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레드카펫 네오픽션 ON시리즈 20
김청귤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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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재와 물거품>, <해저도시 타코야키>를 쓴 김청귤 작가의 신간 소설집이다. 이전 작품들과 동일한 점은 장르가 환상문학이라는 것. 김청귤 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마리와 수아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번 소설집은 그런 애틋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첫 장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소설집을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해야 한다면 분노다.

분노는 내가 평소에도 자주 느끼는 감정이다. 이 책을 읽을때 나는 너무 화가 나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장르는 판타지지만 여성이 겪는, 겪어야만 하는 차별, 불공평은 일상, 현실이었기에 자주 무력함을 느꼈다. 당장 뉴스 기사 몇 줄만 읽어봐도 그게 사실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미 몇 년 전에 박정훈 기자님의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적이 있다. 특정 성별을 혐오의 관점에서 쓴 글도 아닌데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악플을 받고 대응하다가 그냥 글을 지워버렸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덧붙이는 말이지만 이 이야기들을 단지 레디컬 페미니즘 책으로만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진지하고 무겁게 서평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소설집이 단지 분노라는 감정만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다. 김청귤 이라는 작가 이름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도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화를 내고 무력함을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투쟁한다. 그런 주인공들의 행동은 통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게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단지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연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김청귤 이라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달의 네일>, <앨리스 인 원더랜드>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저 생리 중이에요. 호르몬 폭발. 왜 뉴스 기사 보면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술 마셔서 심신미약 되잖아요. 생리로 인한 심신미약은 인정 안 돼요? 왜요, 지금은 자살 충동이 들어서 저를 칼로 찔러 죽이고 싶어요. 저는 죽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자꾸만 죽고 싶어져요. 이거, 심신미약 아니에요? -37p-

✍️웃음이 나왔다. 고통 없이 죽는 것. 많은 사람이 꿈꾸는 일을 나는 할 수 있었다. 죽기 전에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괜찮았다. 맞아, 또 언제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를 날아보겠어. 나는 가뿐하게 뛰어올랐다. 시야 가득 새파란 하늘이 보였다. 아, 이렇게 맑을 때의 공기를 느껴보지 못한 건 아쉽다. -99p-

✍️미세먼지 인간으로 변이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지었던 죄가 무마된다. 유가족들이 모여 항의를 했지만, 대의를 위해 참아야 한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143p-

✍️그러나를 전복시키는 혁명의 접속사는 이렇듯 단 하나. 끝끝내 나아가기. 작은 보폭이라도 일단 떼고 보기. 그 다음엔 전속력으로 닫기. 금기된 것을 향해 계속 나아가기. -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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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맨 눈의 마을 트리플 22
조예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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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녹아 멸망한 세계가 배경이다.
이교는 타운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타운만이 안전하다고 배웠다.
타운 바깥은 얼굴이 아닌 곳에 이목구비가 생기는 저주병에 걸린 괴물들이 존대한다고. 식인을 한다고.
타운에서도 간혹 감염자가 발생하면 가차없이 추방했다.
유일한 배려인 듯이 독이 든 미트파이와 콜라 한 캔을 주면서.
어느 날, 이교는 우연히 타운 바깥 존재인 람을 만난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르게 람은 감염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교를 해치지도 않고 심지어 말도 통한다.
이교는 자신이 믿어왔던 타운을 의심한다.
그리고 타운을 떠나 추방 당한 친구 램을 찾기로 한다.

"나도 너와 같아. 우린 괴물이 아니야."

이 책은 결국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에 대한 사회문제를 작가 특유의 판타지스러운 소재로 보여준다고 느꼈다.
나는 가장 먼저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를 떠올렸다.

언제 추방 당할 지 모를 불안감 속에서 고여있을지,
미지의 세계로 가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것인지.
주인공들은 기꺼이 후자를 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다.

현실은 어떨까? 현실도 그랬으면 좋겠다.
조예은 작가님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사랑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접 보고 겪어야 한다. -46p-

하지만 어떤 가능성을 발견한 이상 이 안에 고여 있을 수만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50p-

지금이라면, 스스로의 심장소리가 이렇게나 선명하게 들리고 모든 감각들이 만개한 꽃처럼 활짝 열린 이 순간이라면 단번에 생을 마감한다 해도 좋을 것 같았다. -103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글입니다.

#조예은소설 #트리플시리즈
#자음과모음 #꿰맨눈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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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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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이 실린 김혜진 작가의 소설집이다.
책을 읽는 내내 소설임에도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고 생각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주로 등장하는데 집주인을 단순히 악인으로 표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세입자의 상황이나 마음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현실의 문제를 작가는 아주 섬세하고 사려깊게 소설로 재구성했다.

끝 부분에 등장하는 소설들이 <사랑하는 미래>,<축복을 비는 마음>인 게 좋았다. 주인공들은 불안하고 위태롭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아니 적어도 뒤로 물러서지는 않는 그 마음들이 내 곁에서 오래 머물 것 같다.

지금껏 들어본 적 없고, 듣게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그 말을 자신이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가 한 번쯤 그런 말을 해주길 몹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누구도 그런 다정한 말을 건넨 적 없음을 깨닫게 된 거였다. -251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글 입니다.

#축복을비는마음 #김혜진소설집 #축복을비는마음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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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강쥐 짱 멋진 마루 스티커북 마루는 강쥐 스티커북
모죠 원작 / 다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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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 사랑해.... 키링도 포토카드도
너무 귀여워요 스티커 아까워서 못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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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2 벽 SF 보다 2
듀나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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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이라는 단어를 보고 내가 처음 떠올린 건 단순하게 건물을 이루는 흔한 벽이었다.

이 책은 각기 다른 여섯 개의 벽을 다룬 소설이다. 그 벽은 물리적인 벽이기도 하고, 정신적인 벽이기도 하다. '벽' 이라는 주제에 sf라는 환상을 더해서 등장인물들이 어떤 벽에 맞서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보여준다.

평소 sf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는데 오랜만에 읽으니까 내 부족한 상상력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내가 넘을 수 없는 벽은 무엇이고, 내가 넘어야 할 벽은 무엇일까. 벽 앞에서 내가 취해야 할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한편으로 라일리는 광인들의 심정을 이해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파도를 마주하다 보면 제 아무리 굳은 정신이라도 언젠가는 앙상하게 깎여 나가고 만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79p-

혹시 실례가 되진 않을까 말 한마디도 조심하던 시절, 서로의 사이에 둔 몇 겹의 벽 너머로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하는 실루엣에 가슴 떨리던 시절이 분명 그들에게도 있었다. 정진의 표정, 눈빛, 손동작 하나하나를 알 수 없는 신호로 규정하고 그 의미를 해독하려 애쓰던 때가. -126p-

소설은 우리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전체로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상기시킨다. 벽을 두고도 격리와 적대, 혼란과 자아상실, 어느 쪽으로도 빠지지 않는 길이다. -188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SF보다 #SF보다_벽 #SF보다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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