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이 버거운 나에게 - 나를 괴롭히는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는 심리 수업
안드레아스 크누프 지음, 이덕임 옮김 / 북클라우드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습관처럼 실행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마음챙김 훈련법은 바로 명상이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고 현재에 진정으로 '머무르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이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현재에 진정으로 머무르는'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나는 지나치게 과거 집착형 인간이다. 그러면서 매순간 미래도 기다린다.

아러니하게도, 오늘 나는 며칠 후에 있을 누군가와의 만남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

예를 들면 태어난 지 150일 정도 된 조카를 만나는 날이나, 너무 가고 싶었던 김소영 아나운서의 북카페를 가는 날...

오늘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며칠 후에 있을 재밌는 일을 기다리며 산다는 거다.

(이것은 나만 그런 건 아닐 것 같지만)

문제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과거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의 '어린 나'라든가 '그곳에 살던 시간'은 남들보다 심하게 그리워하며 산다.

지금까지 살았던 집은 시간이 지난 후에 꼭 한두 번씩은 가 보곤 한다.

그 시간 속의 나를 만나​는 여행을 하며 좋았던 일, 슬펐던 일을 떠올리는 것이 해외여행보다 더 긴 여운을 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현재에 진정으로 머무르는'이라는 표현은 현재를 온전히 살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에 집중하는 나에게 딱 필요한 생활 방식이 아닐까 싶었다.

<내 감정이 버거운 나에게>는 '마음챙김​'을 통해 감정을 다루는 네 단계를 소개한다.

인식하기, 받아들이기, 느끼기, 행동하기이다.

단계를 나누고 보니 어려울 것 같지만 어떤 감정이 나를 지배하든 그저 느끼는 것이다.

현재 나를 지배하는 감정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그 감정을 부인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감정이 있다는 것 자체를 느끼는 데 집중하는 것, 즉 감정을 돌보는 데 익숙해지면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감정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

작가는 약 20년의 시간 동안 '감정​ 훈련'에 집중하면서 훈련용 메모지를 개발했다.

우리가 매 순간 어떤 감정에 휩싸이고 그때마다 어떻게 반응하는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이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사실상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도움이 될 만한 본문의 글 일부를 옮겨 본다.

토요일 아침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그런데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마음이 편치 않다.

일주일 내내 너무 바빴꼬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도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나는 이메일을 읽기 시작했다. 계획과는 달리 프로젝트가 잘 풀리지 않아

추가 업무가 필요하고 어쩌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완전히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동료의 이메일이었다.

그 메일을 읽는 동안 나의 내면에서 절망과 분노가 뒤섞인 불괘한 감정이 퍼져 나갔다.

곧바로 ​긴장과 불안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단 나는 그 모든 느낌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이 메일을 읽어갔다.

다음 이메일은 내담자가 상담을 연기하자는 요청이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화가 치밀었다.

'왜 이 사람은 매번 약속을 어기는 거지?'

작성한 기고문을 수정해 달라는 이메일에도 나의 반응은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아니, 이것조차 말썽이구만!'

내 기분은 서서히 무거워지고 우울해졌으며 지난주의 힘들었던 일들까지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무력감과 절망감이 점점 강해져서 컴퓨터를 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바로 그때 '네 감정을 느껴 봐.'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그 모든 감정을 천천히 느끼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순간, 하품이 나왔고

몸이 서서히 이완되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내가 불쾌한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계속해서 우울한 감정에 빠졌을 것이고 더욱 부정적인 사고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결국 그러한 감정으로 인해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뒷 부분을 읽으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즐겁지 않은 어떤 일을 겪을 때, 그 일 하나만으로 생각하고 느끼지 않고

그 전에 있었던 기억까지 끄집어내 우울과 불안 같은 감정을 더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결국은 어떤 작은 일이 점점 커져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감정이면 상관 없겠지만 보통은 부정적인 감정일 경우 더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45쪽에 보면 "고통체는 놀라울 정도로 활발한 존재다. 무엇보다 고통체는 고통을 추구하고

이 고통을 지속하는 데 집중한다. 고통체는 다른 사람과 불화를 일으키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줌으로써 발생하는 면의 고통을 먹고 자란다.

저자가 내담자들의 말에서 자주 듣는 말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어요, 무시당하는 느낌이에요, 나를 거부하는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라는 것을 보면

​상대에 대한 비난과 의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거부당했다는 느낌'은 존재하지 않는데 실제로 감정을 가장한 자신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나를 거부하고 있다'는 자기만의 추측과 해석을 포함하면서

그 때문에 자신이 슬픔을 느끼고 있다는 걸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 중 대부분이 추측성 감정의 가면을 벗지 못한 채 '~인 것 같아, ~처럼 느껴'라는 문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실제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책장을 덮고, 이 책에 나오는 감정돌보기, 마음챙기기 등의 표현을 자주 떠올리면서

욱 하는 성향을 조금이라도 고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감정화하는 내 습관을 돌아볼 시간을 자주 마련해야겠다.

*이 책은 #리뷰어스클럽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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