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목사의 절기 설교 - 절기를 통해 살펴보는 기독교 기본 교리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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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대하기 전 오해가 있었음을 밝힌다. 신앙에 관한 책들을 탐독하던 시절, 청교도에 깊이 빠진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때는 많이 치우쳐 있었던 것 같다. 확실히 그랬다. 그래서 절기를 가볍게 여겼다. 모든 주일이 부활절이요, 성탄절이어야 한다는 당위에 찬성했다. 스펄전도 크리스마스를 가증히 여겼다는 말을 들으니 이러한 생각은 더 굳어졌다. 교회를 개척한 후 이러한 생각을 마냥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신자들의 생각을 존중해야만 했다. 누가 개척교회 교역자를 부러워했던가? 그는 소수의 사람들 전부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다. 한 사람의 생각도 가볍게 대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어설프게 어중간한 입장을 취했던 것 같다. 우리 교회는 절기를 지키지 않지만, 절기를 지키는 다른 교회들을 비판하지는 않는다는... 절기헌금을 하지 않았고, 부활절 계란도 없이 7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과연 잘 하고 있는 걸까?

 

이러던 차에 절기 설교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유명 설교자의 이름에 책 값도 만원.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고, 여백도 넉넉하다. 맘이 비뚤어지려고 한다. 9권의 설교문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들었구나. 저자의 다른 책을 수십권 보았으니 이번에도 다르지 않은 내용일 것이라 유추해 본다. 인터넷 서점에서 미리보기 페이지를 훑어본다. 큰 기대가 없다. 이 교회는 참 많은 절기를 지키는구나. 교인들이 피로해하지 않을까? 청교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곱지 않은 마음으로 1장을 열었다. 길갈에 관한 설교였다. 신년을 여는 메시지였다. 지적인 만족과 정서적인 감동이 동시에 있었다. 그리고 의지적인 결단이 꾸물꾸물 올라왔다. 어떤 충동이라 표현해도 좋을 마음이었다. “나도 이렇게 하고 싶다.”

 

고난주간 설교와 부활주일 설교를 읽으며서 복음을 대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때마침 외부강의가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은 것이 자연스레 청중에게 터져나왔고, 모두에게 감동이 되었다. 영향을 받고 있었다. 영향을 받으며 생각이 열리고 마음이 넓어지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매 설교문의 끝에는 대지를 구조화하여 친절하게 정리해 놓았다. 로이드 존스가 설교문 작성에서 가장 중시했던 스켈레톤이다. 9개의 스켈레톤은 그 자체로 좋은 교재다. , 나도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체계적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다.

 

올해에도 크게 절기를 강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연속강해설교의 중간중간 절기설교를 해야할 때 이렇게 진중하게 하고 싶다. 회중을 배려하고 싶다. 선명하게 복음을 나누고 싶다. 지성과 정서와 의지적인 면을 골고루 담은 풍성한 성경신학이 설교에 담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 책에 대한 오해로 책을 밀어내지 않아서 감사하다. 책을 읽으며 설득당하는 기분좋은 체험을 하였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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