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이 선은 넘어오지 마, 하고 정해놓은 선들이
몇 개 있다.
이 선은 넘어오지 마,하고 저쪽에서도
정해놓은 선들이 몇 개 있다.
넘어오고 넘어가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거야.. 기다리고 기다리게 하고 울고 울게
하고 아프고 아프게 하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될 거야.
나는 너를 무너뜨리고 너는 나를 무너지게 할 거야
그리하여 나는
웃으며 안녕, 하고 말하는 연습을 날마다,
거울 앞에서 한다
그 사이에 선들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려 다가가지만, 그럴수록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너와 나의 차이,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아름답지 않니?
이 페이지를 읽다가 문득 어린 시절,
그러니까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책상에 선을 그어 놓고
짝꿍한테 넘어오지 말라고 무언의 경고를 했던 기억이 난다.
유치하지만 누구나 그러했던 기억은 있었으리라;
선, 나에게도 그런 선은 있다.
마음을 다 열어놓기에는 왠지 내가 더 좋아한다는 것이
상대에게 들킬 까봐 자존심이라도 지키기 위해
내가 상처받기를 방어하기 위해 최선의 선택이 선을 그어 놓는 것이다.
정해놓은 선이 무너지면 내 자존심 마저 무너져 버릴까봐
내 쪽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것이 들켜버리면
그때는 완전히 상대에게 꼼짝없이 잡혀버리고 마니까
그래서 나도 정해놓은 선이 몇 개 있었다.
마음을 다 여는 것 같아보여도 어느 순간 딱!
정해놓은 선, 몇 개로 그어놓고 넘어오지 말라고 딱 잘라 단호하게
경계를 해버리곤 했던 유치했던 내가 여전히 남아 있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