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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 취향의 발견 - 온전한 생명력을 지닌, 와인의 ‘오래된 미래’
정구현 지음 / 몽스북 / 2022년 9월
평점 :

책을 통해 와인에 문외한인 상태에서 수많은 와인들과 생소한 와인들을 그림과 함께 접할 수 있어서 색다른 느낌으로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에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작가는 내추럴 와인을 올바르게 알고 마시는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내추럴 와인 메이커인 제롬 소리니의 와인을 좋아해 딸의 이름도 소린으로 지을 정도로 작가는 와인 덕후(?)임이 분명한 것 같다.
내추럴 와인이란? 오직 포도와 포도껍질의 자연효모로만 만든 와인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내추럴 와인 순소비국은 놀랍게도 일본으로 40년이 넘는 와인 천국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신기했다. 와인은 저마다 다양한 향이 있다고 하는데 와인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은 수많은 종류의 와인들을 어떻게 구분해 내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내추럴 와인은 자연 효모를 사용하여 와인을 대량으로 생산하기가 불가능하고 좋은 와인을 만들려면 오랫동안 포도밭 전체를 전통주의 누룩방처럼 관리해야 해서 상업적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내추럴 와인의 아버지인 쥘 쇼베는 현대 과학적 와인 양조법의 개발자로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최고 와인을 양조하기 위해 포도의 품질과 효모에 집중했다. 척박한 땅에서 비료나 농약 없이 포도를 생산하던 와이너리들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게 되었고, 건강을 잃어가는 농부들은 자연주의 농법에 집중하게 되었다. 대량생산에 불리한 품종과 양조법을 지키고 소량 생산으로 와인의 다양성을 지켜온 사람들이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이다. 1970년 이후 모든 종류의 술 생산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컨벤셔널 와인은 내추럴 와인 생산량의 최소 8배 ~ 최대 60배 많아서 컨벤셔널 와인으로 전 세계의 대중이 와인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같은 지역에서 자란 포도로 같은 양조법을 사용한 같은 생산자의 와인이라도 수천수만 가지의 품종이 다른 맛과 향을 낸다는 게 굉장히 놀라웠다. 어린 와인은 포도자체향으로 깨끗한 산미와 맛을 즐길 수 있고 잘 익은 와인은 마실 때 향미가 과일향과 어우러져 모든 면에서 부드러워진 맛과 향을 즐기게 된다. 대다수 내추럴 와인 브랜드는 와인에서 포도와 과일의 캐릭터를 가장 중요시하는데 각 품종의 맛과 향을 각 데루아에 맞게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내추럴 와인은 인공적으로 온도가 조절되는 발효 조를 사용하거나 미세 산소 투과 등 강제로 와인을 산화시키거나 숙성시키는 양조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내추럴 와인의 매력적인 부분 같다.

우리나라에서 10월 1~3까지 포도의 주산지인 영천에서 '영천와인 페스타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지역의 10여 개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50여 종 와인을 시음할 수 있으며 27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와인 투어객을 환영하는 2013년부터 매년 열리는 와인 축제라고 하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와인에 관심이 없었기에 이러한 축제가 열리고 있었는지조차도 몰랐는데, 이번을 계기로 내년 영천와인 페스타 축제에는 한번 참석해서 나에게 맞는 맛과 향을 가진 와인들을 찾아보며 와인에 물드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이 책을 내추럴 와인 입문자들을 위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