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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사람 그릇 - 18년 유배지에서 정약용을 만나다
진규동 지음 / 레몬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다산 정약용 선생에 대해서는 수능 때 국사, 근현대사 역사 과목을 공부하면서 그가 저술한 정치, 경제, 과학 관련 서적들과 조선 후기 사회에 미친 업적들에 대해 수험적인 측면에서 단편적으로 어렴풋이 알았었다. <<흠흠신서>>, <<경세유표>>, 여전론, 거중기 등 시험에 나오는 문제 위주로 정약용에 대한 업적을 암기했던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그러다 몇 년 전 박석무 선생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존경할만한 역사 속의 인물로 생각해왔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적답사기”에는 남도여행 1번지로 강진 다산초당이 유적지에 대해 소개되기도 했다. 그 책을 읽고 가족과 함께 다산초당에 갔던 경험이 있는데, 다산 초당에 가면 마당에 소소하게 차를 나누었을 넓적한 바위가 있고 연못이 있고 강진만을 바라볼 수 있는 정자도 있고 다산 선생께서 장장 18년의 유배 생활 동안 자신의 다짐이자 지도자의 표상을 담고 있다는 ‘정석(丁石)’이라고 새겨진 바위도 봤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저자는 kbs를 정년퇴직하고 2017년 5월부터 강진 다산 박물관 다산교육 전문관으로 근무하면서 자칭 다산 심부름꾼으로 다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평가하며, 다산 강의, 다산정신의 현대적 계승과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책 제목처럼 ‘다산의 사람 그릇’에 천착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먼저, 조선시대에 사람이 죄를 지으면 감옥에 가두지 않고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귀양을 보내어 나름대로 학문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며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억압보다는 아량이나 여유를 발휘하여 오늘날에 바라보아도 정말로 바람직한 역사상 제도로 귀중하게 느껴진다. 목숨과 맞바꾼 18년의 강진 유배 생활을 통해 현재까지도 전해져 오는 다산의 수많은 연구활동과 저서를 현대인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정말 좋은 제도가 아닌가 싶다.
현대 우리 사회는 근대화 이후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 독재 정치의 경제적, 정치적으로 어려웠던 옛날보다 모든 면에서 풍족하고 부족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서 주택과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라는 말이 등장하였다. 이제는 꿈과 희망마저 내려놓은 ‘7포 세대’에서 생명이 포함된 ‘8포 세대’, 인생의 많은 것을 포기한다는 ‘N 포 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하였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에서 상실감과 배신감 등 총체적 우울의 18년 유배 생활에서 세계상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다산 정약용 선생을 되돌아보며 오늘날 현대인들의 암울한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어쩌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다산은 아들들에게 ‘천리는 돌고 도는 것이니 한번 넘어졌다고 반드시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하루아침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서둘러 먼 시골로 이사 가버린다면 무식하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마치고 말뿐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상실과 우울했던 암흑의 18년 유배 생활 속에서도 세계상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다산 정약용 선생을 사표로 삼아 나 스스로도 현실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어려움들을 잘 극복하면서 하루하루 의미 있고 즐거운 삶의 여정이 되도록 주체적인 삶의 자세를 가지고 한 발 한 발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의 중간중간 덧붙여졌던 다산의 많은 시들과 에피소드들이 스트레스와 피곤으로 가득 찼던 일상의 소소하게나마 힐링이 되었다. 다산정신으로 미래 대한민국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힘쓰며 “나라다운 나라,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었던 200여 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