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를 든 인문학
휴 앨더시 윌리엄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http://kkkatiegirl.blog.me/220159470763


[신간추천♡ - 통섭/교양과학/ 인문학/ 해부학/주제사/문화사] 과학과 사상, 예술을 넘나드는 우리 몸이야기! 원제 : 해부학(Anatomies) <메스를 든 인문학> 





우리는 우리의 몸과 그다지 친하지 못하다. 분명 우리의 정체성에는 몸도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몸 때문에 생기는 제약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도 많은데도, '몸'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는 진행된 사항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일반인들 말고, 인체에 대해 배우는 의사를 비롯한 보건계열 종사자, 연구자들은 다를까? <메스르 든 인문학>의 저자, 휴 앨더시 윌리엄스는 아니라고 본다. 객관성과 환원성을 중시하여 거의 모든 것이 세분 화되어 쪼개지고 있는 현대의 트렌드를 의학, 해부학이라고 피해갈 순 없었다. 때문에 우리의 몸도 부분부분으로 쪼개어져 연구되어 왔고, 그 파악 또한 기능과 역할 위주로만 파악되었던 것이다. 그런 기능적인 측면에 대한 지식만으로 우리 몸에 대해 충분히 안다고 하기엔 역부족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물리적 관점에서 볼 때 심장은 펌프, 방광은 주머니, 눈은 렌즈, 발은 디딤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우리는 내부 장기든 눈에 보이는 이목구비든 과학이나 의학을 통하지 않은 나름의 관념을 갖고 있다"며 "이 관념은 인체 부위에 상징성과 의미를 부여해온 우리의 문화에 따라 형성된다"고 말한다. 과학적 지식에 인문학적 배경이 더해져야 인체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주장이다. 
 RHK의 신간, <메스를 든 인문학>은 저자의 주장대로 해부학을 베이스로 역사와 사상, 예술까지 넘나들며 인문학적으로 우리 몸을 살펴보며 인체의 총 의미를 찾아가는 지적인 여정이 담긴 책이다.









 저자 휴 앨더시 윌리엄스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과학과 기술, 건축과 디자인 모두를 아우리는 대중 과학 칼럼을 <인디펜던트> <가디언>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에 기고해오고 있으며 <원소의 세계사>라는 재기발랄한 책도 낸, 대중 과학저술가이다. 그의 글을 한 번이라도 접한 이라면 알겠지만, 이번 <메스를 든 인문학> 에서도 지극히 이론적이고 딱딱한 과학 지식들을 풍부한 역사,미술,건축,문학,철학,신화 등등과 결합시킴으로써 보다 가까운 거리의 과학, 대중들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을 만한 과학으로 탈바꿈시키는 저자의 경이로운 글솜씨가 여과없이 발휘된다. 









(사진은 위부터 렘브란트의 그림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과  <메스를 든 인문학> 영문판 표지)



 렘브란트의 그림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 책의 본문이라고 할 수 있는 2장 "부위" 파트로 가 면서 우리의 눈, 코, 입에서부터 발, 심장 등등까지 부위 하나하나로 들어가며 관련된 동서양의 전통, 사상, 희곡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늘어놓는다. 생각보다 글이 한가지 주제로 깊이 들어가기 보다는, 관련 사실들을 병렬적으로 늘어놓고 있기 때문에 그리 읽는데 어려움은 없다. (인문학서 특유의 이해해가며 천천히 곱씹어봐야함은 당연하지만!) 초반부에 진도가 너무 안나간다 싶으면 곧장 부위부터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영국의 저술가가 동양의 공자까지 분석하고, 마르탱게르의 귀향 같은 사료, 셰익스피어의 희곡 등등까지 끌어다가 썰(?!)을 푸는 건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니까 말이다.  




<책 속의 한 줄 > 

 몸이 단지 골칫거리에 불과하다는 추론은 우리 육체와 정신의 의미있는 화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정말로 몸에서 탈출하기를 바랄까? 그렇다면 어디로? 안전하고 질서와 규칙성이 있으며, 믿을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더 나은 장소일까? 이 꿈은 인간의 삶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정한 속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정신이 우리가 직접 고안한 기계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컴퓨터에 너무나 도취된 나머지 컴퓨터와 더 닮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꿈은 우리의 정신도 생리적인 것이며, 정신이 육체에 깃들고 의지한다는 사실을 편리하게 지워버린다.
 탈출구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사실은 집과 같은 몸을 감옥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몸은 멋진 곳이다.

-에필로그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