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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편집 - 에디터·크리에이터를 위한 편집력 강의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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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의 중요 시기마다 편집이 필요했다.
취직을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여친에게 고백을 할 때도, 회사에서 기획서를 쓸 때도
목적에 부합하는 사실을 맥락에 맞게 재배치해서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암암리에 행하는 편집이라는 주제를 새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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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서
김상묵 지음 / 모비딕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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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좌절

소설은 우주로 뻗어나가려는 인류의 끝없는 욕망이 좌절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좌절된 욕망의 이름은 ‘신데렐라 프로젝트’다. ‘신데렐라’하면 ‘환상’, ‘꿈’, ‘신분 상승’ 같은 개념이 떠오른다. 이 소설에서는 인류가 바로 신데렐라다. 오로지 지구에 목매인 인류는 늘 ‘한계’를 의식하며 살고, 자본과 계급, 그리고 결정적으로 죽음이라는 중력 아래 산다. 그런 인류에게 우주란 ‘유리 구두’ 같은 것이다. 깨어지기 쉽고,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으며, 설사 수중에 들어온다고 해도 신고 오래 걸을 수 없다. 이 상징성 가득하지만 실용성은 일천한 우주에, 인류는 도전한다. 그렇게 중력을 거슬러 우주로 향한 인류는, 지구라는 ‘한계로 가득한 별’을 위에서 조망할 수 있게 된다. 신분 상승을 이루는 것이다.

소설 속 인류는 우주로 향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빛 너머의 무엇이 되려 한다. 빛의 속도를 뛰어넘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추동하는 것은 미지에 대한 인류의 환상이다. ‘빛 너머에 과연 어떤 세상이 있을까?’, ‘인류는 빛 너머에 존재할 수 있는가?’ 소설 속 인류는 이런 담대한 물음을 결행하는데, 그 결말은 무척 당연하면서도 섬뜩하다. “오, 빛이, 모든 게 빛이 된다!”


갈라파고스의 허무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처참한 실패로 자신의 한계를 똑똑히 목격한 인류는, 이제 더 이상 신데렐라의 꿈을 꾸지 않는다. 그의 시계는 이미 12시가 넘었음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 자신의 비참을 목도한 인류는 서둘러 왕자의 성에서 뛰쳐나온다. 그 과정에서 유리 구두는 벗겨졌고, 그는 남루한 자신의 현실을 재차 인식한다. 이제 소설 속 인류는 ‘신데렐라적 전환’의 시대에서 ‘갈라파고스적 전환’의 시대로 이행한다.

한계를 뛰어넘는 일에 한번 대패한 인류는, 더는 한계에 도전하지 않는다. 갈라파고스 시대의 인류는 자신의 실패에 직면하는 대신, 온통 그것을 회피하는 데 열심이다. 그는 이제 신분 상승을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한 신분으로 영영 사는 길을 택한다. ‘환생 시술’이라는 의료 기술을 개발해 끝도 없이 젊은 육체로 갈아타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일에만 매달린다. 육체라는 껍데기를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게 된 인류에게 ‘후대 잇기와 삶의 의미 찾기’라는 구시대의 덕목은 아무것도 아니다. 고립된 문명은 점차 쇠락한다.


허깨비의 뿌리 찾기

쇠락한 시대에, 세상을 가득 채운 건 환생 이후 버려진 육신인 '허깨비'들이다. 자기 정체성과 존재감이 없는 이들은 무감과 무기력에 휩싸여 있다.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메밀’(김 수지 다비치 소접시 백이십 종묘 메밀 준)과 ‘칠’(김 수지 다비치 소접시 백이십 종묘 메밀 칠 준)은 각각, 몸을 8번 바꿔치기 한 김준의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육신으로, 50세부터 35년 동안 허깨비로 산 노인이다. 이 두 노인의 팔에는 김준의 환생 기록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허깨비로서는 드물게 전생에 대한 의문을 품은 칠은, 자기 팔에 새겨진 이름의 기원과 그들의 행방을 좇는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는 그 과정에서 메밀을 만나고, 메밀을 설득해 같이 길을 떠난다. 이 허깨비들의 여행은 명목상 ‘이름을 찾는 여행’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뿌리를 찾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허깨비들은 오직 육신만이 이어져 있을 뿐 정신적으로 과거와 단절된 존재다. ‘허깨비’라는 명명과 그 존재에 대한 저자의 설정은, 현대인의 실존에 대한 비유로 읽힌다.


한국 독자 맞춤형 SF의 묘미

저자는 독자에게 익숙한 장소, 공간, 시간에 두 허깨비를 던져 놓는다. 이 허깨비 둘은 ‘까치산시장’과 ‘종로’와 ‘종묘’와 ‘동대입구역’과 ‘청라지구’를 전전한다. 이런 친근한 지명 덕에 독자는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를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고, 명확한 지리적 이미지를 가지고 내용을 전개할 수 있다.

이 로드무비 활극의 끝에 허깨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 이야기는 큰 알레고리 안에서 점진적으로 상승했다가 하강한다. 이 온건한 전개를 따라 찬찬히 걸으며 저자의 세계관에 집중하다 보면, 독자 자신의 ‘허깨비’성을 깨닫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그늘’, ‘포말’, ‘일식’, ‘소리’ 같은 예쁜 우리 단어를 곱씹게 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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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별곡 - 혼돈의 시대
차현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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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 한국은행은 바빴다. 조선업이 수렁에 빠지면서 정부의 한국형 양적완화 압박이 있었고, 현재는 브렉시트 사태가 진행 중이다. 하나는 국책은행과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였고, 다른 하나는 세계적 양극화와 어리석은 정치적 판단이 결합된 인재였다. 이 두 인재의 격랑 속에서 한국은행은 곡예를 했고, 곡예 중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터지면, 그것이 천재(天災)든 인재든, 무조건 '돈'의 문제와 직결한다. 실제 한국은행은 구조조정 비용으로 10조 출연을 약속했고, 그로 인한 경기 둔화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0.25% 인하했으며, 브렉시트 사태가 터지자 단기 유동성 확대를 위해 3조를 시중에 풀었다. 이 모든 결정이 불과 한 달 새 이루어졌다. 이 긴박한 결정들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묻는다. 하나. 중앙은행의 본질적 역할은 무엇인가?  둘.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현 중앙은행의 행보만을 봐서는 곤란하다. 오늘날 중앙은행이 있기까지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중앙은행사'를 다룬 유일한 교양서다. 한 기관의 사사(社史)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이야기들이 독자 대중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다. '화폐'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중앙은행과 정부의 신경전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오늘날 자본시장에서 '금'이 가지는 절대적인 파워의 연원은 무엇인지 등, 모두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자면 알아둘 수밖에 없는 지식들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중앙은행이 뭘 하든 거의 신경을 끄고 산다. 이 무관심 속에는 그들이 무얼하든 우리가 실제로 먹고사는 것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그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리라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이 믿음은 실체에 기반을 두지 않은 믿음이다. 이를 실체가 있는 믿음으로 바꾸려면,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하다. 이 책은 이 공부에 최적화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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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골프 - 골프로 보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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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골프에 관한 정보를 총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유일의 책이 아닐까 한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골프를 통해서 접근하니 이렇게 쉽고 재미있을 수 없다. 태통령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그들도 피와 살이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동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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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 2명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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