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6 "그 숲은 강원도에서는 드물게 산마루 중간 지점부터 넓고 평평하게 형성되었어요. 그리고 고지대가 아닌데도 울창한 숲이 너르게 분포해 있다는 뜻이에요. 거기에 굵고 곧게 자라는 전나무가 수천 그루씩 버티고 서 있는 거죠. 나무가 워낙 빽빽해서 낮에도 해가 잘 들지 않을 정도라고 해요. 그런데 그 정도라면 우리나라의 다른 숲과 별반 다를 게 없죠. 빨래숲이 악명을 떨치게 된 건 그곳이 입구도 없고 출구도 없기 때문이에요. P. 38 민시현은 현실로 돌아왔다. 눈 앞이 확 밝아지며 어두컴컴한 숲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치 자기가 목이 졸린 듯 숨 쉬기가 힘들었다. 입을 한껏 벌리고 공기를 폐로 밀어 넣었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니 어느 정도 살 것 같았다. 천천히 정신을 차리는 가운데 민시현은 깨달았다. 이 맥가이버칼은 망자의 물건이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누군가가 죽은 이의 물건을 들고 있다는 가능성. 또 하나는 .... 그 누군가가 맥가이버칼의 주인을죽였다는 가능성.P. 44 아이의 목이 쭉 길게난다 싶더니 천천히 뒤로 넘어왔다. 계속... 계속...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각도로 넘어온 목 때문에 아이의 얼굴이 거꾸로 보였다. 위쪽으로 향해 있는 입이 가늘게 갈라졌다. 곧 기괴한 웃음이 울려 퍼졌다.P. 58 여기 이 녹음기는 EVP 녹음기로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음역대까지 다 잡아내서 유령 소리까지 녹음하는 거죠. 다음으로 보실 건 이건데요, 이 까맣고 동그랗게 생긴 게 온도 감지 센서기죠. 심령 현상이 벌어지면 주위 온도가 내려간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걸 측정하는 거! 마지막으로 보실 게.... 적외선 카메라. 보통은 그냥 찍는데 적외선 모드로 변경하면 빛이 없는 공간에서도 충분히 뭔가를 잡아낼 수 있어요. 를 거부한다. 흥미로운 점은 P.58에서 등장하는 각종 장비들이다. EVP 녹음기, 온도 감지 센서, 적외선 카메라 과학과 기술은 공포를 증명하기 위해 동원되지만,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많은 공백을 만들어낸다. 이 소설은 믿음과 증명의 간극에서 공포가 자란다는 사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P. 86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거기서 절대 못 나와!" 라는 한 문장은 이 모든 이야기를 단 번에 봉인한다. 위협이 아니라 단정이기 때문이다. 탈출 가능성조차 허락되지 않는 말 앞에서, 독자는 더이상 안심할 수 없다. <어두운 숲> 은 읽고나면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마음속 어딘가에 길 없는 숲 하나를 남겨두고,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 또한 안전한 출구가 맞는지 조용히 의심하게 만든다. 이 소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숲이 책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