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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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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다. 쓸쓸하다. 아련하다. 그냥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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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공간정치 읽기 -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김진애 지음 / 서울포럼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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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니 표지 날개의 저자 소개에 먼저 눈길이 간다. 'MIT 건축 석사 및 도시계획 박사' '대통령자문 건설기술ㆍ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 '1994년 미 <타임>지가 뽑은 '차세대 리더 100인' 중 유일한 한국인' 등등 무려 19줄에 이르는 저자의 이력ㆍ경력. 하지만, 그보다는 '김진애너지'라는 별명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건축가 김진애. 잠시라도 함께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그가 쉴 새 없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리라.

건축가 김진애씨가 지난해 8월부터 같은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과 <인물과 사상>에 실었던 글을 다듬고 엮어 <김진애의 공간정치 읽기>(서울포럼ㆍ이하 <공간정치 읽기>)를 펴냈다. 그의 별명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책이다. 도시건축 전문가로서의 현장 감각과 실천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내공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힘 있고 거침없는 그의 글쓰기 덕에 어떤 글보다 쉽게 다가온다. 

공간정치(Space Politics)란 무엇인가. 저자는 '공간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정치'로 풀이한다. 동어반복 같다. '공간'에 관한 그의 생각과 '정치'에 대한 그의 정의를 이어보면 그 뜻이 좀 더 또렷해진다.

'공간은 중요한 사회 인프라 중 하나…… 경제를 담는 것도, 산업을 담는 것도, 일자리를 담는 것도, 삶터를 담는 것도, 관광을 담는 것도, 문화를 담는 것도, 지역균형을 담는 것도, 즐거움과 행복을 담는 것도 다 공간이다. 공간은 모든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관계되며, 공간은 '부동자산'이고, 한번 만들면 오래가는 '장기자산'이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사회 인프라다.'('이명박식 공간정치의 함정'에서)

'정치란 한정된 자원을 지혜롭게 배분하는 기술이며, 정치란 갈등을 조정하고 줄이는 행위이고, 정치란 다양한 이해집단의 균형적 관계를 세우는 행위이며, 정치란 사회 약자와 소수자도 행복하게 해주는 기술이며, 정치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가치를 공유하게 하는 행위이다.'('머리말'에서)

따라서 저자에 따르면 공간정치의 주체는 '공간을 쓰는 거의 모든 사람들', 즉 '모든 시민'이고, 공간정치의 핵심은 '누가, 누구를 위하여, 왜, 어디에, 어떻게, 무슨 공간을 만들고 누리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좋은 공간정치'와 '나쁜 공간정치'를 나누고 있다. <공간정치 읽기>를 펴낸 취지도 '우리 모두 공간정치에 눈을 뜨고, 나쁜 공간정치를 경계하고 좋은 공간정치를 실현하자'는 데 있다.

좋은 공간정치를 위한 시민의 몫

<공간정치 읽기>가 읽어내는 대상은 청계천, 시청 앞 광장, 용산공원,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ㆍ혁신도시, 뉴타운, 한반도 대운하 등 주요 프로젝트들과 주택문제ㆍ부동산문제 등으로 다양하다. 저자는 주요 프로젝트들의 정치적 동기와 정책적 목표를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주제임에도 앞서 얘기했듯이 저자의 내공과 글 솜씨가 어우러져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이 명쾌하게 풀려나간다.

저자는 공간정치가 새삼 이슈로 떠오르게 된 것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대통령 당선인)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책의 첫 주제도 '이명박식 공간정치의 함정'으로 잡았다. 이명박 전 시장 시절의 시청 앞 잔디광장, 청계천 복원 사업 등을 '스펙터클 공간정치의 원조'로 규정하고 그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심지어 서울광장에 대해선 공공 공간을 사유화한 '이명박의, 이명박에 의한, 이명박을 위한 잔디광장'으로 '잔디 독재'라고 비판한다('서울시청 앞의 '잔디 독재'').

그 밖에도 저자는 동대문운동장 재개발 사업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품 중독증'을 지적하고('오세훈 시장, 명품을 벗어라!), 용산공원 건립 사업에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기싸움'을 따져 묻고('용산공원에 얽힌 '기싸움' 정치'), 뉴타운 개발사업에서 1970년대식 뻥튀기 개발 정책의 한계를 짚어낸다('뉴타운 개발사업의 딜레마'). 또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해서도 8가지 상식적인 질문을 통해 그것이 '대재앙계획'으로 왜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업'인지를 드러낸다('한반도 대운하, 상식으로 판단하자').

살펴본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좋은 공간정치'를 하기란 쉽지 않다. 공간정치를 직접 시행하는 선출직이 '표의 눈치'를 살피고 '돈의 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 때문이기도 하고(''돈'과 '표'로 망가지는 도시'), 공간정치가 부정ㆍ부패ㆍ부실ㆍ비리 등 이른바 'ㅂ'자 돌림병과 얽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부정ㆍ부패ㆍ부실ㆍ비리로부터의 자유').

저자는 좋은 공간정치를 위해 건강한 언론의 힘을 기대하고, 공공계획가ㆍ공공건축가의 힘을 키울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 좋은 공간정치를 격려하고 나쁜 공간정치를 경계하는 것은 결국 공간정치의 주체인 시민의 몫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간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이끄는 대통령과 지자체 장은 공간정치의 가장 핵심이 되는 주역들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시민의 힘이 있다. 시민들이 좋은 공간 가치를 지향하고 좋은 공간정치를 요구할수록 우리의 공간은 더욱 좋아지고 우리의 공간정치 수준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사람이 가장 먼저다'에서)

저자 역시 전문가이자 한 명의 시민으로서 이 글들을 쓰고 책을 펴냈다. 저자의 좋은 공간정치를 위한 글쓰기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으며, <오마이뉴스>에서 그의 최근 글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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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 모든 이를 위한 책, 그러나 아무도 이해하지 않는 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백석현 옮김 / 야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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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 가운데 '이 사람 혹시 천재가 아닐까' 싶은 인물이 두 명 있다. 한명은 김정환 시인이고, 또 한명은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야그 펴냄, 이하 <짜라두짜>) 번역자 백석현이다.

이론을 제기할 사람도 물론 있을 텐데, 김정환 시인의 경우 전화번호부 두께의 독일어 철학사전을 끼고 러닝셔츠 바람에 슬리퍼를 끌고 술집에 나타나는 모습을 본다면, 어쨌든 그가 분명 보통사람과는 다른 정신세계에서 노닐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쉽게도 백석현의 천재성(으로 내게는 보이는 언행)에 대해선 얘기할 수 없다. <짜라두짜> 책 표지의 옮긴이 소개에 '번역 작품 자체 말고는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다'며 '책 그 자체로만 보아주길 원'한다고 굳이 적어둔 만큼 그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 될 터이다. 다만 그의 필명 백석현이 고 이오덕 선생의 동시모음집에서 빌려온 어린이 이름으로, 실명 대신 가명을 쓸 수밖에 없던 80년대의 선물이라는 점만 밝혀둔다.

<짜라두짜>는 아포리즘과 우화로 가득 찬 시집?

▲ <짜라투라는 이렇게 말했지>
ⓒ 야그

짜라두짜? 다소 코믹하게 들리는 이 단어는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듯 '차라투스트라(Zarathustra)'와 이음동의어다. 그러니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바로 그 책이다. 그리고 오해 마시길! 패러디가 아니라, 원래 그대로 정통 번역서다.

번역자에 따르면 '차라투스트라'의 독일어나 영어 발음은 원래 네 음절로서 우리 귀에는 '짜라두짜'로 들린다고 한다. 그래야 음율을 맞추기도 좋다. 그래서 '짜라두짜'라는 다소 도발적인 이름을 사용했다. 왜냐하면 <짜라두짜>는 원래 아포리즘과 우화, 이미지로 가득 찬, 매우 리드미컬한 시(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니체 자신도 <짜라두짜>는 "읽으라고 쓴 책이 아니라 암송하라고 쓴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기에 번역본 <짜라두짜>는 무엇보다 원래 모습 그대로, 시로 옮기려 애쓴 책이다. 특히 원문의 템포와 뉘앙스를 우리말로 되살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번역에 대한 니체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번역할 때 제일 옮기기 힘든 부분은 문체(style)의 템포이다. 문체의 템포는 그 민족의 성격에서, 좀 더 생리학적으로 말하자면, 그 민족의 '신진대사'의 템포에서 나온다. 정직하게 한답시고 공을 들인 번역이지만 의미와 단어에서 위험한 부분을 가로질러 뛰어넘는 원문의 용감하고도 즐거운 템포 자체를 옮기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원문을 속악(俗惡)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오역이 되고만 경우가 종종 있다." - <선과 악을 넘어서> 28장.

<짜라두짜>는 '시집'(?)답게 글의 배치도 운문 형식으로 편집했다. 뿐만 아니라 아예 더 나아가 세계 처음으로 장/연 표시를 했다. 프롤로그를 '0'장으로 하고 나머지 1부터 80까지의 숫자를 부여했다. 연 번호는 니체가 단락을 구분한 곳을 기준으로 매겼다. 각 연마다 붙은 장/연 표시 숫자에서 번역자의 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389개의 주석

니체의 <짜라두짜>는 유럽문화와 지중해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전제로 한다. 독자에게 상당 수준의 교양이 있다고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짜라두짜> 번역본에서 성실하고 정확한 주석은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샘을 찾는 능력'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지중해 인근의 메마른 기후에 대한 이해, 즉 구약성서의 이집트 탈출(엑소더스) 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음미할 수 있다. 또 '나는 내 손으로 내 머리에 왕관을 씌웠다'라는 표현은 나폴레옹의 황제 대관식 일화를 알면 그 뜻이 더욱 또렷해진다. '동상을 끌어내린다'는 표현 역시 1871년 5월 파리 코뮌 당시 폭도가 나폴레옹 동상을 끌어내린 사건을 알 때 그 맛이 정확히 전달될 수 있다.

<짜라두짜>에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 389개의 주석이 붙어 있다. 나아가 미처 주석을 달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출판사 사이트(www.yaague.com)의 번역자 블로그를 통해 계속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짜라두짜>는 또한 번역 용어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정치적 함의를 가진 용어들에 대해 그렇다. 인간 무리를 가리키는 용어와 관련해서도 떼, 대중, 많고 많은 사람, 남아도는 사람, 인민, 어중이떠중이, 폭도를 일관되게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일곱 개 봉인’을 ‘일곱 겹 봉인’으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영원 회귀’이란 용어를 ‘영원 반복’으로 고쳐 사용한 데선 번역자의 치열한 고민과 함께 자신감에 기초한 고집조차 느껴질 정도다.

운명이 인간으로 변하는 비밀을 알고 싶어?

19세기 후반 유럽문명의 붕괴를 예견했던 세기말의 철학자(번역자에 따르면 원래 그리스 고전 문헌학자이기도 한) 프리드리히 니체. 21세기를 사는 오늘 우리에게 <짜라두짜>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것은 니체 자신에게 <짜라두짜>가 의미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운명이 인간으로 변하는 것에 대한 비밀을 알고 싶어? 내가 쓴 짜라두짜를 읽어 봐.

'선과 악'에 관한 창조자가 되려면
먼저 가치를 파괴하고 부숴야 돼.(34:41)

가치를 부순다는 최악의 악(惡)이,
가치를 창조한다는 최선의 선(善)과 함께 해.
하지만 이 선(善)은 창조를 위한 선(善)이야.(34:42)
- <이 사람을 봐> '나는 왜 운명인가' 중에서


번역자는 <짜라두짜>의 부제도 '모든 이를 위한 책, 그러나 아무도 이해하지 않는 책'이라고 옮겼다. 당대 유럽사회에서조차 <짜라두짜>는 (내용의 난해함보다는 주장의 과격함 때문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책이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짜라두짜>는 사상의 깊이 때문이 아니라 언어의 장벽 때문에 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책으로 남아 있었다.

이제 <짜라두짜>가 우리말로 철학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아포리즘의 원래 자기 모습을 되찾았다. 나로서야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이전의 번역서와 달리 책장 넘기는 재미가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덧붙여 번역자는 친절하게도 <짜라두짜>를 읽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는데, 니체의 얘기를 빌린다면 <짜라두짜>는 "천천히 방울방울 떨어지는 진실, 천천히 방울방울 떨어지는 깨달음"이다. 그러니 "하루 이틀 만에 뚝딱 읽어 치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잠자리 머리맡 혹은 화장실에 놓고 지치거나 우울하거나 심심할 때 한 구절씩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읽으면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99.8% 확신하건대, 아마 번역자 역시 그렇게 <짜라두짜>를 읽었을 것이다. 화장실에서 일 보면서.

나처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가 중도에 포기한 수많은 독자들에게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에 새롭게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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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사로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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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5-2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책 한권 얻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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