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테두리를 둘렀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위스키가 좋았 다. 서른 넘도록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소주는 크 소리가 나도록 썼고, 막걸리는 신입생 때 두잔인가 마시 고 기억을 잃은 뒤로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고량주 는 향이 역했고, 맥주는 너무 차가워 한잔만 마셔도 설사 를 했다. 서른 넘어 친구 집들이에서 처음 위스키를 마셨 다. 오크향은 달콤했고 목 넘김은 황홀했다. 마셔보지 않 았더라면 나는 영원히 술과 맞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한계란 그런 것이다. 아버지는 해방 전후의 한계 와 여전히 맞서 싸우는 중이었고, 그사이 세상은 훌쩍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