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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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방법론도 뒷 부분에 나와있지만, 무엇보다 글쓰기가 왜 중요한지가 전반적으로 강하게 나타나 있어서 글쓰기의 방법을 잘 몰라도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일단 써야 한다는 자세부터 잡힐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매일 약간의 끄적임을 시작했고, 맘이 무척 편안했다.

 

그리고 강조한 부분은 고전이다. 고전을 읽어야 삶의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책 제목에도 나타나 있는 양생, 구도, 차서 등과 같은 단어가 어렵기 때문에 그 단어 들의 의미는 속지에 따로 적어 놓고 읽다가 의미를 놓치면 다시 보고 하면서 읽었다.

 

양생: 병에 걸리지 아니하도록 건강 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함.

구도: 진리 종교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구함.

차서: 조리, 기승전결.

 

나는 책을 읽다가 영혼을 울리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데, 이 책은 참 많이도 그었다.

 

40P. 인간에게 고통스러운 일은 다름 아닌 무지다...어느 쪽이건 무지는 단절과 적대를 낳는다. 외로움과 괴로움에서 헤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생을 잘 보존하려면 무엇보다 무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나는 늘 외로움과 괴로움의 짓눌림에서 벗어나질 못하는데, 앎을 통해 이것들에게서 벗어나야 함을 느낀다.

 

51P. 말의 신성함이란 적당한 때에 말하고, 사실을 말하고, 유익한 말을 하고, 가르침을 말하고, 계율을 말하고, 새길가치가 있고 이유가 있고, 신중하고 이익을 가져오는 말을 때에 맞춰 하는 것이다.

 

나는 여태 침묵이 싫어서 쓸데 없이 말을 꺼내고 각종 남욕을 하느라 안해도 될말들을 세상에 뿌려댔는데, 할말을 해야할 때 한다는 말의 신성함 앞에 부끄러웠다.. 

 

66P. 하늘 아래 책을 읽고 이치를 연구하는 것만큼 아름답고 고귀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정조치세어록)..선택은 소유와 쾌락쪽으로 기울고, 그러면서 삶이 왜 이렇게 힘들고 공허하냐고 한탄한다....정조의 삶에서 가장 통쾌한 일은 배움, 곧 읽고 쓰기였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에 끄달리지 않고 18c 르네상스로 장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통치술이나 정치공학이 아닌 끊임없이 읽고 쓰는데 있었다는 사실을.

 

삶의 힘듦과 공허함을 날려버리고, 아버지의 비극에 흔들리지 않던 정조대왕의 힘이 배우고 쓰는 것이라면 나는 더이상 주저할게 없다. 그냥 읽고 써야 한다.

 

p.71 존재의 GPS를 찾고 싶다면? 사람사이의 소외를 극복하고 싶다면? 자신이 누군지 알고 싶다면? 읽어라! 삶을 고귀하게 해주는 모든 행위는 단언컨대 책으로 연결된다. 무지가 삶을 충만하게 하는 법은 없다.

 

나는 늘 사람들 속 소외에 시달리고 삶이 불안으로 가득차있는데, 그게 다 무지였나보다.

 

p.72 코란은 단어 자체가 읽는다는 뜻이다...인도의 고대경전 베다 역시'알다'라는  의미다. 붓다의 깨달음은 와서 보라로 압축된다. 종교는 으뜸가는 가르침 이라는 뜻이다...심연을 탐구함으로써 모든 존재들을 자비와 공감으로 연결한다는 의미..

 

맙소사. 종교의 의미들 조차 아는 것 이었다..

 

p.83  사람들은 책을 보면 지식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런건 중요치 않다. 정말 중요한 건 그 모든 책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경이로움을 누린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다가..맞아 그래 그런거구나 그런거였어.. 등의 놀라움 깨달음 등이 일어난다. 그게 책 읽는 즐거움이었다.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

 

p. 89 현대인은 유능하지만 아주 심각하게 무능한 영역이 있다. 바로 휴식이다. 제대로 쉬려면 일단 노동과 화폐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낮의 노동이 힘든 건 그것이 주는 소외와 압박 때문이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소외고, 억지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압박이다. 쉰다는 건 이 두가지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가족은 감정노동의 현장이다,,,노동의 스트레스와 감정의 배설에서 벗어나는 활동은 결국 책이다.

 

P.97 사람답게 사는 게 뭐지? 공자의 답은 간단하다. 배우고 익혀라! 뭐든....그리고 이런 즐거움을 누리게 되면 자연스레 벗이 찾아오게 된다.

 

사람답게 사는게 뭔지 싶고, 친구도 정말 오지게 없는 나를 구원해줄 것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란다. 그래..읽고 알고 쓰고 다시 읽고 하자.

 

p.101 세로토닌이 분비되면 존재 그 자체로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고. 바로 그렇다. 책을 만나면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그렇게 신체가 평온하게 리듬을 타면 벗이 찾아온다...전투적 경쟁심도 감정의 파토스도 벗어날 수 있는 관계가 곧 친구다.

 

인간관계때문에 이번 겨울을 망쳐버린 나로써는 정말 단비같은 글이다. 벗이 안찾아아와도 좋다. 내 신체가 평온하게 리듬을 타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p.108 인문학은 삶의 지도를 그리는 행위다.

p.111 뇌의 재잘거림을 멈추게 하는 마음훈련을 해야한다...그래서 '글쓰기로 수련하기'다...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다. 읽는 행위 자체가 카오스에 차서를 부여하는 행위다.(읽기 자체가 혼란 속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다.)..읽기가 접속이라면 쓰기는 창조적 변용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p.122 인간은 오직 생명을 창조하는 활동을 통해서만 우주와 연동한다. 그에 버금가는 행위는 오직 가치의 창조, 다시 말해 지혜의 생성뿐이다. 무지로부터의 해방, 인식의 지도그리기, 그것 또한 생명활동이다. 그게 뭐냐고? 당연히 글쓰기다.

 

나이를 먹으면서 지혜로워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도대체 그걸 어찌하라는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글쓰기라는군. 참 나의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줄 방법이구나 싶다. 

 

나보고 창의성 떨어지는데 무슨..이라며 비웃던 한 사람이 떠오른다..그게 아니란걸 보여줄까보다.

 

p.128  읽고 쓰기는 양생술에도 최고다. 특히 쓰기는 뇌와 심장을 젊게 해준다. 배우는 순간, 우리 모두는 푸르른 청년기로 돌아간다. 동시에 늙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사유하는 힘도 생겨난다. 이보다 좋은 노후대책이 있을까?

 

난 한번도 나이듦에 대해 배운적이 없고 죽음도 배운적이 없다. 죽음이야 어느날 온다고 하더라도 점점 늙어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배운적이 있는가? 정말 중요한 것들을 참 배우지도 못한 것 같아 개탄스럽다. 이제라도 해야지..

 

배움이란 자신과의 부단한 대결이다. 자신을 넘어 다른 존재가 되는 것.

책을 통해 인맥을 재구성하라.

현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자비와 공감이 그것이다.

자의식을 버리고 경쾌하게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평탄하면 평탄한대로 불안에 시달리더라구요..

집도 매일 청소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쓰레기 더미가 되버리죠..

 

두번째로 해야할 것은 메모한 내용에 질서를 부여하는 거죠.

리뷰를 쓰려면 최소한 세번은 읽어야 합니다.

 

세번까지는 안읽어도..한번 읽고 중요한 부분 다시 읽고 그렇게 세번 읽어도 될 것 같다.

 

산다는 건 늘 어떤 약속을 지키는 것의 연속이에요.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주어진 일을 하다가 죽는 거에요. 특별한 삶. 특이한 죽음 같은 건 없습니다.

 

와..얼마나 탄복했는지 모른다. 특별한 삶이 없을 나의 모습에 안도했고, 다양한 죽음의 형태에 특이한 건 없다고 말하는..다들 하루의 일과를 살다가 죽은 것임을.. 다행이다 나도 그렇게 살다 죽으면 되니까.

 

p.255 그래서 방향이 중요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방향을 취하고 있는가? ...다시말해 자유와 해방을 위한 것이라면..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인정욕이나 소유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아무리 착한일을 하더라도 예속을 향하는 것이죠.

 

이말을 이해하는데 오래 걸렸다. 아직도 제대로 이해한 건 아닌데..내가 한 행동이 인정욕과 같은 대가를 바란다면 자본주의적 예속이다..라고 보는 것 같다. 보답이 없으면 억울해 진다는 것이다. 반면, 내 자유, 내 삶의 해방을 위한 착한 행동이라면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고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다는 것 같다...알 것 같다.

 

인생은 결국 관계와 배움.

 

제목, 본문의 중요한 두가지는 첫째 본문을 관통하는 논리적 연결, 둘째, 독창적 사유

 

세시간에 걸친 서평을 쓰고 나니, 책을 다시 읽고 더 내면화 된 것 같다. 이제 정말 책을 쓰면서 더 자주 들여다보고 도움을 받아야겠다. 나는 너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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