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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에베레스트까지 - 한 평범한 사람의 7대륙 최고봉 등정기
이성인 지음 / 문학세계사 / 2022년 9월
평점 :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백두대간 종주, 지리산 당일 종주, 서울 근교 북한산을 포함한 5산 종주 등이다. 에베레스트산 등정은 전문 산악인만 도전하는 코스로 알고 있는데 한 평범한 사람이 7대륙 최고봉 등정기 책으로 펴내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사람의 의지로 이룰 수 있는 목표는 말 그대로 무한대인 것 같다.
7개 대륙 최고봉 등정으로 첫째 이야기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인 검은 대륙의 하얀 산, 킬리만자로(5,895m)이다. 둘째 이야기는 남미대륙에 있는 바람의 산, 태양의 산, 아콩카과(6,962m)이다. 셋째 이야기는 유럽 대륙에 있는 캅카스산맥의 신화의 땅에 신처럼 선 엘브루스(5,642m)이다. 캅카스산맥은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전해 주고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서 바위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파 먹힌 형벌을 당한 산이라고 한다. 넷째 이야기는 에베레스트(8,848m) 정상은 티베트와 네팔, 두 나라가 공유하며 카라코람산맥에 있다. 에베레스트는 예부터 부르던 이름이 초모룽마는 티베트어로 ‘세계의 여신’ 또는 ‘세상의 모산’이라는 뜻이다.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라 부르고 산스크리스트어로 ‘하늘의 머리’라고 한다. 다섯째 이야기는 ‘하얀 어둠’ 속의 얼음 산 빈슨(4,892m)이다.

제7대륙이라고 불리는 남극 대륙은 주인 없는 땅이며 그래서 자유롭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29개국이 과학 연구 기지를 두고 과학 연구 경쟁으로 ‘평화적 전쟁’을 벌리는 곳이다. 여섯째 이야기는 북아메리카 광활한 툰드라 위로 솟구친 알래스카산맥 중앙부에 거대한 빙하가 떠받치고 있는 디날리(6,190M)이다. 디날리에서는 히말라야에서처럼 셰르파나 포터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식량, 연료, 텐트 등 모든 장비를 동반자가 운반해야 하고 이에 더하여 자연 보호라는 도덕적 의무가 주어진다고 한다. ‘디날리 룰’ 즉 디날리의 등반 규칙은 알래스카의 자연적 문화적 특수성에 미국 정부의 자연 보호 정책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알피니즘? 난 그런 거 몰라. 디날리에 오르고 싶다고? 그럼 올라. 그건 네 자유야.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일은 물론 산에 가해지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네가 책임져. 어때, 간단하지? 공정하기도 하고 말이야. 이게 디날리 룰이야’.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고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우리 가슴에 새겨야 하는 ‘룰’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오랜 시간 향유하고 싶은 인간들의 의무일 것이다.
일곱째 이야기는 오세아니아 대륙 원시의 자연 속에 있는 칼스텐츠(4,884m)이다. 지구 표면은 약 71%의 바다와 29%의 육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보통 5대양 6대주로 바다와 육지를 분류해 왔다. 지금은 남극 대륙이 지리 인식 체계에 들어와 7대륙으로 구분하며 오세아니아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뉴질랜드와 파푸아뉴기니를 비롯한 태평양의 여러 섬을 묶어 대륙으로 분류한 지리적 명칭이다. 오세아니아는 대양이 낳은 땅이다. 당연히 큰 바다 가운데서 고립된 채 오랜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오세아니아의 어느 곳에서는 천년 전의 시간이 머물러 있고 그 시간은 원주민의 삶 속에 살아 있어 석기 시대의 시간과 현재가 공존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칼스텐츠 산행은 시간 여행이라고 한다.

“등산은 한 걸음의 진실이다. 동네 뒷산이든 에베레스트든, 한 걸음 한 걸음 쌓아 올려야 한다. 등정은 좀 특별한 한 걸음일 뿐이다. 높이 오르는 걸음일수록 받쳐 주는 다리가 튼튼해야 한다. 등산은 오로지 나 자신으로 굳건히 대지에 서는 일이다."라는 저자의 글이 내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을 통하여 전문 산악인, 에베레스트 상업 등반대, 일반인의 7대륙 최고봉 등정 도전 등기존에 잘못 알고 있는 내 상식들을 수정하고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아직은 동네 뒷산이나 초보 등린이들을 위한 쉬운 산 위주로 산을 등반해 본 경험밖에 없지만 향후 전국의 명산 정복과 해외 명산 등반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