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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중국까지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이근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전략
프랑수아 줄리앙, 이근세 역
교유서가
세 번쯤 읽어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종종 있다. 처음 읽을 때는 전체적인 그림을 채 파악하지 못하고 미숙한 인상만 남는다. 두 번째 시도에선 부분 부분에서 잠시 멈춰선 채 화두에 취한다. 세 번째는 되어야 비로소 책의 얼개가 눈에 들어온다.
프랑수아 줄리앙은 중국 사유를 통해 서양 사유의 뿌리를 되짚는다. 초반부에서 그는 중국 사유와 서양 사유가 얼마나 다른지를 강조한다. 그리고는 서양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사유를 세워온 중국을 통해 서양의 전통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서양의 습벽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 자신의 기획이라 소개한다.
책의 이름이 전략인 이유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양자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서양은 추상적인 모델을 세우고 이를 현실에 적용한다. 그에 반해 동양은 거침없이 흘러가는 현실의 흐름을 주목한다. 동양의 전략가는 현실 안에 있는 주도적인 요인을 파악하고 그 위에 올라탄다. 마치 저 상류에서 물이 범람하듯 자연스럽게 자신의 적을 물리칠 수 있도록. 때가 되면 적은 감히 대항할 엄두도 못 내게 된다. 그러한 상황으로 세(勢)를 유도하기 위해, 전략가는 더욱 깊고 은밀한 조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과 서양은 단순히 멀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우던 것들은 가족과 배웠던 예의, 습관과는 많이 달랐다. 내가 겪었던 혼란은 서양 사유와 동양 사유의 마찰이었다.
동양 전통이 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지분을 요구하는지는 그 전통을 알고난 뒤에야 파악할 수 있다. 서양 학자의 책을 통해서 동양 사유의 특이점을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아쉽다. 프랑스 학자의 말을 번역한 책으로 동양 사유를 접하니 삶 속에 살아있는 개념인데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 우리의 언어는 서양 사유에서 나온 단어와 술어가 지배한다. 동양 사유에 도달할 길이 좁아졌다. 이 사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