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줌, 그림 속 그림 여행작가: 이슈트반 바녀이 Istvan Banyai출판: 진선출판사발행: 2025년 4월원제: ZOOM초판: 1995이번 문학동네 여름편에서 박준상교수는 “시는 어떤 것을 더 잘 인식하게, 더 잘 이해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새롭게 느끼게 하기 위해 씌여진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시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들이 그러한 것 같다. 이 그림책도 독자의 사고력과 상상력의 한계를 자꾸 찌르고 틀면서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준다. 일단 말이 없는 책이고 앞에 나왔던 장면이 다음 장에서는 일부분으로 나오면서 장면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우주까지 뻗어나간다. 점점 커지기만 하는 단순한 구조인가?그렇지만은 않다. 이상하고 새로운 자극을 느끼게 하는 요인 중 한 가지는 앞 장과 다음 장의 비관련성이다. 앞 장에서는 바다위 배가 떠있는 장면인데 다음 장에서는 버스에 붙은 광고의 한 부분으로 배가 나와있다는 식이다. 한 방향으로 계속 확장되기만 한다면 방-집-마을-도시-세계-우주이렇게 단순해야만 할 텐데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바다위 배와 도로위 버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바로 연관짓기 힘든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장면이 연달아 나왔을 때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의문Q왜 왼쪽 페이지는 검은색일까?내 생각: 페이지를 넘겼을 때 독자가 느껴야할 놀라움을 주르르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해볼 시간을 주고 페이지를 넘겨 놀랄 기회를 주는 것Q 왜 원제는 줌 인데 번역은 줌 그림 속 그림 여행이라고 했을까?내 생각: 줌의 뜻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없다. 결국 여행을 떠나는 주체는 독자일 것이다. 세상을 보는 시선의 여정이라는 신나는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서 붙였을 것 같다.작가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았다. 작가는 롤링스톤지같은 신문에 작품을 내기도 하고 소니뮤직등의 앨범커버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세서미스트리트나 슈퍼맨 등 미국의 만화산업이나 일러스트가 생각나는 색감에 정교한 드로잉이 멋스럽다. 원래 절판된 책이라고 한다. 슈슈님 글 보니까 절판된 책은 제목이 가로로 적혀있었다. 이 책이 2025년 4월에 다시 나오게 된 것을 모르는 상태로 신나게 읽었는데 난 그저 예술작품 보듯이 봤다. 멋있는 고전, 세련된 고전을 갖게 되어 매우 기쁘다.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즐겁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