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역사 - 시대를 품고 삶을 읊다
존 캐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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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일까? 음악이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된 소리라면, 시는 언어를 조직하는 한 방식이다. 언어를 특별하게 빚어내면 시가 되고, 시가 되면 기억되고 가치를 부여받는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은 <길가메시 서사시>다. 이 서사시는 여신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길가메시라는 왕의 이야기다. 여러 신화와 종교에서 신들은 인간 영웅들을 총애하거나 박해하고, 인간 영웅들은 괴물과 싸우고 죽음의 영토인 지하 세계로 내려갔다가 산 자들의 세계로 돌아온다. 신들은 원래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창조했지만, 나중에 죽음을 만들어내어 대홍수를 일으키고 인류를 몰살한다. 죽음과 함께 사랑 또한 시의 영원한 주제며 사랑은 <길가메시>에서 핵심적인 화두로 드러나고 사랑은 문명화의 힘이며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이다.


<호메로스 서사시>는 최초의 전쟁 시다. 이 서사시는 10년에 걸친 트로이 포위전의 마지막 몇 주일에 걸쳐 그리이스군과 트로이군이 맞붙은 전투를 묘사하며 트로이군의 총지휘자인 헥토르가 그리스 전사 아킬레우스의 손에 죽음을 맞는 지점에서 막을 내린다. 이 시는 전쟁에 대해 상충적인 태도를 보인다. 전쟁은 영광이자 공포로 그려진다. 비겁함은 경멸을 받음이 마땅하다. 그러나 전쟁의 잔혹성과 무의미 역시 폭로된다. 이 모순은 전투 장면을 관통하는 두 가지의 다른 스타일에도 반영된다. 전사들은 서로 격식을 갖춘 수사적 언어로 웅변가처럼 대화하지만 죽을 때는 도살되는 가축과 다름없이 생을 마감한다.



제프리 초서는 중세의 위대한 영국 시인으로 런던 포도주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궁정 기사이자 군인이자 외교관이자 공무원이었다. <새들의 의회> 시에는 초서 다운 특징이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웃긴다. 둘째, <캔터베리 이야기>처럼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그 계층의 상호작용을 그리고 있다. 셋째, 초서는 양측을 모두 보고 있다. 온화하면서도 관용적이다. 넷째, 새들이 사람처럼 말하게 함으로써 초서는 모든 삶 – 인간, 새, 동물, 녹색 세계 – 이 자연에 의해 하나로 묶여 있음을 암시한다. 초서는 자연 숭배자가 아니고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신이 세계를 다스리는 방식에 흥미를 느꼈고 ‘자연’은 그 섭리의 일부로 보았고 신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면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존 밀턴은 셰익스피어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시인으로 여겨진다. 그는 자유를 신봉했고 세습군주제는 터무니없는 헛소리이며 교회는 사기꾼이며 노동자들이 내는 ‘십일조’나 세금으로 먹고사는 주교들이 말도 안 되게 화려한 옷을 입고 살며 제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벌하는 특별한 교회 재판소를 운영하는 건 부조리라고 믿었다. 영국 내전이 발발했을 때 그는 왕당파가 아닌 의회파의 편을 들었다. 밀턴에게 재앙이 일어난 시기에 결국은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지만 기적이 일어나 ‘하늘에서 내려온 뮤즈’라고 부르는 초자연적인 여인이 밤마다 그에게 시를 들려주었고 잠에서 깨어난 후에 밀턴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불러주어 받아쓰게 해서 여러 해에 걸쳐서 위대한 걸작이 쌓였다. 시의 원천은 밀턴의 정신이었고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낙원>의 서두에서 밀턴은 자신에게 시를 불러준 뮤즈가 모세에게 창세기의 영감을 주었다고 썼다.



시의 역사는 시대를 품고 삶을 읊는다는 명제가 마음에 와닿는다. 국가들의 처한 사정에 따라 여러 시인이 나타났고 당시의 상황을 반영한 시가 만들어지고 전해져왔다. 고대문학, 중세문학, 현대문학의 여러 시들을 수능 언어영역 고득점을 위한 문제풀이를 위한 시 해석에만 익숙해져 시 감상에 전혀 흥미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학창 시절 이후로는 그 흔한 시집 한편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서양의 시에 대한 지식도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서양의 서사시와 시 그리고 시인들에 대하여 단편적으로나마 알았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이 될 때마다 두고두고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영미문학과 그 속에 담긴 그들의 문화, 역사 등을 이해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는 데에도 활용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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