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거침없는 할머니의 남성 폭력에 저항한 통쾌하고 도발적인 복수극, '루거총을 든 할머니'.

 

 두 차례의 세계대전, 남편의 가정폭력, 나치의 만행.. 남성 주도의,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비합리에 맞서는 베르트 할머니의 허무맹랑하지만 당당한 투쟁기. 루거총을 든 베르트는 진정한 여전사이자 페미니스트. 나를  짓밟거나 범하려는 남자는 죽이는 한이 있어도 당하지 않고 응징 하겠다는 그 대범함과 저항정신, 마녀같은 독함은 현대 여셩에게 꼭 필요한 정신이다. 남성에 대한 희생과 복종이 당연시 되는 이 사회에 대한 경종, 나약하게 당하기만 하고 징징거리고 있지 말고 강하게  맞서라는 베르트 할머니의 메세지.

 

 그런데 두번째 남편까지 베르트가 죽였을 때는 굳이 죽일 필요까지 있었나 싶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베르트가 너무 과격한거 아닌가 싶었다. 최종적으로 베르트의 집 지하실에서 7구의 시체가 나왔고, 베르트는 그 사연에 대해 양심고백을 하며 다른 장소에도 세구의 시체가 또 있다고 말하는데!!

 

 본인도 인정하다시피 괴물은 괴물인 듯.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을 소설 속에서 대신 해주니까 대리만족으로 이런 통쾌한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닐까. 베르트의 거침없는 질주를 즐기자. 실제로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때려 죽이고 싶은 사람들과 그런 상황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때마다 참고 마음속으로 삭히는 내 속마음은 얼마나 새까맣게 타들었는가. 이와 반대로 때려 죽이고 싶은 순간 거침없이 실행한 베르트이 행보는 짜릿한 쾌감을 준다. 내 속이 다 후련하고 뻥뚫린다. 

 

 베르트의 행보 중 독자로써 가장 통쾌했던 부분은 8살의 베르트가 강아지를 학대한 동네 조무래기들을 낭심공격으로 응징하는 장면과 루터를 죽인 인종차별주의자 3인방을 처단하는 장면이었다.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쓰레기들, 사회악은 그렇게 깨끗이 자비없이 혼내줘야 한다.

 

 그나저나 베르트는 계속 실망하고 당할 것을 알면서 왜 계속 찌질이들하고 결혼을 하는가. 어짜피 결혼은 환상, 그 후로는 추잡한 일상의 반복인데 왜 자꾸 미련을 못버리는지, 또 실망하고 죽여버릴꺼면서. 이 남자만은 다른 사람과 다를거라는 환상, 세상에서 유일한 남자일꺼라는 착각을 버리라는 반면교사의 교훈인가.

 

 102세 할머니 베르트는 죽음도 그녀답게 멋지고 깨끗했다.

 

 이 책의 작가 브누아 필리퐁, 그의 통통 튀는 입담이 날 것 그대로 담긴 책 속의 문장들은 수다스럽지만 만담처럼 유쾌하고 즐겁다. 작가의 재치가 베르트 할머니에게 그대로 녹아있다.

 

 요즘 사는게 심심하고 뭔가 억울하고 우울하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 특히 여성분들. 베르트 할머니의 거친 행적을 좆아가다 보면 속이 후련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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