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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평점 :
책 제목 '명상 살인'을 처음 봤을 때 심신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명상과 타인을 죽이는 살인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책 내용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주인공 40대 형법 전문 변호사 비요른은 큰 집무실, 고급 책상과 함께 소중한 딸과 아내, 10만 유로의 월급을 버는 나름 잘나가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 때문에 딸 에밀리와는 거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아내와는 매번 다투며 결혼 생활의 위기까지 내몰리게 된다. 이에 비요른은 현실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명상 센터를 찾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푸른 하늘, 4월 말, 토요일 오전 딸과 함께 소풍을 가기 위해 출발하는 찰나 마피아인 비요른의 오랜 의뢰인이자 딸과 가는 목적지 호숫가 별장의 주인인 드라간의 연락이 온다. 드라간과의 통화 내용은 수년간 도청당해 왔기에 그들은 둘만 아는 암호 2개를 정했다. 하나는 '타이타닉 보기', 다른 하나는 '아이스크림 먹기'! 암호부터 이 책의 전반적인 블랙 유머 코드와 잘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딸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러 호숫가를 향해 가다가 돌아와 의뢰인과 은밀하게 접선하고,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위급한 상황인 의뢰인을 트렁크에 싣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과 다시 세 명이서 불편한 동승을 하여 호숫가 별장에 도착하는 비요른! 비요른이 어떻게 195cm의 거구 마피아 두목 드라간을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으나 호숫가에 도착해서 딸과 호수에서 수영하고 모래사장 성 만들기를 하고 낮잠을 자고,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행복한 시간 동안 트렁크 온도는 59.7도까지 올라가며 드라간은 트렁크 속에서 글자 그대로 burn out 상태에서 사망하며 주인공은 첫 번째 살인을 한다.
드라간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고 계속해서 드라간 조직원들에게 지령을 내리기 위해 시신을 토막 내면서 드라간의 엄지손가락을 획득하려 고군분투하는 비요른이 너무 웃겼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느닷없이 도둑 까치가 드라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반지를 낀 손가락을 훔쳐 달아나기까지 하는 장면에서는 살인, 시신 훼손, 유기의 잔인한 상황에서 독일식 유머(?)가 느껴졌다. 드라간의 직접적인 경쟁자 보리스, 드라간 조직의 조직원 토니 등 만만치 않는 인물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만 그때마다 목요일 명상 수업에서 배운 명상을 통해 순간순간을 잘 헤쳐나간다.
의뢰인을 살해하고,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인물 토니를 포함해 남자 넷을 죽여야 사는 변호사 된 비요른!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유치원 입학을 위해 KOTZ라는 사이트에 31개의 지원서를 썼지만 모두 탈락하여 유치원 문제를 해결하라는 아내의 닦달을 견뎌야 하는 현실 상황! 비요른처럼 아들의 유치원 문제 해결이 긴급하여 드라간 살해의 유력한 용의자인 비요른을 모른척하는 형사 페터! 보스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유치원 대표가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어리숙하고 이해불가의 행동들을 해서 작가의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마지막은 드라간의 직접적인 경쟁자 보리스를 주인공의 차 트렁크에 실으며 마무리된다. 현재 명상 살인 2,3권도 발행되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니 이어지는 속편에서는 비요른이 누구를 살인하고 그 과정에서 명상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에밀리가 '바닷물고기처럼' 유치원은 잘 다니는지 빨리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