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가라 -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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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게 된 결정적 계기는 평론가들이 뽑은 2000년대 최고의 작품 리스트에 있기 때문이었다. 다크나이트도 주위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솔깃해서 극장으로 갔었다. 처음 한동안 적응 못하고 헤맨 것도 비슷하다. 책에선 처음 접하는 한강 작가의 문체나 인물들에 익숙해지기가 어려웠다. 이 비현실적인 인물들은 무엇이며, 독백은 또 왜 이럴까... 시작부터 그 지나친 가라앉음과 차가움 그리고 견딜 수 없는 오글거림으로 평론가들은 왜 이런 것만 좋아하는 걸까, 평론가들만 원망하며 읽어나갔다. 다크나이트도 초반엔 그냥 졸았다. 원래부터 놀란 감독이 이야기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풀어가는 이야기꾼은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심각하게 그가 말하고픈 것, 상징과 상징 사이에 이야기적인 대형구멍들이 보였고 상징을 위한 설정들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나와 맞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책과 영화 모두 중간을 넘어가자 모든 불평불만을 그치고 빠져들기 시작했고, 클라이막스 부분을 접하면서 그 작품에 대한 내 감정이 모두 바뀌었다. 책을 읽고 있을 땐, 진부한 표현이지만 너무 얼얼하고 누군가 가슴을 강타한 것 같아서 잠시 책을 덮어놓고 진정시켜야 했고 -그런데 사실 그 40년전의 일 자체가 매우 현실적이거나 혹은 미학적이여 보이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아침드라마처럼 막장스럽고, 내가 쉽게 납득할만큼 현실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부분에 이입해서 읽어냈고 정말 그 때 같이 있었던 사람처럼 생생하게 그 추위와 분위기 등을 느낀 기분이 드는 건 앞에서 불평했던 그 문체 때문인 것 같다. 내게 욕을 먹어가면서도 계속해서 그 분위기 과도하고 감상적인 문체를 써온 덕분에- , 영화를 볼 땐 영화관에서 육성으로 억소리가 나와 그 뒤로 눈 깜빡이는 걸 아까워하며 끝까지 지켜봤다. 이렇게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내게 이 책을 생각하면 연관어로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떠오르게 된 이유는 중요하나 매력 없는 인물들의 존재 때문이다. <바람이 분다, 가라>에서 ‘삼촌’은 중요한 역할이다. 아픈 그의 존재감은 어느 정도 40년전의 그 일이 있기까지의 계기 중 하나로 작용되었을 법하고, 그의 존재와 죽음은 그 뒤의 인주와 나에게까지 깊은 영향을 끼친다. 한마디로 40년 전의 이야기와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를 만나게 해주는 하나의 문인 것이다. 그리고 그 자체도 피가 멈추지 않는 희귀병(혈우병 아닌가..?)의 보유자, 그 병으로 인해 형성된 듯한 매사에 조심조심하는 성격, 그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 등등. 상당히 독특하다. 그러나 정말 매력 없었다. 그야말로 문학 속에서만 존재할 인물. 문학 속에서나 예쁘게 봐줄 인물. 영화에선 하이라이트라고도 볼 수있는 반전을 위해 마리온 꼬띨라르 분의 한 여자가 등장한다. 반전이 밝혀지기 전까진 무매력이었다. 영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듯하고, 감독이 이거 배트맨 시리즈 마지막이라고 올스타전마냥 자기가 선호하는 배우 다 나오게 하려고 만든 캐릭터 아냐 하고 의심할 정도. 그러나 그 막판 반전을 위해선 꼭 필요한 캐릭터였다. 그러나 반전이 밝혀지기 전까진 내 졸음의 한 몫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한강 작가의 책은 이게 처음이라 작가 스타일까지 평할 순 없겠지만 이 작품만 읽고서 나는 흔치 않은 한국 문단의 탐미주의적 작가가 아닌가 생각했다. 40년 전 그들의 관계도, 현재에서의 관계에서도 물론 치기 어린 사랑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그건 에로스 적인 사랑이 아니라 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집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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