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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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딩 한방에 속절없이 복숭아뼈가 두두둑 부러졌다

바보처럼.

한여름 한쪽다리에 석고 갑옷을 입혀놓았더니

발바닥은 화끈거리고 한쪽다리로 절름절름  몇칠을 일해보니

성한다리며 팔에 무게가 쏠려 욱씬욱씬 안쑤시는데가 없어

결국  병가를 내고 자진해서 앉은뱅이가 되었다.

위문차 온사람들은 한무데기씩 책을 부려놓고는  급하게 떠났다.

넘어졌다고 다리가 부러지는 허술한 나도 바보과에 속하는데

이 바보는 또 어떤 바보란 말인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이덕무 그가 누구던가?

여고시절 시험에 등장하던 조선후기 실학자중 한명이 아니던가?

시험은 주로 짝찟기문제로 나왔던것 같다. 다음 중 틀린것은?

홍대용-지전설, 박제가-북학의, 유득공-발해고  박지원 - 열하 일기 이덕무- 청장관전서

하는 식으로... 여고를 졸업하고도 십 수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아사무삼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꽤나 자주 시험에 나왔던 듯하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한 여름 부러진 다리에 감사하며, 그렇게 나는 그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제대로 그를 만났다.

지금으로부터 천년 전의 사람인 그를 만나며 가슴이 아렸다가, 슬펐다가 하는 걸

보면 내 안에도 이미 그가 살았던 시간들이 스며든 까닭이 아닐까?

책을 덮으며 나는 울었다.

아름다워서, 거룩해서, 외로워서, 서러워서...

결정적으로 부러워서였던것 같다.

끼니를 해결을 못해 아끼던 책을 팔아 밥을 샀다는 이야기를 할 친구가 있어서,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아끼던 책을  팔아 술을 받아주는 벗이 있어서,

자신들 역시 가난뱅이면서 친구를 위해 먼지까지 털어

마음놓고 책을 볼 수있는 바람막이 방을 지어줄 벗이 있어서,

한겨울 밀어닥치는 추위를 피할 땔감이 없어

책으로 병풍을 치고, 책으로 홑이불을 눌러 바람을 피하면서도

기쁨과 아픔을 같이 할 한평생의 벗들이 있기에....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흔적은 사람의 기억과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길을 내리고 하고

각자의 시간을 서로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p 249)

 

시간을 나눈다는 것은, 반드시 얼굴을 마주 대하는 사람들끼리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옛 사람들로 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을 나누어 받기도 한다.

옛사람들의 살아온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들,

그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묻혀있는 산과 들을

내 안에 스며있는 그 시간들을 느낄때면

나는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겪어 보지 못한 일이건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샘솟듯 흘러나오는 건,

내안에 이미 그 시간들이 스며든 까닭이다.

 

갑옷을 풀고 지팡이 없이 두다리로 걷게 되면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달빛아래 빛나는 탑골공원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거닐어 보고 싶다.

아들과 함께.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 오가던 그 길을.

천년전 지금  어려서부터 병약하고 집안이 가난하여 정규교육도 받지 못했고

서자로 태어나 마흔이 되도록 책만 보고 있던 바보와

그 바보를 이해하여 한평생을 같이한

마음 따뜻하고 총명한 그이의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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