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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햄릿의 독백,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는 하나의 문장이 아니라 제단 위에 올려진 인간 실존의 고뇌입니다. 그는 개인적 복수의 차원을 넘어, 삶과 죽음, 존재와 무(無)의 경계를 흔들며 묻습니다. 그 물음 앞에 독자는 감히 가볍게 대답하지 못하고, 다만 고개를 숙일 뿐입니다.
햄릿은 단순히 우유부단한 청년이 아닙니다. 그는 부패한 권력과 거짓된 인간관계 속에서, 정의와 양심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를 끝내 목격하는 존재입니다. 그의 고통과 망설임은 약함이 아니라, 도리어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깊은 성찰의 무게입니다. 우리는 그의 방황에서 인간 조건의 숙명을 봅니다.
『햄릿』은 죽음을 종착지가 아니라 통과의례로 바라봅니다. 유령의 등장, 무덤 장면, 독백 속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는 우리로 하여금 생의 유한성과 초월의 가능성을 동시에 떠올리게 합니다. 그 앞에서 독자는 경건히 숨을 고르며, 자신 또한 이 무대의 한 배우임을 자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