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용들의 노래 - 노자시화
장석주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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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세상은 나의 어수룩함을 비웃으며 현실 밖으로 떠민다는 느낌에 휩쌓이곤 한다. 때로는 그것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줄 몰라 쩔쩔매며, 수직상승을 꿈꾸기도 하지만, 그 차이는 어줍쟎은 뜀뛰기 몇 번으로 극복되는 게 아니었다. 답은 다시 변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맞는 속도로 걸어가면서 나를 찾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으니, 줄여야 할 차이도 없고 상승에 대한 욕망도 사그라져 조급함도 덜해짐을 알겠다. 요즘 나의 생각이 이러하니, 마음에 와 닿는 글들도 당연히 그런 부분을 골라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종류의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상처 입은 용들의 노래’였다. 저자는 황태, 돼지머리, 수평선, 유리창, 원피스, 사과, 풀, 얼굴, 상자...등 에 대해 호명한 시인들의 활짝 열린 오감과 육감을 느껴보라고 조용히 권한다. 

“시인들의 좌표는 천문학자와 점성술가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언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자들! 나는 이름 부를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이들을 호명한다.” (본문 중)

저자 역시 오감을 열고 거기에 육감을 보태어 세상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보고 느낀 것을 이 책 하얀 여백에 주루룩 풀어 놓았다. 유협<문심조롱>의 한 부분인 “천 개의 곡조를 다룬 후에야 음악을 알게 되고 천개의 칼을 본 후에 명검을 알게 된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 책을 읽으며 여러 선각들과 두루 접속하며 마음에 새긴-것이라고 쓰고 있다.

그러니 눈을 틔우고, 마음을 키우고, 귀를 열어두라고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저자가 비평가 생활 30년을 아우르는 의미도 포함하는 책이라고 썼는데, 읽고 난 후 나의 느낌은 다정함이었다. 비평 글이 비평 글의 기능을 다 하면서도 여러 시인이 바라다 본 사물들을 그 마음을 헤아려 그 마음에 다가서려 육감을 열어젖힌 저자의 애틋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대도 혹시, 상처 입은 용은 아니신지.....그래서 상처를 핥아야 할 혀가 필요하신지.... 결국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은 내 혀밖에 없지 않겠는가? 만약 양질의 타액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보며 스스로 답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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