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리커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p.58​

은지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한순간도 죄책감이나 불안함 없이 행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경은 인정했다. 은지의 말처럼 이경과 은지는 너무 비슷한 사람들이었고, 그 이유 때문에 빠르게 서로에게 빠져들었지만 제대로 헤엄치지 못했으며, 끝까지 허우적댔다. 누구든 먼저 그 심연에서 빠져나와야 했을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순간이었다. 은지와 함께했던 기억은 하루하루 떨어지는 시간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흘러가버렸고, 더는 이경을 괴롭힐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갔다.

=>수이와 헤어져 있는 동안 이경은 은지와의 관계에서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을것이다.
둘은 너무 비슷했기에 서로에게 쉽게 빠져들었지만 깊은 심연에서 제대로 헤엄치지 못해 허우적댔을것이다.
누구하나 먼저 빠져나오면서 그 관계는 마침표를
찍었다. 은지와 함께했던 기억이란 하루하루 떨어지는 시간의 무게를 버텨내지 못해 부서져 흘러가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동안 이경은 수이를 잊었을까
수이와는 이대로 정말 끝인걸까? 이경을 괴롭게 한 건 은지와 함께했던 기억일까
아니면 수이에 대한 어떤 죄책감이든지 불안함이었을까

p.60

그곳에는 ‘김이경‘, 그렇게 자신을 부르고 어색하게 서 있던 수이가, 강물을 바라보며 감탄한듯, 두려운듯 ‘이상해‘라고 말하던 수이가, 그런 수이를 골똘히 바라보던 어린 자신이 있었다. 이경은 입을 벌려 작은 목소리로 수이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강물은 소리없이 천천히 흘러갔다. 날갯죽지가 길쭉한 회색 새 한마리가 강물에 바짝 붙어 날아가고 있었다. 이경은 그 새의 이름을 알았다.

=>그저 친구로서의 감정은 아니었겠지,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 먼저였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그 감정을 알지 못한다.
이해할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날갯죽지가 길쭉한 회색 새 한마리를 보고 어쩌면 수이를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얕게 내뱉은 목소리로 불러본 이름을 강물이 삼키는듯 했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불러준적이 있었는가 하고
기억을 더듬어보게 된다.

p.189

˝자살한 사람은 어떠니? 너희 하느님은 자살한 사람도 혼내고 벌을 주고 그러시니.˝
미주는 가만히 테이블을 바라봤다. 미주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한 건 처음이었고, 나는 좀처럼 입을 열 수 없었다.

=>하느님이 자살한 사람을 혼냈다면 어쩌면 조금더 이겨내려는 마음보다 자신의 삶을 끝내 져버린 것을 무책임하다고 느껴서였을까?
자살한 사람도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제3자가 봤을때 그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그저 의지가 나약해서이거나 무책임하게 느껴졌을지라도
그들은 그것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p.202
그 애가 얼마나 용기를 내어 커밍아웃을 했을지, 그때 자신과 주나가 했던 행동이 얼마나 끔찍한 짓거리였는지도, 미주는 그 사건으로부터 일 년반이 지나서야 솔직히 인정할 수 있었다. 진희가 자길 버린게 아니라 자기가 진희를 버렸다는 사실을 미주는 그제야 참담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을 했던 건 어쩌면 웬만한 용기가 아니고선 할 수 없는 것이다.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미주나 주나가 자신을 예전처럼 아니,누가 뭐래도 자신의 편이 되어줄거라는 믿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주나 주나가 했던 행동이 진희에게 얼마나 끔찍한 짓거리에 해당하는 일인지 알지 못했을지도, 그것이 진희를 자살로 내몬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허나 그것이 그런 이유가 정말 죽음으로 밀어붙인걸까
진희도 죽음으로 미주나 주나에게 끔찍한 짓을 했음을 자신은 알까?

p.282
간단한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하민은 물끄러미 바라봤다.
잘 모르겠어, 모르겠는데, 이런 말만 반복하는 자신을, 무슨 기분이냐고?
그게 뭐가 중요하지?그렇게 대답하고는 사실 자신이 자기 감정에 대해 아는바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역시 그랬다. 내 자신이 그래도 누구보다 내 감정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간단한 질문에 어떤 답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면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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