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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8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정영훈.김세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위대한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살았던 17세기의 스페인은 빈곤과 타락, 위선으로 가득한 세계였다. 그러한 사회에서 그라시안은 자신의 본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에게 높이 평가받고, 행복을 지켜나가기 위해 알아야 할 지혜로운 조언들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자 했다. 자기 인생의 주인 되고 명성을 얻기 위한 미덕과 품위를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자신이 돋보이도록 상대방과 친구까지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는 그라시안의 지적은 자칫 세속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채근담’, ‘탈무드’처럼 인생수업으로서의 깨우침의 글들을 반복해서 읽으며 체득하려는 노력이 100세 시대에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는 숨을 쉬려하고, 정신은 추구하려 한다. 모든 것을 가진 자는 모든 것에 실망해 불만을 느낄 것이다. 더 알아야 할 무언가가 남아 있어야 호기심이 일고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은 즐거운 여행이어야 한다. 쉼 없는 인생은 주막에도 들르지 않는 긴 여행만큼 피곤하다. 다양한 지식은 삶을 즐겁게 만든다. 멋진 인생의 첫 여행은 죽은 자들과의 대화로 시작하라. 두 번째 여행은 산 사람들과 보내면서 이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을 보고 깨달아라. 살아가는 동안 단 하루도 태만히 보내지 마라. 운명은 우리에게 즐기듯 장난친다. 그리고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연으로 가장한 큰일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언제나 머리와 지혜, 용기, 아름다움으로 대비하도록 하라. 아무런 걱정 없이 신뢰로 가득했던 날이 갑자기 우리의 명망이 곤두박질치는 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후에 해야 할 일로 인생을 시작하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휴식을 취하고 노력은 마지막으로 미룬다. 그러나 중요한 일은 처음에 하고, 부수적인 일은 여력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잘 되려면 시기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불행한 때는 오게 되어 있다. 그때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상황이 달라져도 불운은 계속된다. 그러나 두 번 생각하고, 자신에게 때가 왔는지 안 왔는지에 따라서 뒤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학문과 용기는 위대함을 낳는다. 학문과 용기는 불멸의 것을 만든다. 학문과 용기는 자체가 원래 죽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아는 것만큼 행할 수 있기에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다.
올곧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올곧은 사람은 언제나 진실의 편에 선다. 확고부동한 신념을 바탕으로 군중의 열정도 독재자의 권력도 결코 정의의 경계를 넘어서게 하지 못한다. 내면이 외면보다 더 커야 한다. 철저함과 깊이가 있어야만 본연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 언제나 내면이 외면보다 더 커야만 한다. 자기 자신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라. 모든 이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자신의 지성을 내보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필요한 것 이상으로 힘을 들여서도 안 된다. 지식이나 행위뿐만 아니라 그 무엇도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자제한다는 것은 현명하다는 확실한 증거다. 우리의 혀는 야수와 같다. 한번 놓쳐버리면 다시 쇠사슬에 매기 어렵다. 우리의 혀는 영혼의 맥박이다. 현명한 사람은 그 맥박의 움직임을 늘 파악하고 있다. 주의 깊은 사람은 그 맥박에서 심장의 모든 움직임을 감지한다. 책의 구절 하나하나가 모두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지나온 과오를 반성하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도 하는 주옥같은 문장들이었다.

사람의 심성은 7년마다 변한다고 한다. 사람은 20세에 공작이 되며, 30세에는 사자, 40세에는 낙타, 50세이면 뱀이다. 60세일 때는 개가 되며, 70세가 되면 원숭이가 된다. 그리고 80세가 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제시된 동물의 속성과 현재의 내가 비슷한지는 모르겠으나, 심성의 변화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동안의 새로움 경험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전혀 다른 환경에의 노출 등으로 개인적으로 취향과 심성에 변화가 상당히 있었던 것 같다. 스페인의 유명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명저를 탐독했으니, 다음번에는 독일의 니체, 괴테, 쇼펜하우어의 관련 저서 등을 탐독하며 나의 정신을 항상 새롭게 또 새롭게 하려고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