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독점 - ‘시민 케인’에게 언론을 맡길 수 없다
장행훈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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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한국 사회에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된 ‘미디어 법’이 대중적 촛불의 힘 때문에 국회를 통과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의 시간 벌기용인 ‘미디어발전위원회’가 민주적인 여론 수렴 및 토론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6월 임시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상정될 예정이다. 미디어법을 둘러싼 제 2라운드의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온 <<미디어 독점>>은 왜 거대 미디어가 언론 시장을 장악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해외 사례를 통해 미디어 독점의 폐해를 낱낱이 보여준다.

미국 미디어 황제라는 명칭을 지닌 루퍼트 머독는 전 세계에 175개 신문과 50여 개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다. 2003년 그가 종래의 방송국 소유 상한선 35%가 넘자 그의 정치적 로비의 압력으로 부시 정부와 공화당 의회는 상한선을 39% 새롭게 조정한 법을 통과 시켰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그가 소유한 신문은 일제히 조시 부시와 토니 블레어의 전쟁을 지지했다. 이탈리아 총리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텔레비전의 90%를 장악해 정치적 야망 달성의 도구로 남용했다. 그 후 그가 장악한 미디어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미디어의 기능은 전락되었다.

저자는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2007년 12월 7일) 제 11조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제 1항에 이어 미디어의 자유와 다원주의는 존중돼야 한다는 제 2항을 신설했다는 점과 프랑스의 개정 헌법(2008년 7월 23일) 제 34조 ‘미디어의 자유와 다원주의 및 독립 보장’ 규정을 새로 추가한 것을 강조한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고자 하는 (시장에서 지배적인 조중동신문사에게 방송 겸영을 허용하려는) 미디어 법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미디어법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바로 “언론 시장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할 것인가? ”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권은 언론 시장도 자유시장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반면, 진보적 사회운동단체들은 언론은 다른 상품과 달리 ‘공공성’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논리에 맡겨 둘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불평등한 사회에서 개인 소유인 미디어의 내용이나 견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계급에 기반한 불평등한 사회에서 주류 언론은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정치적 사상적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미디어는 다른 상품과는 달리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대기업이 경제적 이익‘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미디어를 장악하는 것은 아니다. 한 사기업 방송사 창설자의 말처럼 “이런 도구(미디어)를 소유하면 거기에 파생되는 부차적인 이익이 있다.” 신문은 자사에 불리한 뉴스를 보도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는 경찰에서도 인정하고 공공연한 사실인 거대 신문사 사장이 포함된 장자연 문건이 주류 언론에서는 보도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디어는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를 독점적으로 장악하게 되는 정치 권력의 장악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자본권력과 이데올로기(미디어)권력의 결합이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어떻게 악용되는지를 알고 싶은 독자 혹은 거대 미디어가 언론 시장을 장악이 민주주의가 어떻게 왜곡되었는지가 궁금한 독자 무엇보다 거대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려는 기업들에 맞서 해외 진보적 시민세력들이 왜 반대 운동을 조직했는지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만, 각 해외 사례들을 나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적 배경하에서 좀 더 면밀하게 사례들을 정리하여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점 때문에 내용에 비해 책 값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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