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친절한 동아시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송진욱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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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때 내가 겪었던 역사 선생님이 총 다섯명인데, 그 중 셋은 자료나 지도를 보여주기는 커녕, 교탁 앞에 붙박혀 책만 읽던 선생님이었다. 내가 유독 선생님 복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 때는 선생님들이 다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역사 수업이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궁금증과 호기심은 어느 학생이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는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유지하고 확장할 만한 동기가 되지 못하였다.

역사가 가르치기 어려운 과목일까? 그런 것 같긴 하다. 내가 역사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도 시간과 공간이 방대하고 등장인물들과 사건이 너무도 많아 하나로 꿰지를 못하니, 그 복잡한 이야기를 이해 수준과 관심이 다종다양한 아이들에게 전달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다.

그러니, 이 책이 취한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어 보인다. 그 많은 역사적 사건 중에서 누구나 한 두 가지는 궁금한 사건이 있을 터이니, 그 작은 호기심을 풀고자 책을 넘기다 보면 필연적으로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 논리적으로 펼쳐진다. 거기에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여 이해를 더하고 있다. 지도와 연표, 용어 해설은 기본이고, 성리학의 도입을 설명하는 장에서는 사대부의 가계부를 보여주고, 일본의 에도시대에 다이묘를 약화시킨 산킨코타이 제도의 실례에서 경비를 현재 화폐단위로 환산하여 실감나게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고등학교 선택과목인 동아시아사의 학습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집필되었다. 책의 앞에서부터 뒤로는 시간 순서를 따르면서 각 장으로 들어가면 그 주제와 관련있는 동아시아 각 국의 역사를 엮어놓았다. 그래서 한국의 남자가 유럽으로 건너가 그림 모델이 된 이야기는 조선 피로인의 역사로 이어지고, 은의 유통은 동아시아와 유럽 전체를 연결하고, 19세기를 거쳐 20세기의 전쟁으로 더욱 범위가 넓어진다.

비록 선택과목이지만 공식적인 교육과정에 동아시아사를 편성한 이유는, 현재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이 서로 긴장관계에 있지만, 앞으로는 그 긴장을 풀고 지구 전체의 평화를 유지해야한다는 과제를 공동으로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겠다. 정치적, 군사적으로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해야겠지마는, 교육계와 학계에서는 이미 공동으로 교과서를 집필하고 '동아시아 청소년 역사 체험 캠프' 등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동아시아사 역사 수업도 이러한 미래를 위한 기반 중 하나이겠다. 임진왜란의 명칭을 임진전쟁이라고 고쳐 가는 장면은 몇 백 년 전의 일이 그때 사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전쟁을 객관적으로 보고 미래의 전망을 담는 용어를 공통으로 사용함으로써 동아시아 내 각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 회의는 2006년이었다는데, 2017년 현행 초등교과서에는 아직도 '임진왜란'이다.)

 

기껏해야 우리나라 근현대사만 조금 아는 나에게는 어려운 책이었으나, 지도와 연표와 자료의 도움을 받아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중국과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였고, 좀 더 멀리 타이완과 홍콩과 베트남까지, 가까운 듯 먼 몽골까지 동아시아라는 지역으로 묶인 여러 나라의 관계와 역사를 알게 되어 의미있는 책읽기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쉽게 읽을 만한 동아시아사가 없어서 이 책이 나왔겠지마는, 함께 병행하여 쉽게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점이다. 맨 뒤에 참고문헌에 더하여 각 장마다 관련추천도서를 실어주었다면 나같은 역사 입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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