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 가게에 갈까? - 헬싱키 중고 가게, 빈티지 상점, 벼룩시장에서 찾은 소비와 환경의 의미
박현선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헬싱키 도심에서 중고가게를 찾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며 ‘까르뿌또리’, ‘끼르삐스’라 불리는 중고가게가 시내뿐 아니라 동네마다 서너 개씩 있다고 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실내/외 벼룩시장이 열리고 시민들이 주최하는 행사도 빈번하다고 한다. 중고가게에서 타인의 손길을 탄 물건들을 구입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좋고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에도 도움이 되니 1석2조의 효과이다. 중고가게는 순환 경제의 현장이다. 물건을 수취 → 제조 → 처분의 3단계 과정으로 운용되는 신개념 경제로써 새로운 산업 창출할 수 있다. 중고가게를 바탕으로 과소비보다는 필요 없는 물건은 팔고, 필요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순환 경제의 문화가 발달해서 인지 알바알토와 카이프랑크로 대표되는 핀란드 디자인들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그 속에서의 세련되고 우아한 모더니즘적인 감각으로 핀란드를 ‘디자인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더욱이 핀란드 디자인 제품은 고가의 럭셔리 스타일보다는 실용성을 전면에 내세운 생활용품을 위주로 발달해서 근래에는 우리나라 젊은 층들도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 소품들을 선호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없는 게 없는 중고가게? 핀란드에는 중고가게가 매우 세분화되어 양극을 메우는 가게가 많다. 그래서 가격/품목/연령별/성별/제작연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기 때문에 남녀노소 관계없이 사랑받을 수 있다. ‘기부형 중고가게는 사람들이 무상으로 기부하는 물건들의 분류를 통해 물건의 상태나 현재 시장의 가치를 고려하여 가격이 매겨진다. ‘판매 대행 중고가게(잇세빨베루 끼르삐스)’는 누구나 자신이 쓰던 물건을 손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선반 대여 및 진열품을 대신 판매해 주는 중고가게이다.
우리나라도 집에서 필요 없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벼룩시장이나 기증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쓰레기를 버리다 재활용 수거함을 보면 사용하기에 충분히 멀쩡한 가구며 활용 가능한 생활용품, 옷가지들이 수북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며 입지 않는 옷이나 신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장애인들의 복지와 사회참여 향상을 위한 굿월드 스토어나 불우이웃을 돕는 자선단체인 아름다운 가게에 종종 기증하기도 한다.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일상에서 쌓인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맛도 있고, 연말에는 연말정산 혜택도 받을 수 있어도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주변에도 많이 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핀란드처럼 중고 문화, 순환 경제적 문화가 자연스레 확산되어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나 동정심만을 앞세워 물건을 기부하거나 팔지 않고, 중고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가지기보다는 중고 문화를 새로운 하나의 생활 문화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유럽 여행 시에 도시마다 주중 또는 주말에 열렸던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것 또한 새로운 현지 음식을 맛보고 각 도시의 시그니처 건축물들을 방문하는 것 못지않게 흥미로웠던 경험이었다. 수 세기 전의 빈티지 가구부터, 엽서, 옷, 인테리어 소품, 동전, 그릇 등 손때묻고 역사(?) 깊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면서 나름 득템도 몇 개 했고, 현재까지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벼룩시장이나 상설 중고매장 등이 상용화되어서 충분히 사용하지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들을 무조건 폐기하거나 버리기보다는 필요한 누군가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물건의 사용 수명이 연장되었으면 좋겠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미래의 미래세대들을 위해 자원낭비를 되도록 막고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진지하고 필수적인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