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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업 5학년 ㅣ 파란 이야기 5
김혜진 외 지음, 센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2월
평점 :
5학년은 어떤 존재일까. 이제 곧 학교의 최고 학년이 되기 전 이들의 마음에선 어떤 것들이 꿈틀거리고 있을까. 자라나는 키와 함께 자라나는 마음은 본인도 모르게 스스로를 지키기도, 타인을 지켜주기도 한다. ‘너 사춘기니?’라는 물음 따위로 치부해 버려선 안 되는 그들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아가 부단히 견고해지길 염원하고 있는 여섯 편의 동화. 어쩌면 『레벨 업 5학년』이라는 작품은 어딘가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열두 살에게 ‘네가 잘못된 게 아니야.’라고 말을 걸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여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김혜진 작가의 가짜 친구를 찾아라, 전여울 작가의 누가 비아를 응원하나, 박현경 작가의 너의 친절한 옥수수, 최상아 작가의 리아 오총사, 이송현 작가의 애플맨, 정연철 작가의 욱하영 회장 선출기. 저마다의 주제로 5학년을 담아내고 있다. 이야기의 등장인물, 분위기, 사건 등이 모두 다르지만 나는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의 고민을 절대로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어린이의 취향을 존중해준다는 것. 사실 우리 사회는 어린이의 의견이 그리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의 주류인 어른들이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를 일삼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 있는 여섯 명의 작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5학년의 세계를 인정하고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최대한 존중하며, 그들을 어떠한 수단으로도 절대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자신들의 5학년을 되돌아보며 오늘날의 5학년이 느꼈으면 하는 따뜻함, 용기, 취향, 믿음 등을 분연히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여섯 편 모두 매력적인 작품이다. 흡입력 있는 소재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까지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타인을 위한 마음을 어렴풋이 배우게 될 수도, 누군가는 자신의 취향에 관해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개인주의가 고조되는, 혐오와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온기가 깃든 것을 찾아내는 일이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섯 명의 작가들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던 게 아닐까. 여전히 어렵지만, 오늘날의 어린이는 따뜻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선물을 가져간 친구가 누군지 알면서도 밝히지 않았던 채이와 유겸처럼, 자신의 취향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소연과 은호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 했던 현승과 지아처럼, 무섭지만 친구의 곁을 지켜주고자 했던 사총사 아니 오총사처럼, 두근거리는 감정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후찬과 서령처럼, 소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타인을 감싸줬던 하영이처럼 우리 곁에 있는 많은 이름의 열두 살도 사실은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발견하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껏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뿐이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레벨 업 되고 있는 5학년이, 나아가 레벨 업 되고 있는 마음을 그저 단순히 치부하기에 바쁜 어른들이 읽었으면 하는 작품 『레벨 업 5학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