다.
참 재미있는 점이 있다. '기수'라는 확실한 목표를 정하기 전까지, 공일이의 몸집은 남자로서 자신을 한없이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제 몸을 좋아하지도 못하고, 키 크고 덩치 좋은 것을 부러워하기만 하던 공일인데 기수를 결심하고 나서부터는 자신의 몸에 대한 그런 부정적 느낌이 사라진 것이다. 바로 여기서, 누군가 정한 완전과 불완전의 개념이 완벽히 뒤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수에게 있어 공일이의 체격 조건은 완벽 그 자체였으니까.
작은 것, 왜소한 것, 약한 것. 이런 조건들은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실은 생태계 전체 내에서 보았을 때에도 미숙한 것, 도태된 것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놓아버린채 먹히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모두에게 반전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인생의 기류를 타고 살며시 내게 접근해온다는 것, 그러니까 너무 일찍 포기하지 말라는 것을 이 책이 아주 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인간 존재의 미숙함을, 빈틈을 쏙쏙 채워나가고 있는 주인공에게서 아주 큰 위안을 받았다.
__ 본문에 인용된 들꽃목사, 달팽이목사로 널리 알려진 김민수 님의 '돌콩'에 대한 글
「작다고 얕보지 마라. 내 안에서도 천지의 모든 기운이 들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줄기라고 안타까워하지도 말아라. 한 번 잡으면 내 몸이 끊어지기까지 놓지 않는다. 너희는 언제 이렇게 목숨 걸고 무언가를 잡아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단단하게 익어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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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네 번째 도서 『달려라 돌콩』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