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양으로 읽는 삼국지 - 중원을 차지하려는 영웅호걸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ㅣ 교양으로 읽는 시리즈
나관중 지음, 장순필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5월
평점 :
중국의 유명한 고대 소설 삼국지는 누구나 1~2번은 접하였으리라 생각한다. 삼국지는 1800여 년 전, 백여 년에 걸친 중국 후한 말에서 진나라로 통일되기까지의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영웅호걸들의 역사 이야기이다. 과거 보통 12권에 달하는 전집을 몇 날 며칠에 걸쳐 전개 과정을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위, 촉, 오 삼국의 흥망성쇠를 몰입하며 책장을 넘겨가면서 읽어 봤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 책은 열권이 넘는 전집을 1권으로 요약하였지만 옛날의 기억들과 전혀 차이가 없고 이야기 전개 과정이 비슷하여 읽으면서도 신기했다. 단 하루 만에 단숨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무릇 장수는 전쟁에 임하여 참모의 충언을 귀담아듣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전략적인 결정을 잘 내려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야 함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직장 생활이나 인간관계 등 매사에 적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삶의 교훈을 주는 것 같다. 직장 생활이란 무릇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촉박한 보고기한, 밀려드는 새로운 업무가 스트레스의 주원인이기는 하나, 직장 내 상사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타부서 직원들과의 관계 등 인간관계가 사회생활의 주를 이루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대체로 업무 스트레스를 압도한다. 삼국지 속의 영웅호걸들의 피 튀기는 두뇌 싸움과 전략을 읽어나가다 보면 삶의 바로미터와 교훈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군세가 모자란 조조가 당장 원소를 치고 싶었으나 참모인 곽가는 다음과 같은 설득력으로 방책을 제시하고 “옛날 한 고조가 항우를 이긴 것은 힘이 강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원소와 승상을 견주어 볼 때 승상께서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열 가지나 됩니다. 첫째, 원소는 허례허식을 좋아하나 승상께선 항상 순리를 따르십니다. 둘째, 원소는 천자를 거스른 역적이나 승상께선 천자를 받들어 백성을 다스립니다. 셋째, 원소는 문란한 정치를 하지만 승상께선 법에 따른 정치를 하십니다. 넷째, 원소는 대범한 체 하나 의심이 많아 일족들만 등용하지만 승상께서는 재주에 따라 사람을 쓰십니다. 다섯째, 원소는 모략을 즐기고 결단력이 없으나 승상께선 계책을 정한 후엔 신속히 행하십니다. 여섯째, 원소는 소문만 믿고 사람을 쓰나 승상께선 지혜로 대하십니다. 일곱째, 원소는 선행을 널리 자랑하지만 승상께선 남모르게 배려하십니다. 여덟째, 원소는 중상모략에 가볍게 흔들리나 승상께서는 한 번 뜻을 정하시면 흔들림이 없습니다. 아홉째, 원소는 옳고 그름이 마음에 따라 수시로 변하나 승상께서는 법을 펴심이 엄격하고 밝습니다. 마지막으로 원소는 허세를 부리고 병법에는 소홀하나 승상께서는 용병술이 뛰어나시니 어찌 원소를 이기지 못하겠습니까?”라는 진언을 조조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이 얼마나 멋진 대화의 모습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부분이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포로로 붙잡힌 진궁에게 어찌하여 여포를 섬긴 것이냐고 냉소 섞인 웃음을 머금고 조조가 물으니 진궁은 “여포는 우매하고 포악스럽기는 하나 조조처럼 간교하여 거짓으로 대의를 앞세워 황실을 넘볼 간웅은 아니다.”라며 떳떳한 죽음 택하고 조조는 그의 노모와 처자를 돌보게 하고 진궁의 시신을 거두어 정중하게 장사 지내게 했다는 장면은 승자가 패자에 대하여 당당함을 인정한 것이라 생각한다.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당당히 말하며 추하지 않는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진궁이나, 포로로 죽은 자이나 그의 절개를 높이사 남은 가족들을 돌보고 사후에 정중히 예를 갖추었다는 것이 인간에게는 여러 면이 있고, 이를 어떻게 부각하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다르기 마련인데 그간 조조를 너무 악독하고 간교한 이미지로만 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천하의 인재를 얻기 위한 유비의 삼고초려는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지도자는 어떤 마음가짐과 정성을 다하여야 하는지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를 가르쳐 준다고 하겠다. 책 속의 또 한 명의 인재인 방통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오의 노숙은 손권에게 방통을 천거하고 그를 크게 써 줄 것을 진언했다. 그러나 손권은 방통의 못생긴 외모와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마땅치 않게 여겼다. 유비도 그의 꾀죄죄한 풍채에 실망한 나머지 처음에는 뇌양현이란 작은 고을의 현령으로 부임시켰으나 장비가 그의 뛰어난 재주를 알아보고 천거해 부군사 중랑장으로 삼았다고 한다. 옛날부터 사람을 평가하는데 身言書判이 중요했나 보다. 삼국지 속에 영웅들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관계 등 여러 방면에서 영감을 준다고 본다. 정치에 큰 뜻을 품고 출사표를 던지고 싶은 사람이나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인 또는 평범한 장삼이사에게도 저자의 <교양으로 읽는 삼국지>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 책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