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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민병덕 옮김 / 범우사 / 1993년 3월
평점 :
독서의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독서의 질보단 양을 강조하는 '다독', 한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정독, 숙독', 그 외에도 '재독', '간독', '속독' 등등 모두 독서를 하는 방법의 한 가지인데 옳고 그름을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기술이 필요하다. 즉, 모든 책을 천편일률적인 방법으로 읽는 것이 아닌, 책을 분류하고 구조를 파악하고 방법을 정한다음 저자가 전달하려는 주제를
귀기울려 듣고 비평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모티머J.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은 이런 측면에서 뜬구름 잡는 식이 아닌 명확한 지침을 통해 단계별로 실천할 수 있는 적극적인 독서의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고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잘못된
독서습관을 분명히 파악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를 2가지만 들자면, 첫번째로 책의 내용에 질문을 하지도 않고 비평을 하지도 않았다. 책에
씌여진 활자만 타박타박 읽으며, 그게 세상 하나밖에 없는 진리인 것처럼 의문이나 비평없이 수용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가장 훌륭한 비평가야말로
가장 좋은 독자'라는 책 속의 말을 빌리면 나는 가장 나쁜 독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책을 읽은 후에 관련한 지식의 축적이나 사고의 수립이
미비했고 그 지속성 또한 짧을 수 밖에 없었다. 덧붙이자면 '대답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왜 할까?' 생각도 했었다. 그 때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생각났다.(제목은 떠오르지 않지만) 책에서는 자신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그 때부터 뇌는 의식 중에든 무의식 중에든 그 문제를
풀기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질문에 대한 답이 저자가 의도한 바와 적확하지는 않을 지라도 그
과정에서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사고의 깊이도 깊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어떤 책에서 어려운 내용에 막히면 두세번 읽어보고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으면 쉬이 넘어가버렸다. 운동에 비유하자면 힘이 들 정도로, 땀이 날
정도로 역기를 들거나, 뛰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힘이 들고 땀이 나지 않으면 근육이 생기지도 지방이 빠지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독서도 끝없이
묻고, 답을 구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단순한 자기만족일 뿐 책에서 진정한 통찰을 얻을 수가 없다. 어려운 부분은 몇 번이고 읽고 고민하고,
의미를 물어야 독서에도 근육이 생겨 참다운 독서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나의 독서수준이 걸음마 단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책에서 말하는 독서의 최종목표인 '신토피칼 독서'를 할 수 있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른다. 그래도 잘못된 독서습관이 더
고착화되기 전에 이 책을 접해 다행이다. 우선은 책에서 강조하는 독서의 규칙들을 따라가며, 내게 적합한 독서법을 수립하고 습관화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최종적으로는 책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저자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며, 논리적인 비평을 함으로써 진정한 독서가가 될
것이고,그 때까지 이 책은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