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공부에 관하여 - 왜 수많은 마음 공부와 영적 수행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인가?
초걈 트룽파 지음, 이현주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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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경(華嚴經)의 핵심사상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에서도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든다고 하였고, 불교의 유식사상(唯識思想)’ 역시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음작용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하였으며, 불교의 팔만사천법문을 한 글자로 나타낸다고 하면 마음 심()’이라고 한 것을 보면 이 마음이라는 것만 우리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필자도 마음이나 마음 공부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들을 어지간히도 많이 읽었고, 포털사이트나 각종 카페에 로그인 할 때 쓰이는 닉네임에도 마음(maum)’이 들어간다. 하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관심을 두고, ‘마음에 관한 책을 읽었고, ‘마음에 대한 생각을 해왔음에도 솔직히 아직 마음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이런 마음이 생겨나고 사라지는지 모르겠다. 초기 불교에서는 마음작용을 안식(眼識)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의식(意識)의 육식(六識)으로 분류하였고, 유식론자들은 마음의 심층에서 육식(六識)에 영향을 미치는 아뢰야식(阿賴耶識)’과 육식(六識)과 아뢰야식(阿賴耶識)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말나식(末那識)’을 추가해서 마음 작용을 여덟 가지로 분류하였다. 물론 현대의학에서 마음은 뇌와 뇌신경의 화학적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것은 논외로 하기로 한다.

 

   왜 수많은 마음 공부와 영적 수행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인가?’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마음 공부에 관하여에 필자의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1970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에 있는 카르마 드종(Karma Dzong) 명상센터에서 티베트 스님이자 명상가 그리고 영적 지도자인 초걈 트룽파(Chögyam Trungpa,1940~1987)에 의해 행해진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강연에서 저자는 마음 공부란 마음의 깨어 있는 상태를 만들어 세우는 게 아니라 그것을 어지럽히고 있는 미망(迷妄)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라고 하며 온갖 미망을 불사르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망의 핵심은 지속적이고 단단해 보이는 ()’가 따로 있다는 아상(我相)’을 지니는 것으로 우리들은 이러한 자아(自我)를 지속적이고 단단한 실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여 고정된 자아를 유지하고 강화하려고 애쓰게 되고 이러한 노력이 바로 에고(Ego)의 행위라고 말한다. 책에서는 에고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모양의 군주’, ‘언어의 군주그리고 마음의 군주라는 물질주의의 세 군주를 소개한다. 문제는 에고(Ego)가 우리의 생각, 감정, 오감을 이용해 진정한 마음 공부의 길을 교묘하게 방해한다는 데 있다. 마음 수련에 대해 불교적인 접근방식을 채택하여 설명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생각, 감정, 개념과 다른 마음의 작용들을 면밀히 성찰한 부처님은 우리가 우리의 존재를 입증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 물질주의의 세 군주에게 지배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자유롭기 위해서 수고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수고의 부재, 그 자체가 자유이고 에고 없는 상태, 그것이 곧 불성(佛性)의 성취라고 한다. 명상 수련을 통해 지금까지 에고의 욕망을 표현해 오던 마음을 바꾸어 본래의 깨달음을 표현하도록 이끌어가는 과정이 참된 마음 공부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그토록 많이 수집하여 쌓아온 지식과 경험은 에고의 과장된 자기표현의 한 부분이요, 으쓱거리는 에고의 기질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니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아 보인다. 저자는 마음 공부를 시작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소개하면서 명상의 목적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데 있음을 이해하고, 무엇인가 얻으려는 기대로 가득 찬 어리석은 수행을 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16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의 뒤쪽에 마음 공부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과 대답을 수록하여 앞부분에서 놓쳤거나 이해하기 힘들었던 내용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면의 한계와 향후 이 책을 읽어보실 분들을 위하여 더 이상 언급하기는 곤란할 것 같다. 그리고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종교의 교리나 영적인 내용을 문자로 옮기기에는 필자의 능력 부족도 있지만 그 참뜻을 훼손시키는 것 같아 조심스러움이 있다. 마음 공부에 관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의 일독을 권해 보지만 곱씹어 봐야 할 부분들이 많아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은 다소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염려도 함께 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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