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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무엇에 집중하는가 - 성장 기업의 세 가지 조건
신경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출판계에서 자기계발서가 포화에 포화를 넘어선 지 오래다. 어떤 이들은 자기계발서라는 분야의 책이 저자의 주장일 뿐, 그 저자의 인생이 결론적으로 성공적인지 실패인지는 검증되지 않은 것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그다지 신뢰할 만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나 역시 독서 편향이 심해서 소설과 자기계발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거의 무료에 가까울 만큼 여러 권의 중고책을 구입했던 책 중 한 권인 <일본전산 이야기>라는 책을 읽은 후 새로운 길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자기계발서라는 분야의 책에 대한 호불호는 각기 다르겠지만, 자기계발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독서가이면서 개인의 발전에 참고할 만한 조언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한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스토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연구해 기록물로 내놓은 책, 그 창업자들의 경험을 기록한 책들로 눈을 돌려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들은 무엇에 집중하는가> 역시 언뜻 보면 성공한 기업에 대한 오랜 기간의 조사에 걸쳐 기록된 저자의 기존 저서에 살을 입힌 책에 그친다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읽다 보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기업이라는 조직 자체가 한 개인의 창조적 활동을 통해 생성된 것이며, 그 조직을 탄탄히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개인이 필요한 거대 집단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리더와 임원, 사원 등의 생각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그 방향을 위해 비슷한 속도로 끊임없이 노를 저어야 그 기업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을 딱히 부인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이 더욱 신뢰가 가는 부분은, 우리나라보다 대부분 수십 년 앞서가고 있는 일본의 기업을 오래 연구해 온 저자의 논문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1997년 12월에 맞닥뜨린 경제 불황, 2008년 9월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예로 들며 우리 경제가 10년 주기로 위기를 맞고 있으며 2018년 역시 경제 불황에 시달릴 것을 예상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올해 4월을 기점으로 심각한 경제 불황을 실제로 체감하고 있다. 주변에서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을 해도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고 일해 온 터라, 이번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다.
이것이 단순히 어릴 때는 관심이 없던 일이고, 지금은 가정의 경제와 자녀 출산 이후의 재정 문제, 노후 대책 등을 고민하는 어른이기 때문에 크게 다가오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런 시점에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비결을 논하는 이 책은 당연히 내 눈을 이끌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기업이 탄생하고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외부 변수보다는 내부 변수에 의해 성장과 정체가 결정된다는 일명 ‘내부 책임론’”을 언급하며 기업을 창설한 직후에는 외부 변수에 모든 것이 좌우되지만 어느 정도 성숙된 기업의 경우에는 내부의 힘이 성장과 침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지속 성장을 좌우하는 ‘강한 내부의 힘’은 크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변화 수용, 방향 공유, 리더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변화 수용’을 위해서는 끝없는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며 모든 구성원의 적극적인 학습의지가 필요하다. ‘방향 공유’에는 기업의 존재 이유와 존재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며, ‘리더의 사명’은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지속 성장은 어느 한 순간, 한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평소의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한다. 내실이 든든한 기업은 즉 성장을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개인들의 역량 발휘가 필수라는 말로 이해되었다.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개인이 속해 있는 어떤 집단이든 똑같이 적용될 거라 생각하면 저자의 논리는 설득력이 꽤 있다.
저자의 경험과 그가 직간접적으로 보아 온 많은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기업이 인재를 발굴하고 발전 가능성에 불을 지펴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개인이 갖추어야 할 경쟁력, 성실함, 유연함, 책임감, 리더의 목표의식에 부응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 이해력, 그리고 도전의식 등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전적으로 공감하며 읽은 부분이 있다.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쓰임새가 맞지 않을 뿐이다.”(103쪽) 부분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과 과학 시험 점수 결과로 번호 순서대로 불려나와 선생님께 매를 맞던 기억이 떠올랐다. 국어와 영어 과목에서는 시험을 잘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과목에서는 그렇게 때리기까지 했던 과거 우리나라의 교육 분위기는 당연한 듯 여겨졌다. 아무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에, 시간이 지나고 교육 환경이 달라진 지금은 더욱 부끄럽고 답답한 기억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이제는 한 개인개인이 각 상황에 따라 주체적이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택과 집중이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