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켰을까? 혁명 시리즈
칼렙 에버레트 지음, 김수진 옮김 / 동아엠앤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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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생존은 쉽지 않다. 인간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문화 속에 이어져 온 지식이고, 이 지식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언어라는 사실이다. 일상적인 삶에서 의존하는 지식이 다른 사람들의 정신에만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지식은 쉽게 공유될 수 없다. 하지만, 인류는 그러한 지식을 수천 년에 걸쳐 치밀하게, 때로는 부지불식간에 습득해왔다. 우리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끊임없이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행동양식을 배운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통해 흡수한 정보로 우리는 식사, 수면과 같은 기본적인 활동을 포함한 모든 일상을 채워간다. 그런데 내가 보고 배운 주변 사람들의 행동 또한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생존을 위해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도 있지만, 이러한 필요를 다루는 접근 방식을 구축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속한 문화이다. 우리 삶에 편의를 더하는 거의 모든 물질적, 행위적 발명은 또 다른 사람, 또는 다수의 사람을 통해 혁신을 거듭한 결과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화적으로 구체화한 지식이 축적되는 것은 공동체이지, 구성원 개인이 아니다. 실제로, 공동체의 지식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축적된 지식이 사라졌을 때 전체 문화가 급속히 소멸 상태에 이르기도 하는 점을 볼 수도 있다.


학자들은 언어와 같은 문화적인 혁신이 우리 종의 인지와 행동의 측면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과소평가되어 온 ‘숫자’라는 개념 도구(특정한 양을 가리키는 단어와 기타 부호)를 언어적 혁신의 핵심으로서 인류라는 종을 구별짓는 척도로서 제시한다. 또한 숫자의 역할은 과거에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숫자가 인류를 변화시킨 숫자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숫자와 밀접한 관계를 살펴보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몇 살? 하고 물으면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서 대답을 했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물건을 셈할 때에도 열 개 이하면 왼손, 오른손을 꼼지락거리며 답을 하고 열을 넘을 때는 당황하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숫자’는 세계의 거의 모든 언어의 공통적 요소로 기본적인 숫자 단어가 세계 전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서로 무관한 언어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서로 관련이 없는 언어들의 숫자 단어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패턴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대부분의 언어들이 신체 부분을 참조하여 단어를 구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어학적 증거에 따르면 신체 부분 모델은 전 세계 숫자의 혁신에 동기를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기반을 둔 숫자 단어들이 우리가 현재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역사적으로 확장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손가락에 암묵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기초한 수 체계는 전 세계에 존재하지만 숫자는 다른 요소에 기반을 두는 것일 수도 있다. 5진법과 10진법 외에 2진법 등이 있다.


숫자는 인류의 이야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간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한다. 숫자는 수량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켰으며, 우리의 인지 능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경험을 형성해 왔고 앞으로도 형성할 거라고 주장한다.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들고 내려온 석판에는 열 가지의 신성한 도덕적 의무, 즉 십계명이 새겨져 있었다. 10은 가장 완성된 느낌을 주는 숫자이다. 그래서 우리 삶을 지배하는 규칙을 열 개로 가름한다는 생각은 상식적으로 다가온다. 신성한 개념이 본래 10개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손가락이 10기이기 때문이라는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그간 우리 삶 어디에나 존재하는 숫자를 당연시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숫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의 능력을 수량으로써 발전시킬 수 없었다는 것을 인지하며 숫자의 중요성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수학, 과학, 인류학, 논리학 등의 내용이 뒤섞여 책을 이해하기가 다소 힘들었으나,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면서 다방면으로 지식을 넓혀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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