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여성 철학사
리베카 벅스턴.리사 화이팅 외 지음, 박일귀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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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철학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학자 중 여성은 누가 있을까? 떠올려보려 해도 여성 철학자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다. 플라톤의 유명한 작품 <향연>에는 디오티마라는 여성이 등장한다고 한다. ‘향연’은 다양한 철학적 주제를 토론하는 남성들의 모임으로, 대개 연회와 술자리로 이어지고 남성 철학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여성이 참석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가 더 미숙한 자신에게 소크라테스식 대화법, 즉 어떤 관점이나 정의에 대해 일련의 질문을 던지고 대안적인 입장을 이끌어내는 논쟁적인 문답법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디오티마가 소크라테스의 가장 큰 철학적 공헌인 방법론을 가르쳐준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암시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와 토론하면서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그녀의 지혜를 배우고자 했으며, 토론 중 디오티마는 자신 있게 ‘제 말이 맞습니다!’라며 자기주장을 펼치고 때로는 논의에 잘 따라오지 못하는 소크라테스를 꾸짖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위대한 여성이 철학의 탄생지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의아하면서도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최초의 여성 역사가이자 고대 중국의 위대한 여성 지식인인 반소는 후한(後漢) 초에 태어났다고 한다. 반소의 가장 눈부신 업적은 <한서> 편찬에 공헌했으며 <한서>는 한 고조 유방부터 한 평제까지 300년 동안 전한(前漢)을 통치한 황제 열두 명을 기록한 역사서다. 반소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하고 당시 상류층 여성을 교육하기 위한 저작을 만들었고 그녀의 윤리관은 역사와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지식인들의 학문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반소의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작품인 <여계>는 여성이 가문에서 ‘가족 구성원들과 잘 지내는 법’과 ‘사회에서 위신을 지키는 법’에 대한 이야기며, 무례 비난 다툼 대립이 불가피해 자신의 본분 즉 완전한 순종을 지켜내기 어려운 시댁에서 가정의 화합을 이루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딸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집필했다고 한다.


로마제국의 속국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히피티아는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고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과 관련해 신뢰할 만한 역사적 기록물을 남긴 최초의 철학자였다고 한다. 히파티아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과 다양한 관점에 대해 개방성과 포용력을 보였으며 종교적 갈등이 심했던 그 시대에 비기독교도였던 그녀는 수많은 기독교도와 유대 교도와 교류하였고 그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히파티아는 철학이 사회와 불가분 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으며 수학을 가르치고 수학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공헌을 하는 동시에 자신의 지식이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활용했다. 조용히 가르치고 글을 쓰면서 교실과 도서관에만 머무를 수도 있었으나 그녀는 세상 밖으로 나가 선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결국 죽음에 이르는 위험까지 감수했다고 한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히피티아는 행동하는 양심적인 지식인으로서 귀감이 될만한 존재 같다.


동양철학자로는 공자, 맹자, 장자, 노자 등이 유명하며 관련 책도 많고, 서양철학자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데카르트, 니체 등 무수한 유명 철학자 관련 책과 그들의 어록이 유명하지만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여성 철학자가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으나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점이 많이 아쉬웠다. 더욱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시대를 관통했을 우리나라의 여성 철학자들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책에서 소개하는 20명의 여성 철학자들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여성 철학자 관련 책도 찾아보고 그들이 집필한 책이나 업적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적 스펙트럼을 넓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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