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해서 삶을 바꾸거나, 사유해서 지혜로워지거나.“ 애서가로 살면서 품은 바람이다. 어떤 좋은 책을 만나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면 고마웁다. 어떤 문제 앞에서 지혜로웠다는 걸 뒤늦게라도 느끼게 되면 아름답다. 거기에 더해 삶을 바꾸는 어떤 작은 행동까지 하게 되면 나의 읽기는 고귀해진다. 그러니 그런 책을 만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뜻밖의 우정을 빨리 읽어내고픈 마음이 바빴다. 바쁜 마음과 별개로 자주 멈췄다. 편협한 생각을 깨지면서 열리느라(44p), 감응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눈물 찍어내느라, 노년이 된 그때에도 여전히 사랑과 우정 속에 머무르며 나답게 살 수 있을지도(255p)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어보느라. 작가의 바람이 내게도 이루어졌다. 읽기 전과 후가 분명히 달라졌고, 단절하려고 했던 인연 하나를 덕분에 심폐 소생하듯 살려볼 마음을 먹었으니까. 나와 함께 나이들어가고픈 이들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나는 권했으나, 그들에게 가닿기는 강제였을까. 하지만, 그 강제는 오히려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나를 궁금해해야만 꺼내놓을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200p)그때에도 각자가 나답게 살아가자는, 당신과 함께 나보다 먼저 멀리 가 있을 노년에(257p) 가닿자는 고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