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증명

악마의 증명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7년 5월

이제는 판사보다 작가라는 직함이 더 어울리는 도진기 작가님.

그의 소설은 크게 어둠의 변호사 고진 시리즈와 도덕성이 결여된 탐정 진구 시리즈로 나뉜다.

그외에도 틈틈히 단편소설을 써왔는데 그동안 발표했던 단편 7편과 미발표작 1편을 모아서 총 8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소설집 <악마의 증명>을 출간하였다.

표제작인 '악마의 증명'은 쌍둥이라는 사실을 교묘히 이용해 살인죄를 덮으려는 범인과 끈질기게 그들의 범행을 증명하려는

여검사의 치밀한 두뇌싸움을 그리고 있다.

'정글의 꿈'은 암선고를 받고 요양원에 입원해 죽을날을 기다리는 한 노인의 간절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보여주는데

뒤에 나타난 결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론 실제로 적용되어도 크게 나쁘지는 않을듯한데...

'선택'은 아기와 함께 절벽에서 추락사한 여자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추락직전 메스로 자신의 손목을 그어버린 여자. 그녀의 죽음에 담긴 진실의 무게에 절로 숙연해졌다.

'외딴집에서'는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탐정이 등장한다. 범인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의 집에 몰래 잠입한 탐정.

허나 현관에 들어서기도 전에 범인에게 들켜 강한 타격을 입고 정신을 잃고 만다.

한참 후 어떤방에서 정신을 차리고보니 주변에 토막시체가 있다. 탐정은 범인을 잡고 무사히 이 집을 빠져나갈수 있을까?

끝까지 긴장감을 놓으면 안된다. 방심하면 끔찍한 모습을 보게될테니!!

'구석의 노인'에는 남편을 목졸라 살해한 스토커를 죽인 한 여자가 있다. 사건의 정황이나 cctv를 보면 여자가 스토커를

칼로 찔러죽인 행위는 정당방위로 보여진다. 그녀를 담당한 변호사는 무죄를 받아내려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초연해보인다. 더구나 재판장 구석에 자리한 어떤 할머니의 태도가 자꾸만 신경쓰이는 변호사. 노인의 눈에 비친 사건은 전혀 다른모습을 드러낸다.

'시간의 뫼비우스'에서는 시간을 초월해 사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기차가 터널을 지나고나면 사라질 남자.

옆자리에 앉은 여성에게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앞날을 알지만 바꾸지도 못하고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해 당해야만 하는 남자의 괴로움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킬러퀸의 킬러'. 날벼락처럼 남편이 살해당했다는 비보를 받은 아내. 남편의 죽음이 궁금한 아내는 직접 조사를 시작하고 남편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게된다. 끔찍한 진실을 알게된 아내의 선택을 어떻게 이해해줘야 할까...

'죽음이 갈라놓을 때'. 젊고 예쁜 무당을 가지고 논 사내의 최후는 끔찍하기만 하다.

사랑이라 믿었던 남자에게서 배신당한 무녀는 죽어서도 남자를 놓지 못하고 저승길 동무로 삼아버리는데 그 집착이

상상이상 이었다. 왜인지 이탁오 박사가 저지른 끔찍한 만행이 오버랩되었다.

8편의 단편소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잘차려진 뷔페같은 느낌이었다.

단편의 특성상 이야기의 디테일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매력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 색달라서 좋았다. 드라마부터 호러까지 다양한 장르가 담겨있는것도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선택'과 '죽음이 갈라놓을 때'가 전혀 다른 감정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연달아 읽은 도진기 작가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집. 좋다. 그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