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 전2권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생물학자 도킨스의 자서전.
평소의 나 같으면 이 책을 집어들지 않았을 테지만,
좋은 기회가 생겨 도킨스의 자서전을 읽게 되었다.


최고의 생물학자로 불리는 그는 <이기적 유전자>로 이미 유명 작가로서 이름을 한 번 더 떨쳤다
그 책은 1976년 출간된 이후 30년이 넘도록 과학계에 큰 영향력을 끼쳤으며 출간 30주년 기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출간되기도 했다.
<만들어진 신>으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학적 논증으로 증명하려 애쓰며, 종교와 세계사의 범주를 드나들며 끊임없이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해 규정지으려 했다.

사실, 창조론을 확고하게 믿는 나로서는 선뜻 읽히지 않는 종류의 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 를 떠나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 작가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에
어떠한 이론을 그토록 확고하게 지지할 수 있는지, 주장할 수 있는지.
그것은 분명히 높이 살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분야에 대해 최고라 인정받을 수 있기까지 노력하고 쌓아온 시간들이 어땠는지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일단 이 책은 양장본이다,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쉽게 집어들 만한 책이 아닐 거다.
그러나 여러 작가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점은,
이 책이 그리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책장을 넘기며 읽었다.


자서전은 1, 2로 나누어져 있다.

1권은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저술하기 전인 35세까지의 이야기이다.

그 책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라고 불리기에 이르는데,
유년기와 학창시절은 물론이고, 중간중간에 부모님의 신혼 시절의 이야기를 어머니의 일기를 통해 소개하여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 앞 장에 기록되어 있는 이 문구를 보고,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 모두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이 부분에 대한 느낌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공감할 시기가 누구에게나 올 것이므로, 생략.


이렇게 가족의 계보가 책에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내용에도 일가친척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해 재미있기도 하고, 살짝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가 모여 리처드 도킨스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이므로
그가 자란 환경과 그의 사상이 만들어진 배경을 유추해 보는 재미가 있다.


"대체 왜 어른들은 아이들이 속아넘어가도록 부추길까?"라는 문장이 시선을 잡아 두었다.
'그러네? 왜 어른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이 속아넘어가는 것을 즐거워할까? 왜 우리 사회에서는
그 짓궂은 장난을 암묵적인 약속처럼 지키고 살아가는 거지?'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은 줄 수 있는 산타라니!
전 세계를 달릴 수 있는 루돌프라니!
굴뚝이 없는 집은 어떻게 집에 들어가는 거지?

나 역시 이 문장을 접하기 전에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도 않았으며
특별히 반발할 생각도 없던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이런 의문에 대한 의문을, 리처드는 한번씩 던진다.
그렇게, 지성과 명석한 사고력, 문학성까지 갖춘 과학자가 탄생한 이야기가 1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2권은 70번째 생일을 맞아 지인들과 축하파티를 여는 날,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칠순 잔치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인 것이다


1권에서 비교적 가벼우면서도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많이 다루었다면
2권에서는 '과학자의 베틀에서 실을 풀며'라는 챕터를 통해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다룬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열두 권의 책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연구 주제들이 다루어진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살짝 어렵고 무거운 주제여서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의 과학적 논거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는
책 속의 책 같은 느낌이었다.

더글러스 애덤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존 메이너드 스미스,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에 대한 인물들이 등장해
과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은 눈이 번쩍 뜨일 수도 있다.

과학계와 종교계에서 주목받았던 책 <만들어진 신>을 출간하기까지 거쳤던
계획과 과정도 밝혀져 있어 또 다른 흥미를 이끌어낸다.

동시에 각종 언론과 매체를 통해 활동할 때 있었던 스토리를 들려주는가 하면
가족과 관련된 에피소드, 가족을 향한 애정도 곳곳에 드러내
꽤 재미있게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책이다.
한 마디로 '보는 재미' 그리고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착각도 들 만큼 '듣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한 사람이, 한 세대를 살면서, 이렇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며 남기는 자서전이 유독 가슴을 움직이는 책이었다.
뭔가 깊은 울림과 또한 떨림까지...
한동안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으로 인한 여운이 길게 남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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