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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 본기 ㅣ 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이해원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2월
평점 :
역사를 탐구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자문자답해보면 과거의 사실을 기초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타결해 보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역사를 반추해 보고 끊임없이 지혜를 찾으려고 과거를 돌아볼 때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국가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6년 미국이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를 강행할 당시에 한국 내에서 국민들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고, 어쩌면 우리나라의 운명에 큰 영향을 줄만한 사건이었음에도 진지한 토론이나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의 일방적 추진으로 사드 배치가 졸속 추진되었다. 그 결과 중국의 사드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경제 보복, 사드 배치 주변 지역 환경오염 등 대내외적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책 머리글에 "사기 와 사드"로 시작하여 내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중국의 정사와 한국의 사드 배치, 이 둘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중국 정부가 반대했을 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공식 석상에서 '항장무검(項莊舞劍), 의재패공(意在沛公)' 이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이것은 "항장이 칼춤을 추는데 그 뜻은 패공에게 있다"라는 뜻으로 중국을 이해하는데 명실상부하게 첫 번째 필독서로 거론되는 사마천의 '사기' 고사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역사서의 전개 결과로 비유하자면, 미국에 해당하는 항우가 중국에 해당하는 유방에게 졌다. 칼춤 추는 한국이 미국(항우)을 도와 사드를 배치하여도 결국에는 중국(유방)이 미국을 이기고 천하를 얻는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본다.
구동존이(求同存異)는 "공통점을 추구하면서 차이점을 남겨둔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은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다" 이렇듯 중국 외교나 국가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중국 고사 성어는 단순히 인용하는 글귀가 아니라 국익과 직결되므로 그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여야 그에 맞선 대처도 명확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중국인의 성격, 대인관계, 사회 인식, 역사 문화의 특징을 파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일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정통 역사서 "사기"에 인용되고 지금도 사용하는 성어에 대한 이해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강조한다.
한왕 유방이 항왕 항우를 몰아내며 한나라를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유방은 황제의 자질을 하나씩 갖춰 나가며 시행했던 사례들을 제시한다. 정치는 순리이고, 순리는 민심을 따르는 것이며, 민심은 통치의 원동력이다. 약법삼장(約法三章)은 사람을 죽이는 자는 사형에 처할 것이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 자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는 그 죄에 따라서 처벌할 것이다. 안도여고(案堵如故)란 '옛날처럼 집에 있듯이 편안하게 살다'라는 의미로 국가 통치자의 최고 목표는 백성들이 마음 편안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편안하게 산다는 것은 치안과 국방 등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되어 있고 누구나 잘 먹고 살 수 있는 직장을 구하고 집을 살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비방지목(誹謗之木)은 '비판을 위한 팻말'이다. 요임금은 항상 자기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했다. 궐문 앞에 큰 북을 매달았고, 대궐 입구에는 나무 기둥을 세웠다. 임금한테 쓴소리하고 싶거나 억울한 것이 있으면 서슴없이 북을 쳐서 알리고, 나무 기둥은 임금의 정치에 대한 불만을 적으라는 것이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을 통한 청와대 국민청원과 비슷한 방법으로, 이처럼 사기의 각 구절들은 현대인들에게 거울과도 같은 면면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70~80년대까지도 시행되었던 연좌제(緣坐制)는 효문 황제가 "법이란 올바른 통치의 근거이며 포악한 짓을 금하여 선으로 인도하는 것이요. 법을 범하여 이미 형벌을 받았는데도 죄 없는 그의 부모나 처자, 자식, 형제 등도 연좌시켜서 체포하여 처벌하는 것을 짐은 찬성하지 않소. 논의하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옛날 통치자의 현명한 인권의식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중국의 옛 고전이라고 다소 부담감을 가졌으나, 이 책을 통해 왜 중국의 고사 성어가 중국 외교나 국가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앞으로 중국어 실력을 더욱 일취월장해서 미디어나, 일상생활에서 중국인들이 인용하는 고사 성어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조망하는 데에도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