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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경제학 - 경제학자, 문화산업의 블랙박스를 열다
김윤지 지음 / 어크로스 / 2016년 5월
평점 :
경제,경영학 책을 선택할 때 저자와 저자 약력을 꼼꼼히 살피는 편이에요.
대부분 외국 번역 서적이 많은데, 이번에는 한국 저자의 책이라 우선 반가웠고 관심많은 문화산업을 경제학자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봤는 지 궁금해서 읽게 됐어요.
김윤지작가는 산업부, 경제부 기자로 일하다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경제정책, 문화 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어요.
<여는 글>
'그래프의 미세한 기울기 변화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하듯,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는
산업에서도 숨겨진 숫자들의 욕망을 읽어낼 수 있어야 세상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문화산업에서, 영화관에서 경제학을 읽어내는 일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세상을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시각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그 전면적 모습을 쉽게 드러내는 적이 없기 때문이다. (p13)
정말 공감가는 문장이었어요. 독서나 영화감상, 문화생활들을 하면서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과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잖아요.
이렇게 여는 글에서부터 책에 대한 호감과 기대가 커졌어요.
1부에서는 숫자와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들을 통해 문화산업에 대한 발견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시나리오 피칭은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작자나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이다.(p24)피칭의 핵심은 ‘한 줄 요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이러이러한 내용임을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하게 알려 제작자와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p25)
할리우드나 한국에서 시나리오 피칭은 영화나 드라마 아이템을 발굴하는 보편적인 방식인데요, 미국의 금융경제학
연구팀이 시나리오 피치와 흥행간의 관계를 연구했어요. 한 줄로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시나리오일수록 비싸게
팔리고, 비싼 시나리오일수록 높은 흥행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피치는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였다니 정말 효과적인 피치였네요!
흔히 영화산업을 불황산업이라고들 해서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아 놀랐어요.
소득이 줄어들면 영화 관람객도 줄어든다네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준 결과였어요.
2부에서는 복잡하고, 변덕스럽고 , 생각보다 합리적인 인간을 문화경제학으로 탐구해나가고 있어요.
배우들은 왜 흥행이 보장되는 대중성 높은 영화가 아니라 흥행이 떨어질 수도 있는 영화에 출연하려고 하는 걸까? 배우들은 (…) 평론가로부터 진정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들을 수도 있고, 특정한 캐릭터를 통해 특유의 이미지를 얻어 광고와 같은 부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즉, 현재 시점에서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연기 인생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p124)
할리우드 배우들이 독립영화나 연극에 자주 출연하고, 한국 배우들이 홍상수 감독이나 김기덕 감독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겠죠? 이 외에도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배우들의 이혼율이 급증하는 까닭은 무엇인지(9장),
엑소와 씨스타의 생존 전략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10장) 등 한 번쯤 의문을 가져봤던 사항들을 다루고 있어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어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에 숨겨진 동기를 찾아볼 수 있고, 개인적인 ‘취향’이나 문화 소비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내는 것에 감탄하기도 했어요.
3부에서는 컬처 비즈니스 세계의 작동방식을 소개하고 있어요.
문화산업에서는 ‘스타’가 중요하다. 너무나 많은 가수, 너무나 많은 배우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쏟아내는 작품도 넘쳐난다.
(…) 때문에 어떤 가수나 배우에게 붙은 ‘스타’라는 인식표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이 가수가, 혹은 이 배우가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은 ‘스타’라면, 그가 내놓은 작품이 조금 더 좋은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p220)
스타라는 사실이 인지되는 순간 사람들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스타경제학에 대한 설명인데요. 이렇게 스타시스템에 의해 슈퍼스타가 탄생하면서 승자독식구조가 만들어지게 되죠. 한국에서는 개그맨들이나 예능프로 MC들이 해당될 것
같네요. 스타 시스템이 강하게 작동하는 시장에서 다양성이 공존하기 어려운데요, 유럽의 연구에 따르면 '가격 시스템'을 통해 다양성을 살릴 수 있다고 해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통해 신진 예술가들이 조금 더 낮은 가격에 자신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한국에서도 영화산업에 자금을 투자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독립 영화제작진들과 인디음악가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느껴요. 그들의 애로사항에 귀기울여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네요! 그 밖에도 온라인에서 뜨는 영화와 오프라인에서 뜨는 영화는 어떻게 다른지도 살펴보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차이나머니와 창조경제가 우리 문화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요.
문화산업 종사자들이나 문화산업 지원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특히 외국 사례뿐만 아니라 최근의 한국 사례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서 경제현상들을 더 실감나게 읽고 이해 할 수 있어요.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문화경제학의 매력을 발견하고, 컬처 비즈니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앞으로도 이런 분야의 연구들이 계속되고, 다양한 책들이 출판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