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따뜻한 경쟁 - 패자 부활의 나라 스위스 특파원 보고서
맹찬형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교육부분이다. 학생을 성적순으로 평가하는 게 아닌
얼마나 교우들과 대화를 잘하는지 성격은 어떻고 특징은 어떠한지를 교사가 꼼꼼히 체크하여
그 아이에 적합한 직업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쯤 선생님은 학생에게 대학에 진학해서 투자하는 시간과 학비, 대학 졸업 후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과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할는 경우 받을 수 있는 급여를 상세하게 도표로 비교해서 보여준다고 한다. 주된 메세지는 '굳이 대학에 안가도 사회적 인정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이다'p80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아도 강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스위스 패러독스'의 비밀은 결국 경쟁의 경로를 분산하는 데 있다. 방법은 대학 진입의 문을 높이는 대신, 비대학 출신자가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대졸자와의 임금격차를 없애는 것이다.p81
나는 저 섬세한 사회제도가 바로 한국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대학교를 못나오면 비정상인 취급을 받고 일터도 취약하기 그지 없으며 급여도 낮아, 사회적으로 패배자가 된듯한 느낌을 심어주는 한국과는 진정 다르다.
누군가는 거리를 치워야하고 누군가는 면을 삶아야 하고 누군가는 구두를 수선해야 하고 누군가는 칼로 몸을 열어 치료해야하고 누군가는 범죄자들을 심판해야하고 모두 각자의 일이 있고 할 일이 있다.그것은 서열을 나눌수도 없고 임금의 격차가 있을 수도 없는 고유한 일들이다.
나는 그것을 현실에서 실행하는 스위스가 진정 부럽다.
---------
스위스 정부가 농가에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는 우리 돈으로 가구당 연평균 5000~6000만원 정도가 된다고 하니, ...농업에 보조금을 쏟아붓는 건 돈이 남아 돌아서가 아니다. 작물 생산외에 다른 가치를 창출한다고 믿기 때문이다....스위스는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 산업이 73퍼센트를 차지하고, 제조업이 26퍼센트를 차지하고, 농업은 딱 1퍼센트다....고부가 가치 산업에서 벌어들이 돈을 세수형태로 거둬들인 뒤 약한 부문인 농업에 재분배하되, 세계무역기구의 국제 무역 규정에 저촉되지 않도록 준다. p136
스위스 연방 정부가 신농업법 시행 10년을 맞아 2009년에 발행한 책자를 보면 철학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농업의 가치를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만으로 평가하는 시각은 항상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자연환경과 땅의 비옥도 등의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농업의 생산성을 다른 산업과 똑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정부 뿐만 아니라 통상협상에서 이익을 챙긴 자동차와 전자 등 다른 산업부문도 약자인 농업의 가치를 이정하고 보호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고스톱 판에 서 다른 이를 물러나게 해 돈을 땄으면 최소한 광 값이나 개평을 주는게 도리다.p143
난..스위스의 1%밖에 안되는 비효율적인 농업에 대한 그들의 수준높은 철학에 감동하며,
저자의 고스톱비유에 완전히 공감한다.
-------------
스위스 뿐만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국가도 재산에 따라 벌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독일은 벌금 상한이 우리 돈으로 180억원 이나 된다.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무척 인간적인 벌금 제도다. 서울에서 가끔 재벌가의 방계 자손이나 졸부의 자녀가 스포츠 카를 몰고 난폭 운전을 하고 다니다가 서민이 타는 승용차와 충돌해 사고를 낸 뒤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이 뉴스가 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일방적으로 사고를 낸뒤 수표 한장 휙 던지고 해결하는 행동을 유럽에서 했다간 모욕죄까지 적용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부자도 대부분 예의를 지킨다. 거리에서는 모델 번호가 없는 고급사양의 벤츠 등을 볼 수 있다. 차 주인이 주문을 할때 모델 번호를 부착하지 말아달라고 특별 부타글 한 경우다. 고급 사양의 차량임을 과시하는 것이 속물적이고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p168
스위스의 부자는 하늘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호수에서 호화 요트를 타고 위화감을 조성할 지언정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복잡한 도로에서 존재감을 과시하지는 않는 것 같다.p169
우리나라 부자들도 보고 배웠으면 싶다.
------------
라운드 어바웃-로터리는 실수를 해도 손쉽게 진로를 수정할 수 있는 체계다.
길을 잘못들면 여러 번으 바향 전환과 신호등을 거쳐 먼 길을 되돌아가야하는 한국의 교통체계와는 다르다. 라운드 어바웃을 통과할 때마다 교육과 복지, 고용 등 사회의 여러부문에 패자 부활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 놓은 유럽의 교통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p169
이외에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들 ..시민참여제도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시민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저먼 나라에서 참 이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을 내 나라가 어떻게 하면 또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흘러야 그 정도로 실현할 수 있을지 싶다.
맹찬형 저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