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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가 뭘까요? 어떤 동향이나 변화, 현상을 통틀어서 칭하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일컫는 거죠. 사람들이 공감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것들을 말합니다. 유행과 비슷한 느낌을 지녔지만 차이가 좀 있습니다. 트렌드는 유행보다 범위가 더 넓고 지속적인 성격을 띱니다. 트렌드를 그저 지나가는 현상 정도로만 본다면 소비자들의 니즈를 놓칠 수 있으니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싶다면 트렌드에 밝아야겠죠. 트렌드 책을 읽는 이유는 지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책 ‘라이프 트렌드‘시리즈는 2013년을 시작으로 해마다 출간되었는데요. 올해의 주제는 ‘Fight or Flight‘입니다. 싸울지 피할지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른 시리즈 주제와 비교해보면 굉장히 단호하고 강렬한데요. 그만큼 2020년은 위기가 많았기 때문이겠죠. 내년이 되더라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아지고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거기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거나 과감히 회피해야 합니다.



2021년에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에서 기회를 잡아야 할까요?

책에 12가지 질문이 나와있습니다.



1. 세이프티는 어떻게 새로운 욕망과 소비를 만들어 낼까?

2. 자연 재난, 경제 위기, 식량 위기, 일자리 위기 등 우리가 직면한 위기들은 우리의 욕망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3. 경제, 사회, 정치적 거대 담론이 우리의 라이프 트렌드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줄까?

4.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가장 타격을 받은 세대는 누구일까?

5. 재테크에 올인하는 사회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6. 원격/재택근무가 초래할 위기와 갈등, 그리고 기회는 무엇일까?

7. 여행에 대한 욕구를 국내 여행만으로 다 해소할 수 있을까?

8. 현실이 온라인과 연결되어 확장되는 경험은 우리의 여가와 여행에 어떤 영향을 줄까?

9. 소비의 태도와 삶의 방향에서 ‘가벼워진다‘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10. 제로 웨이스트와 동물 복지를 동시에 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11. 왜 콘텐츠 산업에서 리메이크와 리부트가 중요해졌고, 왜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 에너지에 적극적일까?

12. 언컨택트 이코노미는 무엇이고 산업과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트렌드를 주도할 18부류의 사람들이 누구인지 말합니다.



1. ‘세이프티 퍼스트‘를 지향하며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2. 위험 사회에 적극 대응하는 진화한 프레퍼들과 자급자족 주의자들

3. 과거의 관성을 과감히 버리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현실 감각 높은 사람들

4. 거대 담론 속에서 현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리더들

5.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힘에 대한 자각을 한 팬데믹 세대

6. 욜리와 피시를 받아들이는 극단적 개인주의자들

7. 로케이션 인디펜던트가 가능하고 자기 주도적 업무 수행을 하는 리모트 워커

8. 원격/재택 근무 확산이 만들어 낼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 공략하는 마케터

9. 로컬의 환상에서 벗어나 진짜 로컬의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들

10. 메타버스로 진화하는 소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11. 일상과 소비에서 울트라 라이트웨이트를 적극 받아들이는 사람들

12. 더 과감하고 새로운 B를 만들어 낼 크리에이터와 마케터

13. 팬데믹의 교훈을 자각하고 서스테이너블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

14. 리메이크와 리부트 열풍 속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낼 크리에이터

15. 리사이클과 재생 에너지를 비즈니스 전략으로 이해한 마케터와 경영자

16. 투명하고 품위 있는 이별,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는 경영자와 정치 리더

17. 언컨택트 이코노미를 이해하고 비즈니스 어댑테이션을 하는 경영자

18. 어떤 변화에도 적응하며 자신만의 플랜 B를 가진 사람들

​​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적응이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살아남으려면 여러 가지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어야겠죠. 모든 선택과 결정은 각자의 몫입니다.



+)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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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인물 교양 수업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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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나 지금이나 뭔가를 알고 있다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정보는 늘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역사에서도 정보는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전쟁이나 국가를 운영하는데 정보가 없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스파이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전쟁을 하거나 무역 거래를 하는데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쪽이 상대보다 유리합니다. 정보가 많으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선택지가 다양해지기 때문입니다. 정보 자체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속담은 그저 옛말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여전히 정보는 권력이고 돈이며 힘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정보가 지나치게 넘쳐나는 시대여서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가려내는 것만으로도 피곤합니다. 살면서 꼭 필요한 정보만 알면 좋을 텐데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 걸까요? 가장 발 빠른 소식을 알려주는 뉴스나 신문에서 정보를 접하더라도 나만 아는 정보가 아니라 전 국민 아니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정보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누가 알려주는 정보통에 귀 기울이는 것보다 스스로 멀리 내다보는 시야를 갖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역사 속의 인물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말했듯이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그래서 역사를 알아두는 것은 중요합니다. 언제 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한국사나 세계사를 공부했던 겁니다. 다만 역사에 기록된 사건이나 발생한 연도를 단순하게 외우는 것보다, 역사 속 인물들의 생각과 업적을 여러분의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고급 정보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줄 텐데 역사를 알기 위해 읽는 위인전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형적인 위인전보다 간략하면서 인물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모습을 재미있게 담아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몰랐던 숨겨진 이야기도 나와있어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사상, 종교에 영향을 미친 100명의 인물들의 성공과 실패담을 읽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살면서 겪게 되는 위기를 고스란히 당하지 않고 성공적인 해결 방법을 찾길 원하신다면 이 책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7lbQ_hW5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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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 타인에게 얽매이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웨인 다이어 지음, 장원철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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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주도권을 타인의 손에 맡겨 놓고 살아갑니다. 부당한 소리를 들었을 때 불쾌하면서도 그냥 넘어가거나 아니면 그러한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면서 고통을 감수하는데 익숙해지는 거죠.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따르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면 시끄러운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는 몰라도, 자신에 대해서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존재가 자신이어야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선택한 삶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신의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맞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는 과감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지지해야겠죠. 무엇보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합니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남들이 시키는 대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그 안에 숨겨진 위험을 감수할 때 비로소 가질 수 있습니다. ​

남에게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마라.

타인의 마음을 얻는다고

자신의 가치가 증명되지 않는다.

나의 가치를 만들고 증명하는 것은

오직 나뿐임을 명심하라

웨인 다이어

목차

1장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자유롭게 된다

2장 두려워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뿐이다

3장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놓치지 마라

4장 타인과의 비교가 모든 불행의 시작이다

5장 이해를 구하지 말고 그대로를 보여라

6장 내가 나를 존중해야 타인도 나를 존중한다

7장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뿐이다

8장 현실을 직시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9장 나다운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10장 자유롭게 살기 위한 100가지 행동 리스트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떠한 거리낌도 없음을 뜻합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누군가로 인해서 자유를 침해당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피하지 못하면 희생물이 되는 겁니다. 타인의 지시를 따르며 사는 사람들, 우울, 불안,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모두 희생자들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희생자로 살고 싶진 않으시죠? 그렇다면 여러분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남의 뜻대로 살지 않겠다는 결심부터 해야 합니다.

고대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자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스스로 지배하지 못하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사람들은 책임감이 있습니다. 내면의 평화가 있고 자신의 선택에서 자유를 느낄 줄 압니다. 일상의 모든 국면에서 주체적인 태도와 행동을 취해야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묵묵히 역량을 키워가야 합니다. 이 말은 자신의 성취에 대해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증명하려 할수록 그 사람에 의해 조종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묵묵히 역량을 키워나가는 일에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 않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러려면 자신에 대해 만족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 어렸을 때로 끝나야 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스스로에게 인정받는 것에 신경 써야 합니다.

더 이상 타인의 이해를 구걸하지 말고 자신의 삶에 집중해야 합니다. 타인에게 인정받는다고 해서 나의 가치가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확인하려 합니다. 진정한 행복을 원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타인과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타인의 인정을 바라지 않기에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 있고, 삶의 목표를 이루는 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겠죠. 그리고 나만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때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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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판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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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장소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다채롭다. 외로움과 고독이 있는 반면 자유로움과 비밀스러움이 공존하며, 어쩌면 일상에서의 해방감에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 타인의 시선과 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니. 얼마간이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새 삶을 사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위해 그곳이 어디든 종종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장 그르니에는 자신만의 비밀을 갖기를 원하는 마음에 별것 아닌 행동들을 숨긴다고 말했다.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하고 오직 자신만 아는 비밀을 가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국가 기밀 정도로 엄청난 일은 아닐 것이다. 소소하게 나만 알고 싶은 사건, 사람, 관계, 일, 장소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가 말하는 비밀스러운 삶이란 고독한 삶과는 또 다르다. 여기에는 자의와 타의가 개입되기에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가 부단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루소는 에름농빌에 숨어 살았지만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관심에 시달려야만 했다. 데카르트는 암스테르담에서 극단적으로 단순한 생활을 하고, 특별한 변화 없이 살았기에 비밀스러운 삶을 사는데 성공했다. 이 두 사람의 차이점은 장소에 있다. 데카르트가 선택한 집은 시내 한복판에 있는 평범한 집이었고, 루소가 살았던 집은 시골의 저택이었다. 도시 사람들은 남의 사정에 별 관심이 없는 반면, 시골 사람들은 남의 집 일을 내 집 일처럼 속속들이 알려고 들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장 그르니에가 그의 일생 중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베니스에 머물렀을 때였다. 이미 다른 곳을 여행한 뒤여서 한 푼의 돈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이방인이 일할 수 있는 자리는 힘든 노동일뿐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까닭은 낯선 곳에서 격없이 사람을 대할 수 있었고,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낯선 이들은 집요하게 질문하거나 질투하지 않으며 서로 알지 못하기에 헐뜯지 않으니까.

                       

장 그르니에가 말하는 섬들은 <행운의 섬들>처럼 상상 속에 존재하거나, <케르겔렌 군도>처럼 어떠한 생명체도 살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 무인도다. 아니면 어느 꽃 가게 간판에 쓰여있는 <보로메 섬>일 수도 있다. 그는 책의 마지막에 여행을 하면 무엇하냐며 산을 넘으면 또 산이 나오고 사막을 건너면 또 사막이 나온다고 말한다. 어떤 여행도 절대로 끝은 없다는 말이다.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자신에게는 보로메 섬들이 된다고 하면서.

 

책의 처음에 나오는 <空의 매혹>에서 장 그르니에는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 부지런히 바다와 접촉하고 살았기에 만사가 헛된 꿈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다는 항상 움직이고 광대하기에 엄청난 공허라는 것이다. 바위들, 갯벌, 바닷물은 날마다 상태가 바뀐다. 그는 문학에 있어서도 비슷한 감정을 이입한다. 날마다 음울한 벌판에서 싹 하나 피어날 일 없는 모래톱 위에 물결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지만 실은 뒤로 물러났다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반복한다.

 

<고양이 물루>를 읽으면서 그의 동물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사람과 다를 것 없는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므로. 해가 질 무렵 이따금 자신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고양이를 그의 곁으로 불렀다. 그리고 자신을 진정시켜 달라고 말한다. 그가 두려움을 느끼는 건 하루에 세 번이다. 해가 저물 때, 잠들려 할 때, 그리고 잠에서 깰 때.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이 자신을 저버리는 순간들이다. 고양이를 바라보며 자신은 인간이라는 자각에 슬퍼한다. 인간은 온전치 못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은 고전에 파묻혀 이 책의 인기가 사그라들었을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필독서였다. 다만 산문집이지만 쉽게 읽히지 않으며 자꾸 반복해서 읽게 만드는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국내에서 출간되는 산문집과는 약간 개념이 다르고,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형식을 에세이로 분류했다고 한다. 불문학자이자 시인인 김화영님이 40년만에 또 다시 번역했기에 더욱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미 책을 다 읽고 덮었는데도 다시 들춰보게 된다. 알베르 카뮈가 그랬던 것처럼.

                             

P.53

 

우리가 어떤 존재들을 사랑하게 될 때면 그들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어찌나 많은지, 그런 것은 사실 우리 자신에게 밖에는 별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제때에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보편적인 생각들만 이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들이라야 이른바 그들의 '지성'에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게'하는 것이나 슬프게 하는 것 쪽을 더 중시하는 까닭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 이유이다.

 

P.73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자신에 대하여 말을 한다거나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 보인다거나, 내 이름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바로 내가 지닌 것 중 그 무엇인가 가장 귀중한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이라는 생각을 나는 늘 해왔다. 무슨 귀중한 것이 있기에? 아마 이런 생각은 다만 마음이 약하다는 증거, 즉 단순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드러내기'위하여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하게 마련인 힘이 결여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환상에 속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 같은 타고난 부족함을 무슨 드높은 영혼의 발로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게는 여전히 그런 비밀에 대한 취향이 남아있다. 나는 오로지 나만의 삶을 갖는다는 즐거움을 위하여 별것 아닌 행동들을 숨기기도 한다.

 

P.96

나는 생 피에르 섬에서 맛본 행복감에 대한 루소의 다음과 같은 묘사에 감탄하여 마지않는다.

'가장 달콤한 쾌락과 가장 생생한 기쁨을 맛보았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추억에 남거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짧은 황홀과 정열의 순간들은 그것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라 할지라도-아니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 인생행로의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찍힌 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순간들은 너무나 드물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이어서 어떤 상태를 이루지 못한다.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행복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항구적인 어떤 상태이다. 그 상태는 그 자체로서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는 그 속에서 극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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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의 말 -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선 불꽃 인생
나혜석 지음, 조일동 옮김 / 이다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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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일은 매년 계속되었다. 앉은 순서대로 각자 적성에 맞는 직업을 말하다 보면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고 늘 비슷한 직업군을 말하면서도 괜스레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보다 더 거창한 건 아닌지 꿈마저도 비교하던 시절이었다. 내 발표가 끝나고 다음 순서였던 친구는 반에서 항상 1,2등을 하는 친구였다. 다들 기대하는 눈빛으로 친구를 바라봤고 친구의 입에서 한마디가 흘러나오자 교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원어민만큼 영어를 잘했던 친구라 외교관이나 통역사가 될 거라 예상했지만 친구는 아무도 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대신 꼭 되고 싶은 게 있다면 현모양처라고 선언했다. 이 말을 들은 선생님은 실망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그건 누구나 될 수 있는 거니까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의 다음 대답이 더 충격이었다. "아무나 엄마는 될 수 있어도 현모양처는 될 수 없어요." 선생님은 그 말 뒤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이 오래된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나도 현모양처로 살고 있는지 점검하게 된다. 현명한 어머니와 착한 아내라는 뜻을 가졌기에 그에 맞게 사는 것이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라 생각해왔다. 물론 좋은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성과 여성의 성별 역할을 분리시키는 말이기도 하다. 남성의 입장에 대입시킬 현부양부라는 개념은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자도 아버지이자 남편인데 여성처럼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지 않는다.

현모양처의 의미를 뜯어볼수록 아쉬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여성의 관점에서 생겨난 말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고, 현모양처라는 굴레 안에서 모든 여성을 평가하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어진다.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가 현명하고 어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어리석고 성품이 바르지 못하다면 자녀 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쉽다. 그러나 지혜롭고 지식을 겸비하는 일은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당당히 자신의 생을 살아가기 위한 과업이다. 어머니나 여성이기 이전에 사람이므로 자신을 갈고닦는 것이다.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착한 아내라는 말이다. 착하다는 뜻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양처에서 말하는 착함이란 남편의 말에 무조건 순종하는 걸 뜻한다. 사랑으로 인연을 맺은 부부 사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등해야 옳을진데, 한 쪽인 여성에게만 온량 유순해야 한다는 잣대를 들이미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이야 결혼이 선택사항이 된 시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의 조혼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린 여성을 노예처럼 길들이기 위해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고 교육한게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시대착오적인 교육 이념이 된 현모양처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게 지금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어도 100년 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것을 문제 삼았던 여성은 반역자이자 이단아로 여겨졌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나혜석'이다. 나혜석은 "여자도 사람이외다"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 같으면 당연한 말이 그 시대에는 해방운동만큼 파격적인 것이었다. 당시에는 여성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라는 의식이 통하지 않았다.

우리 조선 여자도 인제는 그만

사람같이 좀 돼 봐야만 할 것 아니오?

미국 여자는 이성과 철학으로

여자다운 여자요,

프랑스 여자는 과학과 예술로

여자다운 여자요,

독일 여자는 용기와 노동으로

여자다운 여자요.

그런데 우리는 인제서야 겨우

여자다운 여자의 제일보를 밟는다 하면

이 너무 늦지 않소?

우리의 비운은 너무 참혹하오 그려

P.24

나혜석은 여성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작가였다. 그리고 근대적 여권론을 펼친 운동가였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인 신여성은 시대와 부조화를 이뤘다. 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뜻에 맞서 여성이기 전에 인간임을 말하는 소설 "경희"를 발표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결혼 후 네 아이의 어머니로 살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글 쓰는 일을 놓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모 (母) 된 감상기를 썼는데 여성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경험을 처음으로 공론화함으로써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이어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이혼 고백서"를 발표하면서 조선 사회의 가부장제와 여성에게만 강조되는 정조관념에 저항했으나 가정과 사회로부터 배척당했다. 당시로써는 이혼 당한 여성이 그 어느 곳에서도 자리 잡을 수 없었고 그림이 불타버리는 사건도 겪어야 했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슬픔에 심신이 쇠약해진 나혜석은 끝내 어느 겨울 행려병인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는 조선의 여성들을 향해 욕심을 가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첫째, 사람이 될 욕심을 가져야 한다. 남존여비의 사상을 버리고 남녀동권, 남녀평등으로 진화해야 한다. 둘째, 자기 소유를 만들려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배우는 학문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셋째, 활동할 욕심을 가져야 한다. 욕심을 내지 않으면 자손들에게 줄 것이 없으며 비난받지 않으면 역사를 무엇으로도 꾸밀 수 없다.

여성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깨어있기를 바랐던 그녀는 예술과 인생이 무엇인지, 조선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고 조선 여성은 어찌 살아야 하는지 결코 다른 사람과 사회에 묻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자다움이 강요되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존재하며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충이 남아있다. 나혜석이 말했던 것처럼 여성으로 살기 위해 사는 것이 되지 말고, 여성으로 사는 것이 유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https://blog.naver.com/dramapearl/222086325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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