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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에서의 도피 - 세계적 지성 프랜시스 쉐퍼의 대표작 완전 개정판
프란시스 쉐퍼 지음, 김영재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9년 4월
평점 :
프랜시스 쉐퍼의 『이성에서의 도피』를 읽고...
프랜시스 쉐퍼의 책이 양장본으로 새롭게 개정되어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프랜시스 쉐이퍼”로 부르는 것이 옳지만 이미 굳어진 호칭이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쉐퍼에 대한 여러 극단적인 평판이 있어 왔다. 첫째는, 시대를 앞서간 선지자로서 그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지도자로서의 쉐퍼에 대한 영웅으로서의 접근은 그의 전기나 평전을 참고하며 교정될 필요가 있다. 곧 그가 죽은 지 30년이 된다. 그러면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둘째는, “쉐퍼가 말한 것은 다 틀렸다”라고 말하며 그를 폄하하는 태도이다. 특별히, 철학이나 사상사에 조예가 있는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쉐퍼는 각주를 첨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당히 교조적이고, 단정적으로 들리는 그의 주장의 근거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본서를 읽다 보면, 이 글이 실제 강연을 글로 풀어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대한 자료를 일반적으로, 매우 일반적으로 구술해 낼 때에는 제일 뒤에 참고 문헌이라도 제시해 주는 것이 예의이다. 그래서 이런 관점으로 쉐퍼를 보는 이들은 그가 적은 지식으로 모든 것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어떻게 그의 진술을 이해해야 할까? 쉐퍼의 책을 염두에 둔 것처럼 쓰여진 또 다른 저서가 있다. 캘빈 대학의 철학교수인 켈리 J. 클락이 쓴 『이성에로의 복귀 』가 바로 그것이다. 클락은 쉐퍼처럼 계몽주의를 비판하지만, 구체적으로 “계몽주의적 증거주의”를 비판한다. 또한 이성과 믿음에 대한 변증을 풀어나간다. 그러니까 상당 부분 쉐퍼가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쉐퍼의 “이성에서의 도피”를 편견없이 읽어가면서 나름대로 큰 그림을 그린 후에 클락의 책을 참고하고, 또 그 책과 대화하면서 쉐퍼의 의견에 대해 반론을 제기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나는 본서의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쉐퍼의 경험담에 놀란다. 그의 강의를 듣는 사람이나, 라브리를 찾는 사람과의 대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목회적인지 알 수 있는데, 그의 세심함에 감탄하는 것이다. 본서를 읽으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쉐퍼는 기본적으로 “목회자”이지, “사상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양한 영역에 그리스도인이 있고, 하는 일도 각기 다르다. 그러나 매사에 모든 이들을 가능한 온정으로 대하는 사역은 동일하다. 식자든, 육체노동자든 마찬가지이다. 또한 쉐퍼의 폭넓은 관심사에 대해 놀란다. 그는 미술, 음악, 문학 등에 조예가 깊다. 그런 그의 폭넓음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가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그의 전기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시대를 읽는 눈을 갖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