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굿바이
김우남 지음 / 문예출판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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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최근에 읽었던 소설책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읽은 책이다.

물론 재미있어서 손에서 떼지 못하고 읽은 것이겠지만, 재미라는 말로는 한정할 수 없겠다.

그것은 교감이었을 것이고, 위안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번쯤 겪고 보았던 ‘나’가 경험한 이야기가 천연덕스럽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여기에 묶여 있는 작품들이 (단편 7편, 중편 1편)

직, 간접적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 대해 놀랐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짐작건대 작가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은 일상에서의 경험과 사유가  

 

소설을 쓰는 것과 별개의 것이 아니었음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책을 읽는 나 역시 죽음이라는 주제와 무관할 수 없기에 읽는 동안 교감이 되고,

위안을 받고, 그리고 어디선가 보았던 주변의 ‘나’들의 이야기이기에

호흡을 놓치지 않고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힘내라!’, ‘희망을 가져!’, ‘넌 잘할 수 있어.’라는 짧은 격려의 말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감정이다. 그 말에는 자신도 겪어보았던 아픔이기에 말이 필요 없어도 느 

 

낄 수 있는 동질감이 있어야 하고, 나이나 신분의 차이가 있어도 극복되어야 하는 동지애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작가는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다 나직이 속삭인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62쪽)”라며 고개를 끄덕거려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다 해봐라.

울고 싶거든 울어라, 너의 상처를 똑바로 바라봐라,

그리고 그 상처로부터 자신의 의지로 걸어 나와라! 라고.




당신이 이 책을 펼쳐 읽는 순간,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속 깊은 언니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소설은 소설책임에도 불구하고,

“너의 상처가 이거지?”라고 가리키며 파헤치고 확인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처는 이랬어..이만큼 쯤은 아프더라....”라며

먼저 내밀어 주는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넉넉한 가슴이 하나 생겨나서 이웃집 누구라도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랬구나, 그랬었구나.”.하며 동지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죽음이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까지,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기까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통점에 대하여 알게 될 테고,

스스로 진맥하고, 스스로 어루만질 수 약손을 하나 얻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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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망세의 첼로 시작시인선 105
강희안 지음 / 천년의시작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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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생각한다. 마음이 몸을 주관하는가, 몸이 마음을 주관하는가? 답은 뭐, 상황에 따라 달랐다. 얼룩말의 얼룩이 흰 바탕에 검정 줄무늬인지 검정 바탕에 흰 줄무늬인지에 대한 답을 아직도 알 수 없는 것처럼. 
 

나탈리 망세가 알몸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사타구니 사이에서 리듬을 타는 첼로와 그녀의 양미간 사이로부터 내게로 전해져오는 무언의 말들이 자유로움에 대한 긴 지문으로 반복되면서 언덕 위에 세워진 깃대에 매달려 시끄럽게 펄럭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봄 어느 자리에서 시 한 편을 알게 되었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라는...
'첼로의 나뭇결 속으로 걸어 들어' 가서 ‘나무의 싱싱한 무늬’를 ‘따라 들어간 그녀가 옹이로 박’히는 동안 나는 ‘말씀의 파편들을 긁어모아 첼로와 함께 그녀의 자궁 속으로 밀어’넣었던 그 순간을 망연히 지켜보면서 ‘오르가즘의 활을 당기며 세상을 쏟아’놓을 수 없었던 내 열 손가락이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의 제한 된 자유로움에 대해 한없이 실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신이 ‘엄중한’ 나의 ‘메시지조차 봉인’시켜야 할 만큼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 못되었던 바,........다시, 까딱이는 슬픔이 반복되는 중이다.
 

얼마 전 덕유산자락을 다녀왔다. 계곡물을 따라 자연스럽게 야영지가 만들어졌고, 허공에는 사람의 숫자보다도 훨씬 많은 잠자리 떼가 비행을 하고 있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투명한 날개너머로 하늘조각이 문득문득 들어왔다. 하루는 덕유의 한 능선인 동업령에 올랐는데, 발아래는 하얀 구름바다 위로 유유히 잠자리 떼들이 날고 있었다. 그것들의 몸짓은 가볍고 역동적이었다. 계곡을 타고 하산하면서 칠연폭포 근처에 앉아 발을 담그고 있었는데, 잠자리가 거기에도 많았다. 나는 순간 잠자리의 말을 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계곡이 이어지는 저 아랫녘 소식을 아느냐고? 운해가 가득했던 저 윗녘 소식은 아느냐고? 그곳에서 한 번쯤 아침을 맞이해 볼 생각은 없느냐고...발목이 시려서 도저히 담글 수 없는 차가운 물은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간간히 잠자리의 주검이 둥둥 떠내려가기도 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
 

‘나탈리 망세의 첼로’가 실려 있는 시집 ‘나탈리 망세의 첼로’는 내게 잠자리의 비행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한 책이다. 한 생애 동안 날아오를 수 있는 높이, 날아다닌 거리, 생존의 시간, 그리고 그들의 꿈 들,...혹은 자유로움에 대하여...혹은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하여,....

이 시집 속에서 나는 내 주위를 지나쳐갔던 ‘그’들을 많이 보았다. ‘새소리조차 무덤덤한’ 나의 일상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존재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차디찬 어둠을 베어 무는 동안’에도 ‘검붉은 가래침을 툭툭 뱉어내는 동안’에도 ‘제3의 눈’을 요구하더라도......... ‘몸 속을 텅 비우고’ 나서 ‘제 허물을 툭, 떨구어’ 내며 등에 붙은 지퍼를 스스로 열고 (‘누가 내 등 뒤의 지퍼 좀 열어줘!’라고 징징거리지 않고)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을 꿈꾸는 매미들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필경 ‘그’들과 나의 자아가 ‘한통속이건’ 말건... 나만의 ‘좌탈입망’을 꿈꾸며...
 

*. 말이 길었지만, 시 공부를 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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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용들의 노래 - 노자시화
장석주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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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세상은 나의 어수룩함을 비웃으며 현실 밖으로 떠민다는 느낌에 휩쌓이곤 한다. 때로는 그것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줄 몰라 쩔쩔매며, 수직상승을 꿈꾸기도 하지만, 그 차이는 어줍쟎은 뜀뛰기 몇 번으로 극복되는 게 아니었다. 답은 다시 변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맞는 속도로 걸어가면서 나를 찾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으니, 줄여야 할 차이도 없고 상승에 대한 욕망도 사그라져 조급함도 덜해짐을 알겠다. 요즘 나의 생각이 이러하니, 마음에 와 닿는 글들도 당연히 그런 부분을 골라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종류의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상처 입은 용들의 노래’였다. 저자는 황태, 돼지머리, 수평선, 유리창, 원피스, 사과, 풀, 얼굴, 상자...등 에 대해 호명한 시인들의 활짝 열린 오감과 육감을 느껴보라고 조용히 권한다. 

“시인들의 좌표는 천문학자와 점성술가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언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자들! 나는 이름 부를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이들을 호명한다.” (본문 중)

저자 역시 오감을 열고 거기에 육감을 보태어 세상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보고 느낀 것을 이 책 하얀 여백에 주루룩 풀어 놓았다. 유협<문심조롱>의 한 부분인 “천 개의 곡조를 다룬 후에야 음악을 알게 되고 천개의 칼을 본 후에 명검을 알게 된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 책을 읽으며 여러 선각들과 두루 접속하며 마음에 새긴-것이라고 쓰고 있다.

그러니 눈을 틔우고, 마음을 키우고, 귀를 열어두라고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저자가 비평가 생활 30년을 아우르는 의미도 포함하는 책이라고 썼는데, 읽고 난 후 나의 느낌은 다정함이었다. 비평 글이 비평 글의 기능을 다 하면서도 여러 시인이 바라다 본 사물들을 그 마음을 헤아려 그 마음에 다가서려 육감을 열어젖힌 저자의 애틋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대도 혹시, 상처 입은 용은 아니신지.....그래서 상처를 핥아야 할 혀가 필요하신지.... 결국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은 내 혀밖에 없지 않겠는가? 만약 양질의 타액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보며 스스로 답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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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장석주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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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그건 봉을 잡은 거다. 그러기에 좀 염치없는 마음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 다음부턴 뻔뻔한 독자가 되어 그냥 편하게 읽으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10 여 년도 전부터 장자사상이 담긴 책들을 두루 섭렵하였다는 지은이의 프롤로그를 보면, 누군가는 오랜 독서시간과 깊은 사유로 고단한 노동을 투자했을 그 긴 시간을 이 책 한 권으로 거저 얻게 되는 것이니, 만약 내 맘속에도 장자 비슷한 그림자라도 들어와 앉는 다면 나는 정말 뻔뻔한 독자일 뿐더러, 큰 도둑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햇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둥근 바다 , 내가 쓴 책 한권을 들고 가서 그 바다에게 종일 읽어주고 싶었다. 그건 아무에게도 토설하지 못한 세상을 향한 유일한 꿈이었다. (스물세 살 가을 중, 본문 121쪽  중)" 320여 쪽의 두꺼운 책을 읽어 내리며 내 마음속에 가장 깊게 꽂힌 것은 이 문장이다. 만약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글을 쓰신 장석주 선생님께 여쭙고 싶다. 스물세 살 가을에 꾸었던 이 꿈을 혹시 지금은 이루셨느냐고 말이다. 왜 그런 고약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졌을까…….이 책은 최근에 나온 책이지만, 솔직히 내게는 선생님의 책이 여러 권 있다. 어쩌면 선생님의 책 중 어떤 것을 빼들고 바다를 찾아가서 읽어 준다한 들 바다가 싫다할 리가 만무하지만 정말 내 본심을 털어 놓자면, 아직은 선생님께서 그 꿈을 이루지 못하셨기를 바란다. 만약 그 꿈이 이미 이루어진 상태라면 어쩌면 우리는 좋은 정말 좋은 작가를 한사람 잃어버릴 것이므로. …….꿈을 이루고 나면 더 이상 어떤 책도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플릇 소리 나는 유월 초저녁 바람처럼 와락 달려들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책이 나오자마자 따뜻한 온기가 가득 담긴 책을 받게 되었다. 읽다보니 차라리 한 대목 한 대목 소리 내서 읽는 편이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성질 급한 나로서는 입보다 눈이 먼저 다음 행에 이르고 말아, 소리 내서 읽지 못하고, 읽었던 부분들로 되돌아와 두세 번씩 읽기도 하였다. 책을 읽으며 메모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엔 마음에 맺히는 구절들도 적지 않았다. 메모를 해 두게 되면 내가 다시 되돌아와 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에게 책을 읽어주겠다던 그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기를 바란 내 못 된 마음을 이것으로나마 무마해 보려는 옅은 술수인지도 모르겠다.  

 본문의 여러 내용 중에는 멋진 대목들이 많은데,  다음 글은 시이기도 하지만, 한 폭의 그림이기도 하고, 세상을 보는 지혜이기도 한 것 같다.  "둔덕 가득 흰 구름은 갈아도 끝이 없고/ 못 속의 밝은 달은 낚아도 자취 없네 // 섬돌 쓰는 대 그림자 , 먼지는 그대로요/ 못을 뚫는 달빛에도 물에는 흔적 없네 (전원과 은일, 본문 73쪽 중)" 내가 지금 장자 책을 읽는다 한들 이런 미문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마음공부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함께 읽자고 기꺼이 권하고 싶다.

" …….벽과 마주 앉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벽이 나아갈 길을 가로막는다면 그 벽을 문으로 만들어 밀고 나가면 된다. 면벽이야말로 우리의 가능성을 키워주는 스승이다. (내 안의 모차르트, 본문113쪽 중)" 

며칠 전 지인들과 작은 모임이 있었다. 모임의 장소가 내가 처음 방문한 곳이기도 했지만,  지방도로에서 우회전하여 마을 입구로 들어선 다음, 비탈진 논과 밭을 끼고 돌고, 야트막한 냇물길이 열러있는 곳을 돌아 제법 외진 산속에 위치한 곳이라 내비게이션을 따라 가면서도맞게 찾아가는지 망설여질 지경이었다. 그날 그 장소에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화장실 앞이 붐비곤 했는데, 당황스럽게도 수압이 낮아 변기 물을 바로바로 내릴 수가 없었다. 하여 순서대로 볼일을 보고, 되는 대로 물을 내리게 되었다. 기다리던 내 차례가 되었다. 변기에 앉기 전엔 옅은 노랑이던 오줌물이 내가 볼일 을 보고 난 후엔 색이 한층 짙어졌다. 하하하……. 다음 사람이 들어오면 더 짙은 색깔이 되리라 생각하니, 혼자 공연히 웃음이 나고 신이 났다. 책을 읽는 기쁨이 왜 하필 그 순간과 빗대어져 이렇게 쓰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젖어 든다는 것은 그렇게 시나브로 젖어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마음들이 들어앉은 요즈음의 내게 그래서 "그 많은 느림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느림을 따라 노닐며, 노닐며 천천히 낭독하듯 읽어 볼만 한 책 임이 분명하다.

여러 글과 함께 마음에 오래 담고 픈 글…….

"생명으로 가득 찬 이 지구별에서 산다는 것은 나날이 기적이다. 새벽마다 수천의 새들이 숲 속에서 지저귀고 , 해가 떠오른다. 봄마다 모란꽃은 붉게 피고, 청명해진 가을 하늘 위로는 매가 높이 날아오른다. 설사 어느 날 이 지구별에서 여행이 끝난다 할지라도 그게 끝은 아니다. 몇 겹의 많은 생 중에서 겨우 하나가 끝났을 뿐이다. 우리 앞에는 또 다른 여행이 기다린다. (돌아가라, 천천히! 본문 255쪽 중)" 

"그물은 바람을 잡을 수 없으니 바람이 되어 그물을 빠져나가라. 오는 세상을 기다리지 말고, 가는 세상은 뒤쫓지 말라! 구태여 미혹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미혹을 타고 놀며 늠름하게 나아가라. (에필로그, 본문 322쪽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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