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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평점 :
오, 마이 갓!! 짠내나는 부산의 건달들 이야기라니..
세련됨을 추구하는 수준높은 독자들이 세상에 널렸건만, 삼류소설도 아닌데 이런 구닥다리 소재로 된 이야기가 먹혀들까 싶어서 노파심에 첫장을 열였다.
도마위에 펄떡거리는 날생선의 생명력처럼 날것의 언어로 파고드는 부산 사내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90년대라는 시대상을 넘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숨막힐 듯이 갑갑한 더위와 짠내풀풀 풍기는 어느 바닷가에서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듯했다.
만리장호텔의 지배인이자 쿠폰에 도장적립하듯 별을 4개나 가지고 있는 희수는 전전세대부터 구암바다를 주름잡았고 지금도 실세인 손영감의 하수인이나 별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희수는 손영감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주면서 정말 구질구질하게 살면서 쓰레기같은 다른 건달들 걱정에 정작 제몸 누울 방한칸도 없이 나이 40먹도록 호텔방에서 월방생활을 하며, 빚도 무려 몇 억씩이나 지고 있으며 좋아하는 여자는 구암바다의 유명한 창녀이다.
아 벌써 주인공이 이 모양 이꼬라지라서 더더욱 애정과 애증이 가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내용은 구암바다를 서로 차지하기 위한 대가리들의 싸움에 피래미같은 건달 나부랭이들은 종이장처럼 쓰러지고 결국은 지들끼리 지지고볶는 그저 그런 이야기이다.
하지만 김언수의 매력이자 필살기는 그저 그런 이야기를 그저 그렇지 않게 풀어놓는 점이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고 씨발놈이 이기는 거다,"
이 한마디가 어떤 뜻인지 책장을 덮을 때 쯔음이면 가슴에 와닿았다.
영화 <신세계>와 오버랩이 되기도 하고, 전작 <설계자들>과도 맞닿아있는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희수가, 손영감이, 남가주회장이, 천달호가, 용강이, 양동이.. 그들 각자가 꿈꾸었을 신세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책은 두껍고 활자는 종이장에 빽빽하다.
작가는 많은 말을 하고 싶었을것이고, 나는 종이에 적혀있지 않는 작가의 의도도 대강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기도 했다.
김언수 작가의 작품은 읽고 있어도, 다 읽었어도 더 읽고 싶은 갈증이 들게 많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