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죽음으로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나카 미치타로 지음, 김지윤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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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말은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이다. 전자는 자기계발을 위해서 강조되는 교훈이고, 후자는 위정자의 입장에서 시민을 통치하는 기술로 인용되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크라테스의 모든 것을 알려면 그의 제자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등 이른바 소크라테스의 4대 복음서를 읽어보라고 저자는 권유한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70년에서 469년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기원전 399년 봄 무렵에 대략 일흔 살의 나이로 아테네의 감옥에서 처형당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일생을 통틀어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그의 죽음과 만년의 삶이라고 한다. 역사적인 사건은 모두 지나가 버린 과거에 속하고 그것이 어떤 사실로 인정받는 까닭은 현재의 우리와 어떤 연결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란 항상 우리로부터 일정한 시간의 척도로 잴 수 있는 곳에 실마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라고 하면 그것은 이야기일 뿐이지 역사가 아니고 연대 결정은 역사 인식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에 있어서 시간 확인은 더없이 중요하다.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책 한 권도 남기지 않았고 우리는 플라톤이나 크세노폰 등을 통해 그의 언행에 대해 들을 뿐인데도 현대에까지 그가 했던 말, 그의 죽음이 유명한 것이 어찌 보면 상당히 신기하다.

 

소크라테스 처형과 관련하여 아테네 법정은 배심제여서 평범한 시민 가운데 선출된 사람들이 투표를 통해 유죄와 무죄를 결정하고, 원고와 피고의 의사에 따라 형을 정하기도 했다. 소크레테스의 경우, 재판에 참여한 사람은 501명이었다고 한다. 그는 281표 대 220표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형에 대해 논의할 때 법정을 화나게 했으므로 361표를 받아 고소인 멜라토스가 주장한 대로 사형이 가결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사회적 합의와 규율에 따라 처벌되긴 했으나, 군중심리에 의해 저명한 학자 한 명이 희생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소크라테스의 전설적인 악처 크산티페가 소리를 지르며 잔소리를 하고 있는데, 소크라테스가 친구 알키비아데스와 이야기를 나누자 더욱 화가 난 크산티페가 소크라테스에게 물을 끼얹었다는 등 아내와 관한 몇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지는데, 평범한 여성의 모습으로 소크라테스에게 물을 끼얹거나 옷이 벗겨질 정도로 잡아당기는 사나운 야생마 같은 크산티페가 아니라고도 하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토론을 통해 두 가지를 배울 수 있는데, 하나는 소크라테스가 항상 토론의 근저에 상정하는 것, 그 전제가 되는 것에 주목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애쓰고, 그것이 분명해지면 개개의 경우도 자연스럽게 분명해지는 방법을 취했다. 또 하나는 누구나 승인할 수 있는 사실, 혹은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을 수 있고 일반인들이 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실을 통해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문답법은 토론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상대방의 동의 혹은 승인을 얻어야 하기에 그 방식은 자연히 일반의 동의를 얻기 쉬운 길을 취하는 쪽으로 향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편적 정의’와 ‘귀납적 논법’ 두 가지를 소크라테스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인정했다.

 

‘소크라테스는 전 생애를 정의의 문제에 바친 사람이며, 그의 삶과 죽음은 그가 만인에게 물었던 것에 대한 답이었고, 그가 삶을 통해 보여준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알려고 했던 진실은 무엇일까? 참과 거짓이 교묘하게 뒤섞인 현실 속에 살면서 우리는 참에 대한 갈구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바르게 사는 일에 무관심하거나 바르게 살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자신을 합리화 시킨다. 이 책을 통하여 다시 한번 인생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고, 너무 올곧게 현실에 맞서는 것도 피곤한 삶이지만 너무 현실에 타협하여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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