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배신의 시대 - 격동의 20세기, 한·중·일의 빛과 그림자 역사의 시그니처 1
정태헌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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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외교의 시대이다. 지정학적 위치상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양 국가를 상대로 외교력을 발휘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 근현대사회에 접어들어 일본과 미국에 의존하여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중국의 문호 개방과 더불어 90년대 한중수교가 재게 됨에 따라 현재는 미국, 일본 두 나라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과 상호의존성이 더 커지게 되었다. 미. 일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나 기업은 어떤 입장을 갖고 외교나 경제 행위들을 할까? 천연자원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미국 및 세계 경제와 각국과의 교역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투자나 자금 관리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외교 상황이 중요하다 판단되어 뉴스나 미디어 등을 통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대 국가들과 한국의 관계가 조선 후기 서구 열강들의 제국주의 시대에 내던져진 조선이 처한 관계와 너무 흡사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그 당시 한국, 중국, 일본의 인물 각 2명씩을 비교하여 조명한 부분이 참으로 특색 있고 쉽게 이해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키워드인 제국주의, 사회진화론, 근대주의, 근대화론, 민권, 평화 등에 따라 세 국가 여섯 명의 삶을 살펴보면 오늘과 미래를 위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책을 저술했다. 19세기 서구 제국주의는 아프리카 및 중동 분할 점령과 함께 중국과 인도차이나 등 동아시아 지역을 침략해왔다. 세계사 속의 근대는 인종주의를 동반한 제국주의의 침략과 수탈, 학살을 사회진화론, 자유와 평등, 문명화, 근대화 등의 개념으로 포장하거나 합리화하였다는 저자의 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일본에 군국주의적 침략 이데올로기가 득세할 때 후세 다쓰지는 침략전쟁과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민족을 넘어 보편적 인권과 평화를 추구하는 힘든 길을 걸었다. 반면 도조 히데키는 군부가 일본을 이끌어가야 한다면서 침략전쟁의 선봉에 나섰다. 오늘의 일본은 구제국주의 국가 중 과거사 정리 수준이 가장 뒤떨어진 후안무치(厚顔無恥) 한 나라다. 이웃 국가이다 보니 일본과 경제, 문화, 역사적 교류하며 공존해야 하는데, 과거사를 반성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일본을 볼 때면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뿐 아니라 일본산 제품, 일본인까지 정이 가지 않을 때가 많다. 루쉰과 조소앙은 사회진화론, 근대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서 투쟁했다. 그들은 중국과 조선의 처참한 현실에서 희망과 민중의 역동성을 찾고 평화를 추구하는 삶을 살았다.


반면 왕징웨이와 이광수는 근대의 ‘힘’을 추종하고 그에 기대어 어항 속의 ‘권력’을 추구했다. 근대주의에 함몰돼 일본이 도발한 침략전쟁의 나팔수로 나서 결국 도조와 한마음이 됐다. 오늘날에도 한국 사회에는 이광수 류의 목소리가 남아 있다. 식민사학의 복사판인 식민지 근대화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일부의 무리는 베를린까지 가서 ‘위안부는 사기’라면서 소녀상 철거를 외치는 몰지각한 역사관을 가지고 시대에 뒤떨어져 나라 망신을 시키는 한심한 자들이 있다.



니체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은 기독교와 민주주의의 부정적 이념을 넘어 자기 입법적인 ‘초인’이었다. 초인은 일체의 이념적, 윤리적 구속을 초월해 오직 자신의 힘을 관철하려는 긍정적 의지로 충만한 존재였다. 조소앙이 주장한 내용은 “무산계급 독재도 자본주의 특권계급의 사이비적 민주주의 정치도” 아닌 “오직 대한민국의 헌법에 제정된 균등 사회의 완전 실현”과 “개인 대 개인, 민족 대 민족, 국가 대 국가 간에 평등 호조를 원칙으로 한 자유, 평화와 안전을 누릴 수 있는 사회”의 실현은 “인류 이상”이자 “우리 민족에게 부여된 민족적 최대 과업이다.” 조소앙의 삼균주의 정신을 되돌아보고 남북 협력과 평화공존의 시대를 열어가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격동기 세 국가의 상징적 지식인들의 삶을 반추함으로써 세계사적으로 대전환 또는 위기의 시대인 21세기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어 책을 있는 내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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