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남아 있는 사람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p.48

안정을 쫓아 결혼한 뒤 호시탐탐 그로부터 빠져
나올 기회를 엿보는 기혼자들의 이율배반적인 욕심이란.
결혼 생활에는 가식과 연기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진술은 그러고보면
제법 핵심을 찌르는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은 뭣도 모를때 하는 거야. 최부장이 지금 나이에 시집가면
오히려 손해야. 신혼 재미는 커녕 가자마자 시부모 병수발 해야 할지도 몰라.˝ 나는 유부녀들의 모순된 넋두리를 이해하는 편이었지만
미혼이어서 뭘 모른다는 식의 어조에는 짜증이 났다.
피차 서로의 삶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불간으할텐데.
내 경험은 왜 관점으로서 존중되지 못하는 걸까?
꼬리를 무는 생각에 지칠 때쯤 질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는 이대로 평생 혼자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양가 없는
사람과 평생 살 부대끼며 사는 것보다는 능력만 있으면 평생 혼자 살아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가식과 연기가 결혼생활에 필요하다는 그 공통된 진술이 핵심을 찌르는 발언이라는것에 어느정도 공감은 되는데
나는 그걸 견뎌내지 못했으며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안정을 쫓기 위함이 아니라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선택한 것이 결혼이었지만 아이만 생기지 않았다면 결혼은 다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뭣도 모를 때 하는 거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나는 결혼 생활에 직접적인 경험을
해왔던 내 생각은 두 번 다시 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p.57 <안경>
˝언젠가 …시를 쓰다가 이게 안경을 쓰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보이는 것이 보이게 되는 신비랄까, 새로움을 경험하게 되니까요. 그러고보니 안경과 시는 ‘쓰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군요.

→그리고 하나를 더 보태자면 안경을 쓰는 일은 사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에 빠질때는 콩깍지가 씌여져 상대의 단점도 장점으로 보이다가도 그 콩깍지가 벗겨질때면 내가 알던 그 사람의 낯선 모습을
보게 되는 신비랄까. 새로울 것도 없는 모습도 달리 보여지는 점이 안경과 시와 ˝쓰면 보인다‘라는 공통점에 끼워넣고 싶다는 게 내 생각이다.

p.88 <치앙마이>

그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상황에서 입 밖으로 나온 사랑한다는 말이 그 전까지 말없이
전해지던 감정을 온통 부정하는 것만 같았다.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지. 어쩌면 끝이 보이니까 더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살다보면 어떤 순간이 너무도 완벽해서 오히려 슬퍼질 때가 있단다. 왜냐하면 그토록 완벽한 순간은 일생에 단 한번 밖에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거든. 그래서 아줌마는 후회없이 꿈을 꿀 수 있었다.

→아직 나에겐 그 완벽한 순간이 찾아오지 않은 걸로 봐서는
끝이 보이기까지 미처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남의 것을 빼앗아 사랑을 나눈들 그 시간이 정말 완벽할까? 후회없이 꿈을 꿀 수 있다고 해도 그건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순간은 내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랑할수없는‘ 유부남을 사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p. 124 <우리가 잠든 사이 >

나는 누군가를 일평생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넘어지더라도
혼자 넘어지고 싶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을테니. 그것이 칼날로 바뀌어 상대를 찌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나 역시 그랬었다. 나 혼자서 책임지기에도 버거운데 누군가를
일평생 책임져야 하는게 부담스러워웠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없었으니까. 넘어지더라도 혼자 넘어지는 게 나으니까.
그렇지만 세상은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았기에 나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도피한 것이다. 그것이 ‘결혼‘이라는 거였다. 서로를 갉아먹는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른채 말이다.

p.138 <나의 이력서>

소영은 그간 주영을 남자 없이 못 사는 애라며 한심해했지만,
정작 주영이 볼 때 그런 제 언니야말로 제대로 된 사랑 한번
해본적 없는 불쌍한 여자였다
주영을 등지고 누운 채 소영은 정신이 멍해졌다.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서 남자 없이 못 사는 여자가 있는가하면 여태껏 제대로 된 사랑 한번 해본적 없이 살고있는 여자도 있는 것이다. 언젠가 좋은 사람이 나타나 사랑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문제되지 않는다.
아직 그런 사람을 못 만난 것뿐이니까
그것이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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